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무선통신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통신기업들은 포화상태인 통신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저마다 ‘블루오션 개척’의 숙제를 안고 피할 수 없는 승부의 무대 위로 올랐다. 새로운 경쟁 환경에 걸맞게 조직 체제를 정비한 각 통신기업들은 마케팅 모드를 ‘공격’으로 맞췄다. KT, SKT, LGT 등 통신업계 주요기업의 그간 발자취와 기업별 주요전략과 향후 전망 등을 조망한다. 그 세 번째로 ‘KT 윤리경영’의 허와 실에 대해 살펴봤다.
올해 초 이석채 회장 취임 후 KT는 현재까지 KTF와의 합병과 ‘QOOK’ 브랜드 출시, 협력사와의 상행협력 등을 윤리경영과 함께 강조하며 고강도 체질개선에 주력 중이다. 특히 KT는 지난 9일 통합 KT 제2의 창업을 선도할 새로운 경영방향인 ‘Olleh 경영’을 발표하기도 했다.
‘Olleh 경영’은 역발상경영, 미래경영, 소통경영, 고객감동경영 등 4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KT는 뇌물수수 등 해묵은 비리로 또다시 망신살을 뻗쳤다. 이 회장 체제의 KT가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고강도 체질 개선을 선포했지만 고질적 병폐인 ‘기업 내부 비리’를 종식시키는 데는 뒷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윤리경영을 두고 “결국 공허한 메아리 아니겠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야심찬 윤리경영 시동, 그러나…
이 회장은 올해 초 KT에 부임 후 윤리경영을 강조, 그룹 내 체질개선을 독려해왔다. 지난해 KT, KTF 전 사장들의 잇따른 구속으로 내부적으로 그룹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회사 안팎의 사정을 감안하자면 이 회장의 이 같은 강조와 독려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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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채 KT 회장 |
이 회장은 “누구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지불식간에 간과하기 쉬운 것이 윤리경영”이라며 “KT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이 머리로 실천하는 윤리경영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윤리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이 부정부패로 얼룩지면 기업가치 및 경쟁력 하락, 비용증가, 신뢰 추락, 임직원들의 사기·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잘못된 부분은 모조리 뜯어 고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KT는 윤리경영 시스템의 변화를 이뤘다. 우선, KT는 적발된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격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또, 사안에 따라 중대한 경우는 형사고발까지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는 징계절차 및 종류도 간결하게 정리했다.
KT에 따르면 과거에는 윤리경영실장-해당부서 장-징계위원회 상정-처리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쳤지만 대부분 해당부서장은 자신과 연계된 직원의 경우 위원회에 징계수준을 약하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윤리경영실장-징계위원회 상정-처리로 거품을 없앴다는 설명. KT는 또 징계종류도 단순화했다. 이 또한, 과거 견책-감봉(1개월, 2개월, 3개월)-정직(1개월,2개월,3개월)-해임-파면 등 9단계에서 견책-감봉-해임-파면의 순으로 6단계로 거품을 줄인 것이다.
특히, KT는 금품·향응 수수의 경우 곧바로 파면 후 형사고발 처리하고 금품을 제공한 협력회사도 반드시 불이익이 가게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아울러, KT는 내부 고발제도를 시행, 신고자에게 최대 5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올해 초 서울고등검찰청 정성복 차장검사를 윤리경영실장(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강도 높은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이 회장의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관행이라는 높은 벽에 막힌 ‘KT’
하지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이 회장 체제와 함께 시작된 현재 진행형일 뿐, 최근 사실이 확인 된 KT 금품수수 비리 등 과거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부정부패는 이 회장의 윤리경영에 그대로 사장될 뻔 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적발된 KT 금품수수 비리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컸다.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형사2부는 지난 3월 초순경 KT 수도권 서부본부에 공사 발주와 관련, 지난 2004년부터 금품수수 비리가 만연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4개월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KT 임직원 147명이 23개의 협력사들로부터 공사발주 및 하자 묵인 등의 청탁대가로 총 18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 중 건설국장 등 4명은 구속 기소하고 20명은 불구속 기소했으며, 수수액이 비교적 적은 나머지 123명에 대해서는 KT에 수사결과를 통보해 자체 징계토록 조치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해 KT 임직원들이 수수한 금품은 수의계약의 경우, 발주액의 5~10%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금품수수 비율은 관행화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금품을 수수한 임직원들도 말단 대리에서 건설국장, 지사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협력사들은 이들에게 제공하는 금품을 일종의 공사 경상경비나 수수료로 인식하고 있었을 정도였다는 지적이다.
또, 금품을 수수한 KT 임직원들 중 일부러 협력사들로부터 수수한 금품을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상급자들에게 상납했고, 이러한 비리를 포착한 하도급업자는 이를 폭로하겠다며 임직원들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기까지 했다.
당시 비리를 포착한 하도급업자는 KT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KT는 이에 대해 내부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청산 해결은 검찰 몫?
이 사건은 KT가 올해 초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한 강도 높은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된 사례로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KT의 윤리경영이 KT를 변모시키고 있는 듯 내비쳐다.
하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KT는 이 사건은 검찰의 통보에 의한 일부 고발만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3월 수사를 시작한 이후 한 달여 만인 4월 KT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KT는 이에 따라 임직원 1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던 것이다.
때문에 KT의 윤리경영이 해묵은 비리를 청산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KT 윤리경영으로 인한 내부비리 청산 작업이 아닌 단순한 검찰 주도의 일이었던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KT의 금품수수 비리 사건은 검찰이 사건 수사에 들어간 직후 50여 군데를 150회에 걸친 압수수색 끝에 적발했다.
의정부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이 사건은 KT의 고발로 수사가 진행된 것이 아니라 검찰 자체 첩보에 의해 수사를 진행했으며, KT에 이를 통보했지만 KT가 3개 지청에 이를 분산해 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피의자의 경우 해당 주거지역에 위치한 지청에 신고가 되기 때문에 KT에서 3개 지검에 이를 분산해 고발한 것”이라며 “때문에 의정부지청에서는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사건 처리 현황 또한 분산될 것을 우려해 수사를 보다 빨리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에 의해 KT가 임직원을 고발한 내용이 현재 언론에는 KT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이는 검찰의 수사 내용이 보도되기 전에 KT가 먼저 언론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를 통해 이번 금품수수 비리가 적발된 것과 관련, KT가 검찰에 이를 고발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KT가 감사를 통해 이를 내사했던, 하지 않았던 것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공격 경영’과 ‘내부 비리 청산’, KT 이 회장이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본지는 다음 지면을 통해 이석채 회장 체제 이후 KT의 사업 실적을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