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만능통장 광풍…은행에선 무슨 일이?

직원 동원 유치경쟁 과열…워크아웃 건설사까지 피해

배경환 기자 기자  2009.05.20 08:46:4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6일 판매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심지어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상당수 은행들이 직원들을 무리하게 영업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능통장'으로 불리고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580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만능통장’으로 인해 기존 가입자들의 이탈현상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에는 9만여명의 청약통장 가입자가 빠져나갔지만 4월에는 두 배가 늘어난 20만여명이 통장을 해지했다.

   
<지난 6일 판매가 시작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가입자 3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만능통장 광풍으로 은행원은 물론 워크아웃 건설사까지 피해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만능통장’ 과열에 취급은행 직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더욱이 은행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막무가내식 영업’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보도, 자제해주세요…”
“최근 언론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현황이 은행별로 공개되면서 할당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모 은행 관계자 A씨)

“취급 은행 중 실적이 가장 저조하다고 보도되면서 더 힘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은행원들이 힘들다고 보도되는 것보다 차라리 실적 현황이 (언론에)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모 은행 관계자 B씨)

일부 은행의 경우 창구 직원 한명에게는 한 달에 300개의 할당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 은행별 실적이 공개되면서 할당량은 더욱 늘어났다. 이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에 10개씩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집에 가지말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침마다 진행되는 회의 역시 주제가 만능통장 실적으로 쏠렸고 본점 직원들은 물론 사무직원들까지 동원돼 한 달에 50~100개씩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됐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인턴은 좋은 고객(?)이 됐다. 인턴 한 명으로 인해 여러 명의 가입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C양은 “은행에서 공개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지만 은근슬쩍 주변에 알아보라고 말을 한다”며 “나중에 입사할 때 가산점이 될지도 몰라 근무시간에 가족은 물론 친구한테 전화하거나 단체문자를 돌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실적으로 인해 인턴과 직원들과의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은행인턴으로 근무하는 P양은 “내가 데려온 사람(가입자)인데 한 선배가 너희들은 어차피 상관없지 않냐며 실적을 가로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은행 관계자는 “만능통장으로 인해 은행간의 경쟁은 물론 직원들까지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얼마 되지는 않지만 이미지 차원에서 최선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통수 맞은 가입자
실적이 우선되는 상황이 되다보니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발매와 동시에 가입을 하려고 한 은행을 방문한 K씨는 가입 당시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는 말을 듣고 가입했지만 최근 정부가 무주택 세대주로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에 당첨된 가입자에 한해서만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해당 은행을 다시 방문해 자세한 내용을 문의한 C씨는 결국 “적금으로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라는 답변만 듣고 돌아왔다.

그러나 은행 직원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한 은행에서 창구 업무를 보고 있는 H씨는 “은행에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이더라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는지부터 확인한다”며 “다들 실적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건설사’ 좋은 먹잇감(?)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들 중 일부는 주채권은행으로부터 간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A건설사 한 임원의 경우 최근 채권단으로부터 “회사 내에 (주택청약종합저축)관심있는 사람 좀 알아봐달라”며 “아직 하지 않은 사람은 가입을 권유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채권단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 모두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채권은행이 워크아웃 건설사에 대한 우위적인 입장을 이용해 가입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심한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