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재개발 사업이 되려 무분별한 구역지정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의 재개발구역 수는 총 620곳로 이중 308곳은 완료됐으며 84곳이 시행되고 있는 상태다. 미시행 지역도 60곳이며 예정구역 역시 170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는 조합과 세입자 간에 갈등은 물론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재개발 방식으로 인한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뉴타운 사업 역시 낮은 재정착률, 소형저가주택의 급감 등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개발사업, 원주민은 ‘울상’
이런 가운데 정부는 도시재정비사업을 촉진하기위해 주택재개발사업 구역지정 요건 중 ‘노후불량건축물의 수’를 완화하는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지난달 11일 입법예고했다. 주 내용을 살펴보면 재정비촉진지구 내 주택재개발사업의 구역지정요건 중 노후·불량건축물의 수에 대해 20%까지 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으로 즉 재개발 지구지정 기준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이 오히려 원주민들의 주거불안을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 따르면 현행 노후불량건축물을 판단하는 기준은 20년으로 건축연한이 이기간을 넘길 경우 바로 노후불량한 건축물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이마저 완화된다면 양호한 주택이 재개발·재건축 대상사업구역에 포함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양호한 주택을 부수고 다시 돈을 들여 아파트를 지어야하는 재개발사업을 원치 않는 주민들도 사업에 참여하거나 혹은 지역을 떠나야하는 등의 문제점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정부가 언급한 ‘촉진지구 전체와 연계된 기반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실련은 “이는 기반시설을 주민들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멀쩡한 주택도 촉진지구에 포함시켜 모두 헐겠다는 의미”라며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사업취지와 배치됨으로 법개정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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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십리뉴타운 철거민대책위원회 현판식> | ||
◆뉴타운, “서민과 멀어져…”
뉴타운 사업 역시 낮은 재정착률로 기본 취지와 멀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시범, 2차, 3차 뉴타운 26개 지구와 균형발전촉진지구 8개 지구 등 총 34곳으로 크기만해도 여의도 면적의 7배인 2,000만㎡에 달한다.
그러나 뉴타운사업은 원주민의 재정착문제, 소형단독주택의 급감과 획일적인 전면철거방식 등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번 지구지정 완화조항이 통과될 경우, 사업은 더욱 가속화돼 세입자들과 영세한 지주들의 주거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계획이 확정된 28개 뉴타운 지구에 현재 살고 있는 주민은 72만 명인 반면, 개발이 완료되면 58만 명의 주민만이 거주하게 된다. 무려 14만 명의 주민이 이전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재개발 전에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주택비율이 63%였지만 재개발 후에는 30%로 줄어들게 된다. 재개발 전 전세가격 4,000만원 미만의 주택비율도 83%에서 재개발 후에는 ‘0’상태가 된다.
전세가격 상승과 서민주거 불안도 심화된다. 즉 원거주민 이출과 사업시행에 따른 이주수요로 주변지역 전세 값이 급상승하고 재개발(뉴타운) 사업에 따라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사업 착수 전이라도 전월세 및 하숙비 등도 덩달아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으로 가옥주(토지주)와 조합, 세입자, 구역 내 사업장 및 영업 활동하는 사람, 건설업체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기본적으로는 개발이익의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바탕을 이루는 가운데, 개발 자체로 보는 측과 재정착 또는 주거권을 주장하는 측의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제2, 3의 용산참사가 서울 곳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 사업은 아직까지 조합과 세입자간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성동경찰서는 올초 해당 지역의 철거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이 지역 세입자 임모 씨 등 19명을 연행해 조사한 바 있다.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해당 지역 세입자들은 오히려 “용역업체 직원들이 밀어붙이기 식을 진행하려한다”며 “조합이나 행정기관에서 합리적인 이주대책을 우선 세워야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 가재울 4구역은 조합과 조합원의 갈등이 심각하다. 현재 해당지역 조합원들은 “용산 철거민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뉴타운 개발 자체가 개별 단위 조합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은 3,000억원 이상 부풀려진 총사업비와 비합리적인 이주대책 비용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경실련 남은경 부장은 “이번 개정안으로 노후·불량하지 않은 양호한 주택이 철거돼 결국 주민들의 퇴출을 가속화시켜 주거불안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지구지정을 위한 기준완화를 중단하고, 원주민 재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부터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