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회 윤중로에 꽃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4월, 여의도는 뒤숭숭하다. 지난 해 여야간 초유의 유혈사태까지 일으킨 이후 치러지는 첫 재보선이 다가오기 때문.
특히 이번 재보선은 각종 역학관계가 엮여 있어 여야 모두 최선을 다해 맞붙을 수 밖에 없다. 여의도를 달아오르게 한 4월의 재보선 바람, 그 4대 관전 포인트를 추려 봤다.
![]() |
||
| <사진= 경주지역에 대한 친이-친박 진영의 각축이 과열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 ||
지난 대선 국면에서부터 불꽃을 튀겼던 친이와 친박 대결 국면이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재연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친이 진영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여파로 많은 친박 정치인들이 공천 불이익을 받는 등 양쪽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이런 터에 18대 총선에서 승리, 친박 계열의 국회의원 한 명이 낙마하면서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 경주가 다시금 양측 격돌의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정종복 전 의원은 자기 텃밭이라는 점에서 자기가 이곳에서 금배지를 다시 달아야 한다고 나섰고, 친박은 친박 의원이 낙마했으니 다시 친박 정치인을 공천해야 한다고 맞선 것.
이에 따라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수성 전 육군대장이 공천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자, 정 전 대장은 경주 지역 재보선에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친이계인 정 전 의원과의 대결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 전 대장은 지난 17대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안보특보를 지냈고,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핵심 측근이다. 이런 선거 구도가 점차 가시화돠면서 경주 재보선은 계파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느 쪽이 이기든 다른 한 편은 큰 상처를 입게 될 전망이다. 양측의 자존심 싸움 양상까지 보이는 이 싸움에서, 양측 전략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또 재보선 이후 ‘봉합’을 어떻게 하는가가 큰 관건이다.
◆울산 북구, 민노당 재탈환?
이번 재보선 국면에서 또하나의 관심 구역은 민주노동당이 강세를 띠어 온 지역인 울산. 울산 북에 한때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아 일각에서는 이른바 ‘계급 투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박 대표가 이러한 구도에 부담을 느낀 듯 결국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이 지역에서는 일단 당대표급 거물이 나오는 상황은 사라지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울산 지역을 흥분시킬 단일 요소는 바로 민주노동당의 선전 가능성이다. 울산은 과거 정몽준 의원을 내리 당선시키는 등 현대와의 인연이 깊은 곳이었다. 또 다른 경상 지역처럼 한나라당 색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민노당 정치인들이 운신하기 다른 지역보다 수월한 곳으로 꼽혔다. 이곳에서 지역구 의원이 탄생했었고, 구청장도 배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진보신당과의 분당으로 축소된 몸집을 다시 키울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아울러 강기갑 당대표의 국회 난동 논란으로 실추된 당의 이미지도 이번 재보선 이변으로 제고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 정권 심판론, 야당 주장 먹힐까
이번 재보선의 특징은 크지 않은 선거 규모에 비해서 이른바 ‘중간 선거’ 격인 중대한 역할을 사실상 할 것이라는 데 있다. 지난 해 어느 정권보다 높은 지지율을 안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못할 일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대운하 정책에 대한 고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인한 소통 부재 등으로 초기 100일을 공회전했다. 이어서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특히 고환율 정책, 수출 위주 드라이브로 이러한 경제침체 국면을 버틸 밑천을 상당 부분 날린 상태를 스스로 만들었다.
이런 정부의 연이은 실축과 이런 정부를 제대로 돕지 못하고 끌려만 다니는 공룡 여당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게 인 것이 지난 해 정치현상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등 야당들로서는 여당 심판론, 정권 심판론을 큰 재보선 이슈로 만드는 전략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법으로 간단히 재보선을 규정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야당들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대에 초점이 가 있을 뿐, 정책 이슈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터라 지지율에서 일부 손해를 본 것이 사실이기 때문.
또 지역색이라는 특징을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정권 심판론 등이 큰 불길을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
||
| <사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출마를 두고 민주당내 분열 현상까지 일어 나고 있다> | ||
현재 여당과 제 1 야당은 이번 재보선이 끝나는 대로 어느 정도 그 결과에 따른 역학구조 변경 및 차기 지도부 구성 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정세균-원혜영 지도부는 지난 추경 대결, 쇠고기 국면 등에서 거대한 여당을 상대로 투지를 불태워 좋은 성과를 냈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 국면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지역 출마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의사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형태로든 정계 거물인 정 전 장관이 다시 국회 입성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이들로서는 일단 정 전 장관의 복귀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 특히, 정 대표로서는 정 전 장관과 실용적 정치관이라는 스탠스상 많은 부분이 겹쳐 그의 귀환이 마냥 반가울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갈등 요인이 수면 위로 일단 부상했던 만큼, 향후 당이 어떻게 갈등을 풀고 넘어갈 것이냐는 점이다.
자칫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 당내 계열 갈등으로 고생한 옛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나라당도 이번 재보선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다음에 들어설 지도부 인선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런 정책에 대해 친이 소장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극심했고, 차명진 의원은 대변인직을 사퇴하는 등 홍 원내대표에 대한 반대노선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만약 여당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면, 야당의 ‘경제 심판론’,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강경투쟁론이 강하게 대두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 되면 5월 차기 원내대표 선출 상황에서 황우여 의원이나 정의화 의원 같은 관리형 인사가 부상하기 보다는, 지난 번 대선 국면이라는 격돌의 장에서 원내대표를 지냈던 안상수 의원이 다시 기용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여당의 이른바 ‘돌격대’ 성격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어 돌격내각, 돌격여당이 보좌하는 이명박 정권은 한층 강경한 노선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