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던 도지사에게 최초로 주민소환투표가 청구됐다.
반대론자들은 도지사가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으며, 국책사업이란 명분으로 소환투표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지사 측은 정부가 공식 요청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도민 전체의 여론과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구했고, 평화의 섬과의 양립 가능성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 기본원칙에 충실히 해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없도록 결정한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논란의 출발점은 서귀포에 2014년까지 최대 15만t 규모의 크루즈 선박이 동시에 기항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겠다는 제주도, 국방부, 국토해양부 간의 기본협약 체결완료에 있었다. 이 계획은 2002년 제주해군기지 건설계획안이 공식 제기된 후 치열한 찬·반 논쟁 끝에 2007년 최종 결론을 보았던 사안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한편에서는 한국이 해상교통로의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게 됐고, 군사적으로는 대양해군 건설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환호한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대의견이 간과됐고,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 될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그런가 하면 제한된 범위에서 국가안전과 관련된 국책사업은 소환청구 사유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주민소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앞으로 제도권 차원의 찬반논란도 가열될 조짐이다.
이 시점에서 왜 제주도인가를 생각해 보자.
제주해군기지는 우리 해군이 향후 대양해군으로 발 돋음 할 수 있는 모항(母港)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제주도는 국방 전략적 차원과 해양과학적 가치에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제주해역은 경제안보와 군사안보의 교두보다.
제주해역은 경제, 군사적 측면에서 휴전선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제2의 최후방어선 이다. 석유와 원유, 곡물, 원자재 등 에너지와 전략물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출입 화물이 바다를 통해 옮겨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해상교통로를 확보한다는 것은 국가존립의 문제와 직결된다.
제주해 남방항로는 엄청난 물동량이 오고가는 국제적 해상통로다. 경제안보를 위해서라도 제주해군기지를 거점으로 해군의 안정적인 해상교통로 확보가 국가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다. 보름 이상 봉쇄될 경우 한국경제가 마비된다는 말라카해협 등에서의 비상상황 발생 시 제주해군기지는 지원함정을 신속 투입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갖는다고 한다.
군사안보 차원에서 북한상선의 대한해협 무해통항도 문제다. 2005년 정부가 비준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북한상선이 한국해안을 누비고 있다. 무장을 갖추고 있는 북한 요원출신이 승선한 북한상선을 단순한 상선으로 보기 어렵다. 언제라도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 그들이다.
그들의 상선에는 수중침투용 잠수정, 소형 전투함이나 상륙주정, 화학․ 생물학무기를 적재할 수 있고, 단거리 미사일을 탑재해 함상발사를 할 수도 있다. 만약, 북한이 대한해협 무해통항을 악용하여 후방의 국가기간시설, 원자력발전소, 중화학공단 등을 목표로 기습적으로 테러나 군사적 전술공격을 감행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둘째, 제주해협은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는 열강세력에 대처할 요충지다.
역사상 반도국가는 주변 열강에 의해 삶과 생존이 유린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닥뜨리는 숙명적 전략요충지대다. 해양세력인 일본, 미국과 대륙세력인 러시아와 중국이 한반도 통일의 길목에서 한바탕 힘의 대결을 펼칠 태세이고, 해군력이 21세기 국제정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어 최소한의 ‘해양 억제력’을 건설할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과 일본은 동북아 지역 해양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중국이 볼 때 그들의 코앞에, 그리고 일본은 그들의 옆구리에 제주도가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까지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독도와 이어도 해역에 힘의 진공상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눈치 챘던 것이다. 가까운 장래 중국은 동지나해, 남지나해, 말라카해협, 인도양의 해상교통로 장악을 위해 해군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해양자원 개발과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과 분쟁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남방 해역의 대륙붕에는 천연가스 등 200여 종의 에너지자원, 동중국해에는 1천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 남중국해의 해저자원 개발을 둘러싼 중국, 일본과의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에너지자원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서라도 해양력 육성이 절실하다.
향후 거대한 바다를 놓고 벌이는 해양영토에 대한 주권유린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국가이익을 모두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해양주권 수호에 반드시 필요한 해양 전략거점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반도는 어차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닥뜨리는 전략적 완충지대다. 한반도는 생존을 위해 해양력을 키워야 한다. ‘공세적 해상방어력’으로 숨 막히는 이 틈바구니를 뚫고 민족생존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대양해군이야 말로 ‘작지만 똑똑한’ 통일한국 7천만 국민이 살아 갈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남북 간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상황, 한반도를 곁눈질하는 세계최강의 열강들이 있는 한 더더욱 그렇다. 다행히 제주도는 대양해군의 발진기지로 손색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해군력의 증강과 대양해군으로의 발돋움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상황이 이럴 진데 감상적인 반미감정에 편승하거나, 지나친 재산상의 이기심이 발동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옳은 처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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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병훈, 정치학 박사/ 본지 사장> | ||
차제에 정부가 무관심했거나 도지사가 독선과 무능으로 일관하면서 소홀히 한 점이 있었다면, 때가 됐을 때 정치적으로 책임을 물어 엄중히 심판해 버리면 된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휘둘리거나,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차 정치권이 감 못 잡고 있다면 한심할 뿐이다.
역사와 국제정치에서 대가없는 온정주의와 관용은 없다. ‘세력을 다투는 국제정치에서 논리와 감정은 별로 중요치 않고. 다만 누가 무엇을 취할 수 있으며 그것을 지킬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는 샤를 드골의 통찰을 곱씹어 볼 일이다. 제주도민의 대승적 혜안과 구국적 성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