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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훈의 시사풍류] ‘한국관광공사’사장의 외로운 싸움

UN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 선거,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백병훈 주필 기자  2009.04.13 14: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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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3년 전, 반기문씨가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됐다.

그가 회원국 만장일치로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된 것은 한국 외교사에 잊을 수 없는 쾌거였다. 지금도 젊은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과 용기를 주고 있는지 새삼스럽기만 하다. 그런 반 총장의 브랜드 가치는 자신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의 조국 대한민국의 브랜드와 국가 신인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눈을 돌려 지구촌 국제무대를 향한 꿈을 가꿀 때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한국은 경제규모나 기여도에 비해 국제기구 진출이 미비했다. 2003년, 유엔‘세계보건기구’(WHO)에 지금은 고인이 된 이종욱 박사가 한국인 최초로 사무총장이 됐다. 현재는 반 총장을 제외하곤 유엔기구에 사무총장 이상 급 인사는 한사람도 없다.

그런데 우리가 경제위기, 북한 미사일발사 소동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에 세계는 작지만 소리없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오는 5월 7,8일, 서아프리카 말리에서‘유엔국제관광기구’(UNWTO) 31개 집행이사국들이 모여 차기 사무총장을 뽑는다. UNWTO는 유엔관광 전문기구로 154개국의 정회원이 가입돼 있는 영향력이 큰 국제기구다. 여기에 한국인 후보가 나선 것이다.

1957년부터 UNWTO의 역대 사무총장은 유럽과 남미에서 독점해왔다. 이제 아시아권에서 차기 총장이 나와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 대다수 회원국들의 정서다. 작년 여름, 정부의 권유를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역임한 오지철 현‘한국관광공사’사장이 출사표를 던지고 준비를 해왔다.

사실 창설 이래 세계 관광사업은 유례없는 글로벌경제 위기 속에서 국제테러리즘과 빈곤, 지구온난화 영향 등의 외적요인과 기구내부 혁신의 필요성 등 창설 이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시점이 온 것이다. 

그런데, 한국출신 후보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지지로 한국 후보의 인지도를 많이 끌어올렸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번 선거는 한국후보 외에 요르단 출신의 현 UNWTO 사무차장 겸 사무총장 직무대행과 유엔개발계획(UNDP) 관리출신 파키스탄 인사 간의 치열한 3파전이다.

한국후보의 강력한 대항마는 관광부장관, 정보부장관, 기획해외협력부장관을 역임한 요르단 출신의 탈렙 리파이 후보다. 국제무대에 잘 알려져 있는 그에 비해 한국출신 후보가 지명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르단 출신 후보는 1998년부터 3번째 연임한 프랑스 출신 사무총장과 함께 사무차장으로서 집행부를 이끌어 왔다. 그에게는 벗을 수없는 그러한‘원죄’가 있다. 따라서 요르단 출신 후보가 사무총장에 당선되면 과거의 연장이자, 변화와 혁신의 시대정신에 반한다는 국제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 이번 선거에서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 정부의‘화끈’한 관심과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1996년‘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선거 당시 한국의 김근모 박사가 정부의 권유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지지로 후보로 출마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북한 핵 분쟁 당사국 출신 과학자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무총장을 맡는 것을 마땅치 않게 여긴 강대국의 힘에 의해 좌절됐다. 결국 부적격 후보가 사무총장에 당선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강대국 개입이나 국가 간 안보문제가 얽혀있지 않다. 회원국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된다. ‘단 한 그루의 나무, 단 하나의 바위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한국 출신 후보다.

반기문 UN사무총장 선거 당시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사활적 관심을 갖고 역량을 모아주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 차관의 해외활동과 통상적 수준의 외교통상부 노력만으로는 국제사회의 높은 장벽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백병훈/프라임경제 주필
만만치 않은 요르단 후보는 가뜩이나 이슬람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사국이 몰려 있는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해야 하고, 이슬람권에 대해서는 특별한 공을 들여야 한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31개 집행이사국들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정부기관도 자신의 일처럼 나서야 한다. 정치권도 한 몫을 해내야 한다. 국회와 민간 차원에서 나서고, 정몽준 의원처럼 국제무대에 잘 알려져 있는 국내인사들도 수고스럽지만 나서주길 바란다.

다음 달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발휘해 보자. 세계인에게 왜 한국인이어야 하는 가를 알려주자. 잘 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잘 설파하면 승산이 가능하다. 정부가 적극 나서라. 한국은‘역전승'에 강한 나라가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