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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북에 미사일‘발사참관’을 요구하라

백병훈 주필 기자  2009.03.31 09: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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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제정치는 명분과 실리가 만들어 내는 냉정한 무대이다.
그러면서 나름대로의 원칙과 룰을 규정하고 준수할 것을 덕목으로 삼는다. 지금 한반도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한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실질적 위협이자 UN 결의 위반임을 빤히 바라보면서도 마땅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현실적‘모순’이 발생해 있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화력 사정권 안에 갇힌 치명적 타격목표가 된지 오래다. 이제 북한은 미국을 향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군사적 모험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북한의 발사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있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판단과 결정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한반도를 지배하는‘현실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고 했고, 미 국방장관도 요격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 모순된‘현실’이 예상치 못한 상황과 결합되어 파국으로 달려 나갈 수 있다는 역사의‘예외성’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통제할 수 없는 상황’의 발생으로 인한 카타스트로피적 파국은 막아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4대 조건인 핵물질, 기폭장치, 핵실험과 투발수단을 확보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은 적어도 이미 초보상태의 핵무장국이다.

그리고 북한이 발사하고자 하는 로켓은 정권과 체제생존을 위해 상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치군사 목적용 미사일이다. 이것이 미국과 한국, 일본이‘방방’뛰는 이유다. 북한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유가 있다. 핵에 대해서는 파키스탄, 미사일에 대해서는 이란과 긴밀한 기술공조를 통해 우회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것이 오래전의 북한이다. 파키스탄과 이란은 각각의 목표를 달성해 놓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미사일 발사도 문제지만 그 이후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전술핵무기의 추가실험, 대포동 3호 발사, 그리고 이 보다 더 가공할만한‘잠수함 발사용 탄도미사일’(SLBM)발사 등 북한으로부터의 현실적 위협은 증대될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예외성’을 등장케 할지도 모르는 조건들이다.

뭔가 한반도에서 정치군사적 위기해소 방안을 찾아야 할 다급한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UN제재’에 부정적이다. 북한의 로켓이 군사용이 아니라 시험통신용 인공위성이라면 아무리 UN결의 1718호 위반 이라고 해도 명분은 북한이 먹고 들어간다. 한국, 일본, 미국은 할 말이 옹색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관심과 침묵으로 외면할 수도 없다. 발사 후 북한의 협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못된 버릇은 점입가경이 될 것이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뭔가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의 파국을 막고 남과 북 모두가 얻을 수 있는 명분과 실리는 무엇일까?  모두의 고민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안을 해 본다. 북한을 제외한‘북핵 6자회담’참가 5개국이 북한에 미사일발사‘참관’을 제안해 보자는 것이다. 일견 남과 북이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남한의 체면이 구겨지고 북한이 거부할 줄 예상하면서도 한번 던져보자는 것이다. 이 때 북한의 선택은 수용이거나 거부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한국정부가 그토록 반대해 마지않았던 북한 미사일발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인정하는 형국이 된다. UN결의를 한국정부가 나서서 스스로 무력화시킨다는 비난도 따를 수 있다. 명분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한국정부로서는 쉽게 내키지 않는 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미 한국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 내키지는 않겠지만 북한으로 하여금 그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를 진정성을 갖고 고백하게 만들어 그들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거부하면 한국정부에게는 이를 이유로 북한이 그토록 싫어하는‘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참여하는 명분이 주어지게 된다. 북한으로서도 한국의 PSI 참여를 비난 할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실리가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서 가장 버겁게 생각하는 것이 한국의 PSI 참여다. 그러기에 북한은 한국의 PSI 참여가 정전협정 위반이자 군사적 적대행위라고 간주하면서 격렬하게 반대해 오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냈던 것이다. 한국정부는 PSI 참여여부가 그들의 행동여하에 달려있음을 엄중하고 당당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북한에게 고민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던져 주자는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불꽃놀이나 핵실험과 같이 벼랑끝으로 달려가지 말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문제가 꽉 막혀있을 때는 더욱더 원칙과 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피할 수없는‘현실성’과 일어나서는 안 될‘예외성’이라는 두 가지의 불가항력적인 요인을 늘 잉태시켜 놓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조우하여 폭발할 때가 파국적 재앙이 발생하는 순간이다. 이번 북한 미사일사태에서 북한에게 빠져 나갈 수 있는 명분을 주면서 실리를 찾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백병훈/프라임경제 주필
그런 뜻에서 1962년 쿠바 핵 미사일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한 케네디의 대응방식이 새삼스럽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 본토를 겨냥한 쿠바 미사일기지 폭격과 카스트로 수상 제거, 그리고 체제전복 작전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대신 명분과 실리를 살려가면서 상호양보와 막후협상으로 사태를 마무리 지어 미국을 구했고,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냈다.

북한도 전면전이 발생하면 자신들이 자멸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사태에 꺼낼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면 차라리‘발사참관’을 요구해 볼만도 하다. 향후 한반도에서 뭔가 크게 상황변화가 일어 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갖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