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하얀앵두>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과학연극이다. <과학하는마음3-발칸동물원 편>은 뇌과학을, <산소>는 화학을, <코펜하겐>은 양자물리학 등 다양한 과학분야를 다루었으며 <하얀앵두>는 지질학, 고생물학, 원예학을 다루고 있다.
과학이 확장해 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삼엽충을 통해 5억 년 전까지 시간을 확장해 놓고, 인간의 삶이 자연의 운명에 비하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돌이켜 보게 한다. 과학은 과학 그 자체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으로 존재하며, 과학이 확장해 놓은 시간과 공간은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소멸되지 않는 인간의 긴 인연을 지질학과 원예학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형체를 가진 것들은 언젠가 사라진다. 그래서 더더욱 인간은 영원에 대한 염원을 가지며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자신을 남기려 노력하지만 ‘소멸’도 우주 순환의 한 부분이며 과정일 뿐이다. <하얀앵두>는 살아있는 존재들의 탄생과 죽음의 순환 구조를 말하고 있다. 꽃, 나무, 동물, 인간 등 삶의 차원은 다르지만 모두 탄생과 소멸이라는 순환에 따라 살아가며 사라지는 이 모든 존재들의 애틋함과 소소한 기억들을 그리고 있다.
<벽속의 요정> <열하일기만보> 등 고전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던 배삼식 작가가 처음으로 실제 경험을 토대로 일상을 이야기한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맛깔스런 대사들이 돋보이며 배삼식 작가 특유의 느린 호흡은 철학적 성찰을 느끼게 한다. 지적이고 섬세한 무대를 보여준 김동현 연출은 <하얀앵두>에서 배삼식 작가의 성찰에 깊이 있는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순간과 영원, 존재와 소멸을 드라마틱한 리얼리즘이 아닌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새로운 감수성으로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