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결국 토해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풋백옵션 부담을 재매각을 통해 해결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아직 산적해 있어 금호아시아나의 고민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호아시아나를 압박하는 고민거리는 최근 국내 M&A 시장이나 건설 경기 등의 전반적인 여건이 불리하게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두운 시장 환경으로 인해 자칫 대우건설이 헐값으로 매각될 경우 금호아시아나의 재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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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 중 풋백옵션을 승계하거나 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가격에 대우건설 지분을 전량 인수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에 국내외 PEF나 산은에 싼값에 넘어갈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또 인수자가 나타난다 해도 풋백옵션을 그대로 승계 받거나 투자자를 포함한 지분 전량을 인수해준다면 금호로서는 다행이지만 그 외의 금액은 여전히 금호의 빚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대우건설 제 값 쳐줄까?
금호아시아나가 다시 시장에 내놓은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될 후보를 두고 벌써부터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LG그룹을 비롯해 자금력이 풍부한 포스코, 롯데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오르내린다.
하지만 아직은 저마다 인수의사를 부인하고 있다. 거론되는 각 기업들은 각자 진행 중인 주력 사업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근래에 진행된 굵직한 M&A 중 실패 사례가 많았던 점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또 시장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한 M&A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대우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위(2008년 기준)의 대형 매물이라 하더라도 수조원대의 ‘메가딜’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실제 29일 매각 소식과 함께 코스피시장에서 급등 출발했던 금호그룹주는 대우건설 매각 가격에 따른 손실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며 결국 하락 마감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박형렬 연구원은 “금호그룹 입장에서 이번 대우건설 매각으로 인해 풋백옵션 부담을 대부분 소멸시킬 정도의 자금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반면 인수자는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최대한 낮은 가격에서 사려고 하기 때문에 매각 금액이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풋백 옵션 상환 금액은 1/4분기 말 기준가 3만2,510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4조1,896억원에 이른다. 풋백 옵션에 따른 캐시 전액 상환 기준가는 전체지분 72.11% 매각시 주당 1만7,838원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 손실은 2조∼3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사들인 금액은 주당 2만6262원. 반면 이날 대우건설 종가는 1만3750원으로 매각 금액은 2만원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UBS증권 역시 대우건설 재매각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2조∼3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밝히며 “이번 매각이 이뤄진다 해도 2조에서 3조원에 달하는 매각손은 잠재적으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의 조윤호 연구원도 “대우건설 재매각은 금호산업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해 투입한 1조6,300억원 현금이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또 하반기 도래하는 7,200억원의 회사채 중 공모사채를 상환해야 하고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우량 자산을 매각해야 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금 여력이 충분한 굴지의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는다면 금호가 기대하는 가격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한 직원은 “내부에서는 이전부터 매각을 바래오는 분위기였다”면서 “막상 재매각이 결정되고 나니 풋백옵션을 받아주거나 부담을 우리의 부담을 덜어줄만한 인수자가 과연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불어나는 계열사 부담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가 대우건설 매각 결정 후에도 추가로 계열사나 자산 매각을 통해 계속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어 자산 및 계열사 정리를 통한 사업 재편 움직임도 가속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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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아시아나 본관 전경.> | ||
KTB자산 한종석 주식운용본부장은 “금호그룹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리스크를 덜게 되겠지만 2조원 정도의 매각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의 손실이 가장 크고, 금호석유화학도 지분법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금호그룹 계열사들은 몇 년 치 장사를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재계 서열 추락 불가피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전격 매각키로 결정하면서 재계 순위도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지분매각 규모와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대우건설 매각을 통해 계열분리가 완료될 경우 현재 8위인(공기업ㆍ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금호그룹의 순위(자산총액 기준)가 10위권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4월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재계 순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지난 4월 기준으로 자산총액 37조5,580억원으로 재계 순위 8위에 올라 있다.
이어 한진과 두산이 각각 자산총액 29조1,350억원과 27조3,020억원으로 그 뒤를 쫓는 형국이다.
대우건설의 자산총액이 9조6,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금호그룹의 총자산은 27~28조원대로 줄어들어 라이벌 그룹인 한진에 8위 자리를 다시 내줄 수도 있다.
여기에 대우건설이 제 값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유동성 확보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계열사 구조조정이 이어질 경우 자산 감소액은 더욱 커질 수도 있어 그 뒤를 쫓고 있는 두산이나 한화에게 추월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6년 국내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재계 순위 11위에서 8위로 뛰어오른 지 3년 만에 제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씁쓸한 상황이 연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