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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5월 사이 초록의 향연으로 ‘풍덩’

[주말여행] 전북 고창 선운사

이인우 기자 기자  2006.04.22 09: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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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제 눈만 돌리면 초록빛의 향연이다. 1년중 녹색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5월로 접어들고 있다. 이 계절 초록의 한 가운데로 풍덩 빠져보는 여정은 일상의 힘이 된다.

비가 많이 내려 더욱 싱그러운 봄의 물결 속으로 떠나는 길. 전북 고창군 선운사의 신록 속으로 떠나보자.


◆ 싱그러운 녹색 뒤덮은 천년고찰

4월과 5월을 경계로 더위가 찾아온다. 성급한 이들은 벌써 여름이 시작된다고 야단
   
 
 
이다. 사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로 길어졌다. 이러한 계절의 느낌은 나뭇잎의 빛깔로 알 수 있다.

수줍게 잎을 틔워나가던 4월에 비해 5월은 부쩍 빛깔 짙어진 녹색이 여름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뭇잎은 점점 강해지는 햇살을 투명하게 튕겨내는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빛깔 속에서 아직 사위지 않은 봄을 느낀다.

이러한 신록의 빛 무더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전북 고창군의 천년고찰 선운사에서 만날 수 있다.

선운사는 신라 진흥왕이 창건했다는 설과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고승 검단이 창건했다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1500여년 전이다. 진흥왕 창건설은 그러나 당시 이곳이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 백제 고승 검단선사 창건설

고승 검단의 창건설은 그가 절을 품고 있는 산을 가리켜 지혜를 상징하는 구름에 빗대어 선운산이라 작명했다는 얘기와 함께 인근 마을 이름도 검단리이기 때문에 신빙성을 갖게 된다.

   

 

  <사진: 고창군청>

 
아무튼 이 절은 김제의 금산사와 함께 전북의 조계종 2대 본사로 수많은 신도와 관광객 발길이 이어진다.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가 선운산 곳곳에 자리 잡아 불국토를 이루었다고 한다.

선운사는 유래가 깊은 절인 만큼 수 많은 불교 유물이 산재해있다. 보물 제290호인 대웅보전은 임진왜란 당시 소실된 것을 광해군 때 중건한 것으로 다포계 맞배지붕 양식의 극치를 보여준다.

삼존불상 뒤의 후불벽화는 1688년(숙종 14)에 조성한 것으로, 우리나라 불화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천장에 사실감이 돋보이는 커다란 운룡문(雲龍紋)이 그려져 있고, 안쪽 천장에는 우물 정(井)자 모양을 한 우물천장을 설치해 눈길을 끈다.

◆ 도시의 먼지 털어 내는 숲속으로

그러나 사람들이 선운사를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웅보전 뒤쪽에 펼쳐진 울창한 동백숲이다. 선운사 동백은 우리나라 동백꽃의 북방한계점으로 흔히 봄동백이라 부른다.

   
 
 
4월말까지 절정을 이루는 동백꽃은 진초록 잎사귀 사이로 짙붉은 꽃봉오리로 산을 채색한다. 5월초면 나무 아래 떨어진 꽃잎이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는다.

동백이 아니더라고 절의 입구에서 천왕문까지 이르는 길과 도솔암까지 오르는 길만 걸어도 5월의 신록에 흠씬 젖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절로 들어가는 길은 다른 곳과 달리 관광객들을 위해 활짝 열어둔 공간이다.

특히 매표소 앞에 조성해둔 너른 잔디 광장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운동장이 되기도 하고 휴식공간이 되기도 한다. 광장의 한 가운데 서있는 두 그루의 나무는 마치 엄마나무와 아기 나무가 서 있는 것 같아 보는 사람마다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 풍경소리 은은한 산사의 봄

들어가는 길 왼쪽은 선운사에서 흘러내려온 계곡물이 작은 내를 이룬다. 곳곳에 징검다리가 있어 건너편 원시림 속으로 들어설 수 있다.

늦봄의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로 들어가면 갑자기 호흡이 깊고 길어진다. 도시에서 접할 수 없는 싱그러운 공기가 온몸을 감싸기 때문이다.

   
 
 
또 작은 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 속에 수많은 물고기들의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무리 지어 유영하는 물고기들은 손바닥만한 녀석부터 큰 것은 팔뚝만하다.

모두 이 내에서 자생하는 것들로 살생을 금하는 사찰의 은덕을 톡톡히 입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선운사를 다녀오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정읍나들목에서 빠져나가 4거리가 나오면 좌회전, 고창군 방향으로 나간다. 얼마동안 4차선으로 이어지던 길은 2차선으로 폭을 좁히면서 전형적인 시골국도의 모습이 된다. 선운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길가에 풍천장어라는 식당 간판이 눈에 띄면서 알 수 있다. 선운사입구에서 국도 왼편으로 꺾어 1km쯤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숙박은 주차장 인근에 관광호텔과 여관 등이 있고 인근에 민박집도 많아 이용하기 편하다.

◆ 먹을거리

선운사 인근은 풍천장어구이로 유명하다. 풍천장어는 민물과 서해의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역에서 잡힌 장어로 가장 뛰어난 맛으로 칭송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 자연산을 찾는다는 것은 나무 아래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다만 과거 장어요리의 중심지답게 빼어난 음식솜씨를 자랑하는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해야 한다. 선운사 인근은 모두 풍천장어구이를 전문으로 내세운 식당이 즐비하다 휴일이면 차를 타고 달리면서도 장어구이 양념장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 그 가운데 가장 실속있고 맛이 있는 장어구이집은 신덕식당(564-1533). 선운사로 진입하는 길로 좌회전하자마자 오른쪽 모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