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신한라인 ‘상고 전성시대’는 계속된다

[기획시리즈-은행장 ‘빅3’]③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

조윤미 기자 기자  2009.03.17 16:13:4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국내 은행권 수장들의 임무가 더욱 막중해졌다. 이미 IMF 금융위기를 통해 은행들은 통폐합 절차 및 구조조정 등 한 차례 뼈아픈 고통의 시간을 겪어온데 이어 이번에는 자본시장법 및 금산분리 완화 정책 등으로 은행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은행권 수장들이 이와 같은 혼란과 위기를 또 하나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내놓고 있어 이를 살펴봤다.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이백순 신한은행 신임 은행장은 취임식 자리에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는 장수와 병사가 뜻을 같이 하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의미한다”고 말했다. 천재적인 개인 능력보다 조직을 우선으로 여기는 ‘신한맨’다운 취임식 발언이다.

17일 이백순 신임 은행장은 취임식 자리에서 “신임은행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부여 받았다”며 금융위기 속에서 신한은행을 ‘위기에 강하고 고객, 주주, 직원을 건실하게 만드는 강건한 은행(Strong & Healthy Bank)’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다짐을 내놓았다.

이 행장은 은행 내정자로 지목이후부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월 출범 예정인 ‘신한재팬’ 출범을 위해 지난 2일 신상훈 전 행장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한 바 있는데 이 역시 글로벌화를 축소하는 대신, 은행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전해지고 있다.

◆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상고 전성시대’

   
  < 사진 = 이백순 신한은행 신임 행장 >
‘고소영 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같은 대학 출신 선후배들이 인맥을 형성해 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달리, 신한그룹에는 상고 출신의 임원들이 포진해 있어 ‘상고 전성시대’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린상고 출신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군산상고 출신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이어 덕수상고 출신 이백순 행장은 세 번째 상고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으로 선임된 이휴원 전 신한은행 부행장 역시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동지상고 출신으로 고교동문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백순 행장은 1971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1997년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경력을 제외하곤 1982년부터 한결같이 신한은행의 현장 일선에서 활동하며 가장 ‘신한’스러운 ‘신한맨’으로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7년 8월부터 신한지주 부사장을 맡아왔다.

40년 가까지 현장 일선에서 금융인 생활을 해온 이 행장은 영업은 물론 비서실장을 통해 일선 실무부터 경영의 큰 그림까지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쌓아왔다.

특히 이 행장은 라응찬 회장이 행장으로 일하던 시절 2년간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인연으로 이번 행장 자리에 올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행장은 취임사의 머리말에 “먼저 존경하는 라응찬 회장님을 비롯하여…”라는 말로 입을 열었던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신한은행 임원들은 유난히 ‘신한’에 오래 몸 담아온 신한출신만을 임원으로 기용하는 순혈주의와 포스트 라응찬로 지목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그룹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신임에 대해 ‘코드인사의 결정판’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행장이 이끄는 신한은행은 점포수 921개, 1만926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됐으며 당기순이익이익은 356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6.4%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총자산은 249조5000억원으로 2008년 현재 국내 총 자산 2위에 자리매김하며 약 4조원 차이로 우리은행을 앞서게 됐다.

◆ 글로벌 백지화, 일본 사업은 더욱 주력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은 금융위기 극복 및 자통법 시행과 관련해 세 가지 주요 과제를 정했다. 경영의 슬림
   
    < 사진 = 숭례문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사 > 
화, 고객관계 강화, 미래에 대한 준비가 바로 그것이다.
 
신 전 행장은 “현재의 위기가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경영을 슬림화해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예비자원을 통해 완충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행장 역시 신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이 방침을 고수할 방침이다. ‘글로벌 신한’ 외치던 회사 기조가 지난 해 미국발 금융위기 즈음부터 대다수 해외진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다만 회사 지배구조를 튼튼히 하기 위해 일본 현지법인 설립에 역량을 집중하는 행보를 보인다.

‘신한재팬’의 출범이 갖는 의미는 일본 현지영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한금융그룹의 최대주주인 재일교포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4월 중순경 일본 현지법인이 공식 출범하며 현재 일본에 위치하고 있는 동경, 오사카, 후쿠오카 3개 지점이 모두 신한재팬으로 통합될 예정이고 곧 이어 2개 지점을 더 신설한다고 신한은행 측은 밝혔다.

◆ ‘혼을 담아서 하라’

‘신한의 DNA’를 갖춘 대표적 인물인 이 행장은 취임식 자리를 통해 ‘도전적인 DNA’를 갖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후배 직원들에게 ‘혼을 담아서 하라’는 말을 자주하는 이 행장은 본인 자신이 바로 혼을 담아 일하는 스타일이다.

업무를 접할 때 ‘대충’이란 단어를 모르던 이 행장이었기에 2000년 테헤란로기업금융지점장 시절에 전국 영업점 업적평가대회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수상했고, 1996년 분당시범단지지점장 재임 시절에는 금상을 수상하는 등 현장지휘관 시절 많은 전설을 낳았다.

‘오래된 미래’. 이 행장은 취임사의 끝머리에서 오래된 미래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역사는 과거의 사례가 반복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고 강조했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속에서 신한은행이 다시금 기본을 깨닫고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금융위기 속 신한은행을 지휘하고 된 이백순 신임 행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팎으로 색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밖으로는 일본 교포인 최대 주주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 안으로는 ‘신한맨’ 양성에 힘을 쏟아 신한은행의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기본부터 시작하겠다는 이 행장의 전략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