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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시카고’, 섹시한 유혹의 향연

보더빌 형식, 초보 뮤지컬 관람객의 눈과 귀도 사로잡았다

조윤미 기자 기자  2009.06.24 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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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뮤지컬 '시카고'가 2009년 6월 3주간의 짧은 유혹에 나섰다. 매번 새롭게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한층 업그레이된 모습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시카고'. 특히 이 공연은 스토리 뿐 아니라 춤과 노래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해 뮤지컬을 자주 접하지 못했던 초보 관람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보다 10배 더 비싸고, 연극보다 3배 더 비싼 뮤지컬(공연과 좌석마다 가격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뮤지컬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은 돈으로 공연을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비싼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던가. 2시간 30분 남짓, 당신을 공연에 완전히 몰입시키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뮤지컬 공연이야말로 그 어떤 운동보다, 그 어떤 엔터테인먼트보다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삶의 활력소가 된다.

◆검붉은 무대, 재즈바가 연출되다

   
< 사진 = 남자 탭댄서 앙상블이 담배연기로 무대효과를 만들며 춤을 춘다 >
1920년대 시카고의 재즈바 분위기가 그대로 연출된 것일까. 담배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무대 중앙에는 14명의 밴드가 재즈바에서 들어봄직한 튜바, 트럼펫을 비롯한 너 댓개의 금관악기, 피아노, 베이스, 드럼, 기타, 바이올린 등으로 춤과 어우러지는 음악을 연주한다. 그들의 음악은 때론 극중 배우와 대화를 하는 듯하고, 때론 애드리브로 막간의 연주를 선보이기도 하는 등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한다.

뮤지컬 '시카고'는 보더빌(스토리가 없이 춤과 노래, 서커스와 촌극이 나열식으로 진행되는 쇼)의 현대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부족한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섹스와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법정과 감옥을 배경으로 구성된 스토리는 관객이 따라가기 쉽다는 장점과 함께 섹시하면서도 열정적인 무대로 표현된다. 

검은 무대, 검은 망사스타킹, 검은 란제리 룩은 '시카고'의 대표적 상징이다. 이렇게 온통 어둠으로 뒤덮힌 무대에 주인공들의 붉은 입술과 네일은 치명적인 유혹과 퇴폐적 사회, 즉 1920년 시카고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무대 위 진주, 그녀의 이름 ‘고명석’

2009 한국에서 열린 3주 간의 뮤지컬 '시카고'가 단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탄탄한 무대연출 뿐 아니라 실력파 위주의 캐스팅으로 무대의 수준을 더욱 높였기 때문이다.

   
                < 사진 = 관능적이고 갸날픈 록시로 평을 받는 '고명석'의 공연 모습 >

물론 뮤지컬계의 히로인 최정원, 배해선을 비롯해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옥주현 등 스타급 배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노래와 춤을 멋지게 선보이는 가수 인순이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듯 고명석이란 배우의 매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뮤지컬 ‘시카고’에는 두 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두 명의 여주인공 배역 중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록시 하트’와 스타의 자리에서 한 순간 추락하는 ‘벨마 켈리’의 역이 바로 그들이다.

본 공연의 단연 히어로는 ‘록시 하트(Roxy Heart)'역을 맡은 고명석이다. 쟁쟁한 스타급 배우인 옥주현과 뮤지컬계 유명인사 배해선, 그릭 그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고명석의 실력을 평론가들은 의심하면서도 궁금해했다.

그녀의 공연을 바라본 관객들은 고명석의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섹시하면서도 천연덕스럽고, 새침하면서도 넉살좋은 연기로 록시역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는 평이다.

고명석의 공연을 관람한 한 관람객은  “6년 전 외국에서 봤던 공연의 느낌을 한국공연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 한국 뮤지컬 공연이 정말 수준 높아진 것 같다”며 “고명석이란 배우를 무대 위에서 발견한 것은 진흙 속 진주를 찾아낸 즐거움이었다”고 공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그러나 시카고의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 빌리 무릎에 앉아 복화술 연기를 하는 꼭두각시 신은 록시 고명석에겐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며 평을 덧붙였다. 물론 관객의 평은 주관적인 측면임을 배제할 순 없지만, 최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수 많은 공연들을 접한 수준높은 관람객의 의견에 귀기울여보는 것도 뮤지컬을 함께 즐기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관록있는 '벨마', 뮤지컬 배우 인순이로 컴백

록시 하트 만큼 매력적인 또 다른 여주인공을 살펴보자. ‘벨마 켈리’의 배역은 ‘록시 하트’의 역보다 매력적인 배역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영화 ‘시카고’에서 ‘벨마’ 역을 맡은 캐서린 제타존슨은 '록시' 역보다 '벨마'역을 더 탐냈다는 후문이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리라. 또 '시카고'의 런던 공연에선 실제로 '벨마' 역을 맡은 배우가 공연의 대표 배우로 손꼽히며 더 많은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 사진 = 록시역의 옥주현과 벨마역의 인순이의 공연 모습 >

이번 한국 공연에서 ‘벨마’역을 최정원, 인순이가 연기한다. 최정원은 지난 2000년 뮤지컬 '시카고' 초연 당시 '록시'역을 완벽히 소화해 뮤지컬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바 있다. 여기에 더욱 욕심을 내 그녀는 지난 2007년 공연부터는 '벨마'가 되어 돌아왔다. 그녀의 연기에 더 이상 코멘트를 다는 것 자체가 실례일 터.

가수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인순이. 지난 2000년 뮤지컬 '시카고' 초연 당시 록시역의 최정원과 함께 무대에서 '벨마'를 연기했던 주인공이 바로 인순이다. 2000년에는 인순이가 착한벨마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나쁜벨마를 연기하겠노라고 호언장담하던 그녀의 연기도 주목해볼 만하다. 다소 숨가빠 보이는 춤솜씨란 결점을 전혀 흔들림을 느낄 수 없는 노래로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 인순이만의 장점이리라. 

   
   < 사진 = 9년 만에 복귀해 인순이와 함께 뮤지컬 '시카고'에서 호흡을 맞춘 허준호 공연 모습 >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배우의 연기는 이들 뿐 아니다. "이해할 만해, 이해할 만해" 주인공을 취재하던 극중 기자 메리 선샤인은 그녀의 살인 동기를 듣고 공감하며 고음의 소프라노로 노래를 선사한다.

메리 선샤인의 배역은 남자 배우가 여기자를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론을 이용해 진실을 왜곡하는 황색 저널리즘을, 뒤바뀐 성으로 캐스팅 함으로써 우회적인 표현하겠다는 것이 연출가의 아이디어. 이런 어려운 생각은 그만두고라도 당장 여장 남자로 분한 배우가, 놀랍도록 곱고 높은 소프라노 실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특별한 반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