[프라임경제] 1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앙지방법원 211호 입찰법정. 경매에 나온 물건을 열람하는 시간은 아직 30분이 남았지만 법정 안 150여개에 이르는 좌석은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입구에서는 잔금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며 명함을 돌리는 사람만 10여명이 넘었다.
열람이 가능한 10시가 다가오자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약 300여명. 아기를 업고 온 아주머니는 물론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물론 입찰을 준비한 사람들은 매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왔겠지만, 현장에서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부동산 경매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 회원들도 많이 보였다. 인터넷 사이트 다음까페를 통해 회원들과 현장을 찾은 박모 씨(여·32)는 “평소에 관심이 있었지만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며 “역시 현장에 직접 나와야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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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 ‘복불복 게임’ 판?
10시가 넘어서자 경매 집행관이 진행 과정과 입찰표 작성시 주의사항 등을 전달하고 입찰봉투와 입찰보증금봉투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어 입찰자들은 앞쪽에 놓은 물건명세서를 확인하고 입찰표를 작성했다.
입찰시에는 최저입찰가격의 10%를 보증금으로 납입해야 한다. 입찰보증금이 20%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본인이 확인하지 못한다면 낙찰 기회는 물론 보증금까지 날릴 수도 있다.
한 시간가량 지난 11시쯤 집행관은 10분 뒤 마감을 알렸다. 그 순간 입찰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15분가량이 지연됐다. 경매현장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날 그 정도는 심했다. 집행관들이 입찰표를 정리하는 데만 30분 가량 소요됐다.
◆잠원동 대림 ‘44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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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중앙 2계에서 최고 경쟁률 44:1를 기록하며 13억2000만원에 낙찰된 서초구 잠원동 57 대림아파트 1동 12층 1207호(49.6평) / 지지옥션> | ||
이날 중앙 10계와 2계에서 나온 물건은 총 120여건으로 이날 낙찰된 물건은 30여건. 특히 입찰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물건은 감정가 16억원의 서초구 잠원동 57 대림아파트 1동 12층 1207호(49.6평)로 경쟁률만 44대 1를 기록했다. 최저매각가격은 감정가 대비 51%인 8억1920만원이지만 이날은 13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입찰가 10억2000만원을 써내 탈락한 A 씨는 “다들 관심을 가진 물건이라 나도 욕심이 났지만 배짱이 부족했던 모양”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이 아파트 물건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경매에 여섯 번 등장해 세 번 유찰됐던 물건으로 현재 시가만 15억원 선이다. 낙찰자는 이날 경매로 2억원가량의 차액을 남긴 셈이다.
신당동 843 신당동삼성아파트 107동 18층 1802호 역시 20명의 입찰자들이 몰렸다. 감정가 6억2000만원에 최저매각가격 4억9600만원이지만 해당 물건은 감정가를 2000만원 이상 넘어선 6억4300만원에 낙찰됐다.
반면 고가로 관심을 끌었던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감정가 22억원, 최저매각가격 14억800만원)와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감정가·최저매각가격 14억5000만원) 그리고 대치동 롯데캐슬리베(감정가·최저매각가격 16억원) 등은 유찰됐다.
◆“물건 증가해도 하반기 경매시장 둔화될 수도”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달 경매에 붙여진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물건 중 감정가 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건수는 전체의 19.8%인 51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월(387건)에 비해 33.33% 증가한 데다 지난해 9월(530건)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한동안 경매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고가아파트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비록 현행 수준을 유지키로 최종 결정됐지만 최근 재건축 아파트의 연한이 단축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수요자들이 강남 입성에 열을 올린 것이다.
이와 관련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버블세븐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경매 물건이 급증한 이유는 투자수요의 비중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취득했지만 경기침체로 매수자를 찾을 수 없고 시세마저 하락하면서 결국 경매로 처분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 팀장은 하반기에도 경매물건은 증가하겠지만 그 폭은 상반기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저수준인 저금리에 따라 채무자들이 버틸 여력이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로 경매시장이 붐비면서 경매물건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