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3월 9일부터 방영된 대하역사드라마 SBS ‘자명고(自鳴鼓)’ 의도는 좋았지만, 자명고로 낙랑공주의 이복동생 자명을 등장시켜 무리한 설정이라는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있어 드라마의 역사 왜곡이 또 다시 재연돼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질 전망이다.
![]() |
||
낙랑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고구려의 대무신왕(大武神王)은 적이 쳐들어오면 스스로 울린다는 낙랑국의 자명고와 자명각을 두려워했다. 그러자 호동왕자가 낙랑공주를 꼬드겨 자명고를 찢게 한다. 이때가 서기 32년 대무신왕 15년이었다. 이것이 삼국사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SBS 자명고는 지금까지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토대로 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자명고를 자명 공주로 대치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자명고 대본작가 정성희씨는 스스로 울리는 자명고의 비현실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사람으로 설정했다고는 하나 그 자체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매를 보내 북 속에 숨겨 놓은 참새 따위를 휘젓는 장면 역시 웃기지도 않는 만화 수준이다.
역사드라마는 사실(史實)에 기초해야하며 쉽게 납득할 수없는 설화의 경우 그대로 살리든지 아니면 합리적으로 풀어야한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적군이 침입했다 해서 스스로 울리는 북이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북이 설치되어 있었기에 자명고라는 명칭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명고를 그대로 두고 자명고를 치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임동주의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에서는 자명고를 치는 사람으로 낙랑국의 기밀부장(機密部長) 처밀도를 내세웠다.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첩보를 입수하면 처밀도가 몰래 들어가 북을 치는 것.
국경에서 적군이 쳐들어오면 스스로 울리는 북, 자명고가 있다고 소문을 내 적군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했고, 동시에 백성들로 하여금 신물(神物)이 나라를 지켜준다는 안정감을 갖게 했다.
등장인물의 성격 설정도 문제가 된다. 드라마에서는 대무신왕을 전쟁에 패한 낙랑국 사람들을 가혹하게 노예로 부린 것으로 설정했는데 대무신왕이 과연 폭군처럼 행동했을까? 대무신왕은 전쟁만 잘한 왕이 아니라 백성을 사랑했던 인자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또 호동은 어떤가? 호동은 생모가 아닌 모후에게도 효도를 다한 인물인데 왕비와 이복동생이자 적자인 해우 왕자를 스페셜 방송처럼 험악하게 다루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낙랑군의 위치를 멋대로 비정하는가 하면 최리왕을 낙랑군의 장군으로 설정한 후, 낙랑군을 멸하고 낙랑국의 왕으로 등극한 것처럼 꾸몄다.
한사군의 실체와 낙랑국의 위치에 관해서는 아직 그 누구도 정확하게 모른다. 당대를 살았던 사마천의 사기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삼국사기에 낙랑군은 서기 313년 미천왕이 정복한 것으로 분명히 나와 있다.
모든 TV 사극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본작가들이 원작을 채택하지 않고 멋대로 대본을 만들어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게 한다는 것이다. 꼭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비틀어야만 흥미를 유발한다고 생각하는지 답답하다.
앞으로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안 봐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절대적 영향력을 자랑하는 영상매체가 역사를 왜곡이나 한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겠는가.
과연 우리가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침 튀기며 성토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2000년간 전해 내려온 재미있는 설화를 망쳐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장병영 민족혼 되찾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