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10여년간 한국 재계는 과거에 비해 큰 소용돌이 속을 걷고 있다. 기업은 시대와 경제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순응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침몰했다. ‘거대공룡’ 기업이었던 대우의 몰락, 현대그룹의 분열 및 외환위기 사태 이후 동아건설, 해태, 거평, 한라 등이 침몰하는 등 재계 판도가 급변했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혜성처럼 등장했던 새로운 대기업들이 몰락한 재벌의 자리를 메워나가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새로운 위기가 불거진 현재까지도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본지는 [대기업 완벽대해부] 기획특집으로 <이랜드그룹>편을 마련했다.
‘2평의 신화’로 불리는 이랜드그룹은 지난 2008년 현재 자산규모 약 5조 2000억원,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 33위의 패션·유통 전문기업이다. 이랜드그룹은 현재 성인캐주얼, 유·아동복, 내의, 숙녀복, 주얼리 등 패션사업부문과 국내 첫 백화점식 패션할인점인 이천일아울렛을 비롯해 뉴코아아울렛, 엔씨백화점, 킴스클럽 등으로 구성된 유통사업 부문, 그 외에 식품, 호텔, 인테리어, 건설, 가구, e비즈니스 등의 기타사업으로 나누며 급성장을 이뤄냈다.
◆ 박성수 회장 체제 확고
서울대 건축공학도 출신인 박 회장은 지난 1980년 이화여대 인근에서 ‘잉글랜드’라는 보세옷가게를 창업, 상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패션 프랜차이즈업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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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수 회장. |
이러한 이랜드 그룹에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위치는 확고하다. 박 회장은 현재 이랜드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의 최대주주로써, 33.63%의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박 회장의 지분에 자사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하면 약 95%에 달하고 있어 박 회장의 지배력은 거의 독보적인 수준이나 다름없다는 것.
또, 박 회장은 이랜드월드를 통해 이랜드와 계열사에 대해 적지 않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기반을 이미 갖춰놓고 있는 셈이다.
이랜드와 박 회장이 이처럼 급성장을 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면에는 M&A(인수·합병)가 한 몫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이랜드는 그 동안 무려 23번의 M&A를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5월 이랜드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 건이었던 홈에버를 결국 인수 2년 만에 재매각 하는 등 큰 고비를 맞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 또한 박 회장이 일찌감치 홈에버를 좋은 가격에 매각하고 사업구조를 개편, 앞서 세계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대규모 M&A에 성공한 대기업들이 대거 유동성 위기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상황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반면, 이랜드그룹은 홈에버를 좋은 시기에 매각했지만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노사 간의 대립각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등 그동안 노동계 및 일부 재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계열사인 뉴코아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노사의 극적인 타협으로 비교적 원만한 해결에 도달했지만, 이랜드그룹의 기업 이미지 실추는 이미 기정사실이 돼버린 후다.
◆ 홈에버 재매각, M&A 위한 실탄?
이랜드그룹의 홈에버 재매각 이면에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재매각에 따른 유동성 확보로 또 다른 M&A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랜드그룹은 그 동안 M&A로 인해 그룹의 확장을 도모했지만 M&A가 결국 자금 압박으로 되돌아왔다. 즉, 홈에버를 1조 4800억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1000억원의 이자가 부담이 돼 결국 인수 2년 만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게 홈에버를 매각해야만 했던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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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랜드그룹의 홈에버 재매각 자금 2조 3000억원은 향후 또 다른 M&A에 대한 실탄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
이는 한국까르푸 인수 시 자기자본 3000억원에 까르푸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1조 7500억원의 공룡 기업을 삼키려고 하는 등 그동안 대규모 차입을 통해 M&A를 성공시켰던 이랜드그룹으로서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다시 기업의 불안 요소가 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랜드월드는 에스콰이어 주식 119만 3070주를 210억원에 취득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이 또한 포기한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랜드그룹의 또 다른 M&A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이랜드그룹의 중견건설사에 대한 M&A 얘기가 여전히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홈에버에 대한 재매각 자금 2조 3000억원이 향후 이랜드 그룹에 있어 실탄이 될 것이란 설명.
건설업계에 따르면 그 동안 신성건설 등 중견건설사 매물에 눈독을 들여온 이랜드 그룹으로서는 실탄이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건설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편, 이랜드그룹은 이 밖에도 중국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올해 중국사업 매출 목표액은 1조원으로, 이는 지난 해 그룹 총 매출의 약 2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