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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시인 ‘아 광주여!…!’ 탄생비화 공개

‘부끄러운 탈출’, 숨 가쁘게 전개됐던 창작과 게재 과정 기록

김성태 기자 기자  2009.05.14 18: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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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80년 광주의 오월을 생생하게 표현한 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시의 탄생 비화가 공개됐다. 이 시는, 당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을 취재한 전남매일신문 편집국 기자들에 의해 극적으로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전남매일신문 1980년 6월 2일 자 발행  본.  

임영상(48·한국리더십개발원 연구위원)씨가 펴낸 ‘부끄러운 탈출’(푸른미디어)에 따르면, 당시 전남매일신문(석간)은 1980년 6월 1일 신용호 편집국장 주재로 회의를 갖고, 다음날(2일) 1면에 5.18을 표현할 수 있는 시를 싣기로 결정했다.

전남매일신문은 2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문순태 부국장이 추천한 모 시인의 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참석자 대부분의 의견은 ‘내용은 좋으나 너무 밋밋하고 5.18 참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하며 다른 시인을 찾았다.

문 부국장이 두 번째로 추천한 시인이 당시 전남고 교사였던 김준태 시인이다.

김준태 시인은 오전 9시경 연락을 받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1시간여, 광주의 아픔과 살육의 현장을 처절하게 표현한 ‘아아, 광주여! …!’ 는 109행 장문의 시가 되어 태어났다.

김 시인이 시를 편집국에 전달하자, 신용호 국장과 김원욱 사회부장을 비롯한 편집국간부들은 “바로 이것이다. 5.18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다”며 흡족해 했다.

하지만 계엄당국의 검열을 통과하기엔 시가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어서 계엄당국의 사전검열 통과와 신문 게재이후 발생될 수 있는 사태가 우려됐다 .

   
  ▲전남매일신문 1980년 6월 2일 자 검열 본.  

하지만 김원욱 사회부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김 부장은 “많은 시민들이 죽은 마당에 시 하나 싣는 게 뭐가 문제냐”면서 게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마침내 편집회의는 시를 게재하기로 최종결정했다. 하지만 계엄군의 사전검열에 시 전문은 게재되지 못하고 33행으로 줄어버렸다.

이날 오후 신문이 시내에 배포됐다. 전남매일신문은 평소와는 달리 10만부를 인쇄했다. 이 신문은 전남북은 물론, 보급망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 대구 대전 등의 주요 기관에 배포됐다.

전남매일신문은 이렇게 광주의 참상을 알렸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국보위의 언론통폐합에 따라 폐간됐고, 김원욱 부장과 김준태 선생도 두달여 후 해직됐다.

김준태 시인은 “그 시는 내가 쓴 시가 아니었다. 시를 쓸 때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 내 몸속에 들어와 신들린 듯 단숨에 써 내려갔다.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고교생 시민군의 5.18회상기’라는 부제를 단 ‘부끄러운 탈출’은 당시 서석고 3학년이었던 임영상 씨가 최초로 시위에 가담했던 1980년 5월21일부터 계엄군이 도청진압작전을 펼친 27일 새벽까지의 과정을 지휘부가 아닌 이름 없는 시민군의 입장에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