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는 10월부터 민영의료보험 가입자들은 실손 의료비를 최대 90%까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7월 중순까지 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실손 의료비를 100% 받을 수 있는 종전의 제도에 비하면 이후 가입자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지난 22일 금융감독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과 민영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이유로 실손 의료비 혜택 제재에 나선 속사정을 살펴봤다.
민영의료보험 중 손해보험상품은 질병 및 상해사고 등 보험 가입자가 부담해야하는 실제 의료비 100%를 보장해주고 있다. 보험 가입자들에겐 병원비 걱정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인기가 많은 상품이다.
손해보험사의 의료실비 상품 가입자 수가 증가하자, 지난해 5월 생명보험사 중 삼성생명을비롯한 다른 생보사들도 손보사처럼 전액은 아니지만 실제 의료비 80%를 보장해주는 의료실손보험 판매를 순차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가 보험가입자의 의료혜택을 보장해주는 민영의료보험의 의료실비보장범위를 100%에서 90%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손보사, 손해율 109%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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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김광수 금융위원회 국장이 ‘개인의료보험제도 개선 방안’을 브리핑하는 모습 > | ||
금융당국은 손해보험상품인 ‘100% 보장형 실손 보험’이 병원·의원 등 의료기관 이용 시,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를 전액 보장해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진료행위가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손해보험사가 지난 2007년 실손형 개인의료보험의 손해율은 109.4%였다는 것을 이유로 재무건전성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 우려된다”고 밝히며 “급속한 고령화 및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손해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실제 의료실비로 인해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이 103%(손해보험사마다 수치는 다르다) 정도이긴 하지만 보험가입자가 증가하면서 장기보험 및 고정보험료 등의 운용으로 이 정도의 손해율은 문제가 되진 않았다”며 “오히려 의료실비가 100%에서 90%로 축소되면서 실손 의료비만큼은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우위 경쟁을 할 수 있었으나 이젠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생명보험이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이를 신뢰하는 보험가입자가 많아 손보사 상품보다 생보사 상품을 더 많이 찾았지만, 실손 의료비 전액 혜택으로 손보사 상품을 더 선호하는 고객의 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생명보험사 역시 의료실비 100% 보장 상품을 만들 수 있었지만 보험회사의 재정 상황에 맞춰 80% 보장 보험을 만든 것”이라며 “생보사가 금융당국에 손보사 의료실비 100% 보장률을 낮춰야 한다고 로비를 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 밥그릇 챙기기
하지만 손보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강제적 실손 의료비율 축소 발표에 서운함도 잠시, “이미 금융당국이 발표한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 해봤자 이미 끝난 일”이라며 가볍게 마음을 접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손해보험사 입장에선 금융업법개정으로 강제적인 실손 의료비율을 90%로 낮추면 보험 가입자는 초반에 다소 줄어들 순 있지만, 생보사의 80% 실손 의료비율보다 괜찮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당초 우려했던 보험사의 재정건전성에도 긍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의료실비율을 축소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의료비는 보통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는 비용과 함께 비급여(보험사가 보장해주는 의료실비 보험금)로 구성된다. 비급여 부분을 전액 보장해 불필요한 진료행위가 발생하면 건강보험공단 지원금도 불필요하게 지급된다는 의미다.
건강보험공단 지원금은 보험사의 보험금과 달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급’으로 유명하다. 보험사가 의료비의 출처와 내용을 철저히 확인하는 것과는 달리 건강보험공단 지원금은 의료행위를 받기만 하면 병원비용 청구서에서 자동으로 제외된다.
예를 들어 손해보험상품의 가입자에게 의료비가 100만원이 발생한다면 병원진료비 청구서에서 이미 80만원의 건강보험료가 면제가 된다. 나머지 20만원의 비급여에 대해 손해보험사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때문에 이 가입자는 100만원의 병원비 전액을 면제받게 되는데, 불필요한 진료가 과다 청구될 경우 손해보험사는 물론 건강보험공단에도 재정악화를 가져온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개인의료보험에 본인부담금 도입으로 서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치명적 질병·재해에 대한 안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며, 보장한도 축소로 보험료가 인하될 것이므로 전반적인 소비자 편익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최소한의 의료비 본인 부담금 설정이 예고됐다. 금융당국의 목표대로 건강보험공단과 민영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개인의료보험 개선 방안’이라는 당초 금융당국의 목적과는 달리 소액 의료비 부담금 증가는 물론 3년 갱신 시점마다 보험료의 인상분 등 보험가입자만이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될 우려가 있어 향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