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왕 보험 하나 가입하려거든 4월 이전에 들어야…” 감언이설로만 들리던 생활설계사들의 보험가입 권유가 훨씬 구체화된 데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 - 직장인 최규하 (남·31)
최근 보험가입을 신입사원 최 씨는 생활설계사로부터 ‘지금’이 보험가입에 가장 적절한 때라는 말을 듣고 있다. 9월 28일생인 최 씨가 6개월 앞선 3월 28일 전에 보험을 가입하면 현재 나이보다 한 살 적게 가입해 보험료가 덜 책정된다는 것이다.
또, 4월부터 경험위험률(보험사고율)이 적용돼 보험요율로 인해 보험료가 바뀔 것이란 소식에 최 씨와 같이 보험가입을 고민하는 고객들은 늘고, 생활설계사들은 이들과의 상담에 바빠지는 요즘이다.
◆가입 날짜, ‘하루’ 차이로 보험료 급증
보험가입자는 ‘최소의 돈으로 최대의 보장을 받기위한 방법’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보험 가입을 ‘생년월일’과 ‘보험정책 적용 날짜’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된다는 것이 주목해야 한다.
종합보험에 가입한 허수근(남·33)씨는 매달 10만800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1977년 6월 3일 생일인 허 씨는 지난해 초부터 보험 가입을 계획했으나 비싼 보험료 때문에 망설이다가, 결국 2008년 12월 5일 가입하게 됐다. 생활설계사가 11월 초에 보여준 예상보험료는 10만3000원이었는데 5000원이나 인상된 보험료에 허 씨는 당황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가입 계약 날짜에서 생년월일을 뺀 숫자가 6개월 미만이면 만 나이를 적용해 한 살이 적게 입력돼 보험료가 저렴하다”며 “한국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이 1세를 적용받게 되므로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유예시켜 보험료를 책정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 |
||
| < '보험계약나이'의 년수(31년) 이하가 6개월 이상이므로 31세로 적용, 6개월 미만이면 30년으로 적용돼 보험료가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된다 > | ||
허 씨의 경우 6월 2일, 즉 6개월 이상이므로 나이 한 살이 더 많게 책정돼 5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매달 더 지급하게 된다. 고작 하루, 이틀 늦게 가입했을 뿐인데 허 씨는 매달 5000원의 보험료를 더 내게 돼 20년 만기 보험의 경우 총 120만원의 보험료를 더 지불해야 한다.
이 뿐 아니라 정책이 시행되는 날짜에 따라 보험료가 10~15%정도 인상되는 경우도 있다.
회계분기가 시작되는 매년 4월, 보험회사는 지난해 고객에게 보험금이 지출된 것을 토대로 보험료를 책정한다. 때문에 생활설계사는 4월 이후에는 보험료가 급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4월 이전에 가입할 것을 권고한다.
◆보험사, 3월 결산년도 수익 올리려
매년 보험료가 급증하는 탓에 “보험 가입하는 최적의 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이에 대해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는 보험사가 연말결산 시 남는 돈은 주주의 이익에게 주고, 부족한 돈은 고객에게 더 받아내는 시스템 때문에 매년 보험료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과거에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많이 받아갔으니 신규보험가입자가 더 내도록 하는 시스템”이라며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인한 적자 때문에 차년도에 보험료를 올리는 반면 이익이 나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라며 오르기만 하는 보험료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4월부터 보험료가 오른다는 생활설계사의 말은 정책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3월 결산년도 수익을 많이 올리려는 술수로 볼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이 금융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민감보험사들은 이를 악용해 자사의 이익을 챙기기에 우선일 수밖에 없으니 금융관계당국은 정책과 함께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 활용 ‘교묘한 상술’ 논란
올해 4월은 보험금 지급 실적 등을 토대로 산출한 경험위험률인 ‘위험률산출 및 적용에 관한 모범 규준’에 따라 마지막 3단계가 적용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금융감독원은 이를 10월로 연기했다.
올해 금융감독원은 ‘보험 사업정책 규준 선진화’ 방안을 위해 개혁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감원은 올해로 예정됐던 4월의 보험료 변화가 10월로 연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보험료 산출이 3이원(예정이율, 예정사업비율, 예정위험률을 반영)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선진화하기 위한 현금흐름방식을 추진 중에 있다”며 “이에 영향을 받아 보험료를 변동시키는 경험생명표와 경험위험률 적용이 4월에서 10월로 의무화 기간이 조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4월부터 준비가 된 회사들은 10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으며 이런 보험요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부 손해보험사는 4월을 앞두고 이미 보험료 인상을 예정에 두고 있다”고 설명하며 “금융선진화 방안이 추진된 이후에도 사업비 등의 형태는 달라지지만 보험료는 그대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
이번 3단계 경험위험률이 적용되는 보험종목을 살펴보면 ▲생명보험은 연금보험의 연금액이 축소되고 사망 및 재해 보험료 변동 ▲장기손해보험은 질병·상해로 인한 사망 및 장애, 치료비 및 입원비 등 실손 보험료가 변동된다.
보험관계자는 “이로 인한 구체적인 상승률은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평균적으로 5~15%정도 오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 2단계에서 시행된 위험률 모범규준은 생명보험은 암ㆍ질환ㆍ급성심근경색ㆍ뇌혈관질환ㆍ뇌졸중ㆍ여성특정질병ㆍ결핵 등 특정 질병과 관련된 입원ㆍ수술ㆍ사망 등의 보험료가 지난 위험률 산출표에 따라 손해율에 맞춰 상향 조정된 바 있다.
‘위험률산출 및 적용에 관한 모범 규준’은 지난 2007년, 금융감독당국과 생·손보협회, 보험개발원 등이 참여해 만들었다. 보험사별 위험률이나 보험 산출 인프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수준의 보험료가 형성돼 보험가격 자율화를 저해를 해결하기 위해 위험보험료 산정의 근거가 되는 경험통계의 축적과 관리수준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건전한 보험사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금융당국의 보험료 산출방식을 선진화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다양한 보험정책이 쏟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책의 변화가 일부 민간보험사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혜택만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책 시행 전에 이를 영업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상담사들의 “지금 들지 않으면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는 유인행위가 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제도를 좋은 취지로 마련했다고 해도, 이것이 시행되기 전 금융기업들이 영업에 정책 변화를 이용만 하려 드는 것을 방치해서는 금융당국의 정책변화가 건전하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대비한 감독 대책도 당국이 동시에 전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