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험가입자가 계약당시 불완전 판매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거나,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피해자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 혹은 설계사의 책임이 있다는 심증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는 증거가 없어 분쟁에서 패소하거나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 종종 발생해 이를 취재해봤다.
‘증거 모으기에 집중하라’ 보험 분쟁 시, 가입자가 보험사 측에 민원을 제기하기 전에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다양한 보험 분쟁의 경험이 있는 대형 보험사의 경우, 청약서 사인·녹취계약 내용 등 만일에 하나 생길지 모르는 보험 분쟁 상황에 대비해 이미 상당 부분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험이 없는 보험 가입자는 심증을 통한 억울한 사정만을 토로하게 되는데, 보험 분쟁 은 증거를 통해 판결이 나게 되기 때문에 보험사가 잘못 이행한 점의 증거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AIG, “청약서 서명·녹취록 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장 모씨(29·여)는 지난해 5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설계사에게 ‘AIG 아이인베스트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AIG MP(설계사)는 장 씨가 2년 후 이사 자금으로 500만원을 은행에 넣어두고 있음을 알고 접근, 2년 만기 펀드 상품이라고 속여 장 씨를 10년 만기 변액보험에 가입시켰다.
4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 장 씨는 인터넷을 통해 보험 상품을 살펴보던 중,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펀드가 아닌 변액보험인 것을 알게 돼 억울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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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본 상품설명서는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상품안내장에는 밑줄 쳐 있는 부분을 고객이 직접 기록하도록 돼 있다 > | ||
변액보험의 경우, 펀드를 통해 수익금이 운용되는 상품인 만큼 까다로운 설명 조건을 가입자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상품안내장이 첨부된다. 상품안내장에는 고객이 직접 ‘특별계정 운용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괄호 혹은 밑줄 안에 글씨를 쓰며 내용을 숙지하도록 하고 의무화하고 있다.
AIG생명 관계자는 “민원처리실에서 확인한 결과, 보험 가입자 본인이 청약서 사인은 물론 녹취계약까지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고객의 상품 계약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고객의 주장과는 달리 상품안내장 역시 MP가 아닌 고객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고객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청약서 사인과 녹취록이 중요
보험사와 가입자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장 씨는 AIG생명 민원처리실에서 차일피일 상담을 미루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됐다고 AIG생명 측은 밝혀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 가입 자체가 무효가 되는 사유는 상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보험계약 및 정신지체, 이외에 타인의 생명을 보장하는 상품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계약 자체를 파기할 수 있다”며 “장 씨의 경우 중요 계약서에 속하는 청약서 상에 어떠한 문제도 없기 때문에 계약 자체를 파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액보험과 같은 경우 펀드의 운용 등을 이용한 상품안내장 부분에서 상품설명 부족에 해당하는 설계사의 과실을 살펴볼 수 있지만, 이 부분에 해당되더라도 청약(계약)철회 기간이 15일 내에서 3개월로 늘어나는 것일 뿐”이라며 “이미 4개월이 지난 상태에선 이 상황은 어떤 이유로도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계약자가 본인이 가입하는 상품에 대해 상품설명 요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청약서 사인하고 녹취록에 대한 대답을 건성으로 한 것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품안내장, 귀에 걸면 귀고리·코에 걸면 코걸이
지난 2004년 우리은행 ‘파워인컴펀드’에 1억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8400만 원가량 손실을 사건에 대해 법원은 “판매사가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고객이 투자설명서를 교부받았고 내용 확인서에 서명을 했으므로 우리은행이 펀드가입자에게 5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즉, 판매사는 원금손실 가능성의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 인정되고 고객 역시 투자설명서를 교부받은 것이 확인돼 양측의 잘못이 모두 인정되므로 판매사가 고객에게 절반의 손실금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변액보험의 상품안내장을 본 적도 없다는 장 씨의 주장이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일단 50% 이상 손해배상은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 분쟁 소송이 금감원으로 접수가 되면 분쟁조종을 들어가게 돼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금감원의 결과를 받아들이면 1심과 같은 합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보험회사든 계약자든 이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소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계사가 상품안내장 등을 ‘사문서 위조’한 의혹이 제기된다면 고객이 설계사를 대상으로 피해보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덧붙였다.
장 씨로서는 일단 쉽지만은 않은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변액보험의 경우, 가입자는 설계사를 통해 더욱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청약서와 녹취록 등 중요 계약서 뿐 아니라 약관과 청약서에 명시된 것을 꼼꼼히 따지고 녹취계약을 할 때에도 제대로 이해한 후 대답을 해야 만일 발생할 수 있는 보험 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요소를 확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