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삼성그룹의 옛 구조본이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월23일 삼성일반노조는 삼성으로부터 휴대폰 불법복제를 통해 위치추적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 이에 대해 4차 고소를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삼성을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했으나, 매번 증거부족을 이유로 기소중지 판결을 받았다. 노조는 1, 2차 고소 당시 혐의자 외에 이에 관여한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 수뇌부를 추가로 고소한 바 있다. 이는 휴대폰 불법복제를 통한 인권탄압에 삼성 구조본이 조직적으로 개입되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연 ‘인간존중’을 경영 철학으로 내세워 온 삼성의 이중성이 사실로 드러나게 될지 재계와 노동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일반노조가 최초 휴대폰 불법복제를 통해 위치추적을 당하는 등 인권탄압을 받고 있다고 밝힌 것은 지난 2004년. 당시 삼성SDI 전·현직 노동자 등 11명은 휴대전화를 통해 위치추적을 당했다고 밝히며 혐의자들에 대해 고소를 제기했다.
◆ 삼성SDI의 노조설립 방해, 빙산의 일각
삼성일반노조에 따르면 삼성SDI 근로자 등은 노조 설립을 시도했지만 신원불상자 명의로 복제된 휴대전화가 자신들을 대상으로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 위치를 추적하는 등 감시와, 미행, 협박, 회유 등이 이뤄져온 사실을 알게 됐다.
![]() |
||
| ▲ 삼성일반노조는 삼성으로부터 휴대폰 불법복제를 통해 위치추적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 이에 대해 4차 고소를 제기했다.<사진출처-민주노총 노동과세계> |
이와 관련, 노조는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 김순택 삼성SDI 대표이사 등 옛 구조본 수뇌부를 추가로 고소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위치를 추적한 사실은 있지만 이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며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김성환 노조 위원장 등은 지난 2008년 3월 새로운 증언을 바탕으로 재수사를 위한 재기신청 소장을 세 번째 제출했다.
김 위원장은 세 번째 소장을 제출한 이유에 대해 “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2004년 당시 노인식 인사팀 팀장이 삼성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위치추적을 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사실이 있다”며, “이와 함께 당시 삼성전자 인사팀 소속 수원지역 사고처리반, 지역대책위원회에서 상황실장으로 7년간 근무한 서 모씨가 노동자들을 위치 추적한 성명불상자가 당시 삼성SDI 수원사업장에 근무한 신 모차장임을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이 또한 동년 5월 28일 재기불요결정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재기불요의 이유는 서 모씨가 이미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사람이고, 출석을 완강히 거부했으며, 피의자의 소재불명과 참고인 김용철 변호사의 발언 내용만으로는 본건을 재기수사 할 증거로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삼성일반노조는 지난 23일 네 번째 고소 방침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4차 고소에서 성명불상자인 피의자의 성명을 적시해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 일련의 과정, 구조본 없이는 불가능
김 위원장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곧, 삼성그룹 옛 구조본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당시 구조본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SDI가 휴대폰 불법복제를 통해 노동자 감시를 직접 지시할 수는 없다는 게 김 위원장 설명의 핵심. 또, 이 문제에 대해 진상규명이 여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옛 구조본의 입김이 현재까지 삼성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삼성SDI 근로자들이 휴대폰 불법복제로 인해 위치감시를 당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이라며, “삼성SDI의 인권탄압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일 뿐, 또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이러한 유사 인권탄압 사례가 있을 수 있으며, 이면에는 구조본의 입김이 닿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번 고소장 제기와 관련, “사건의 증거가 하나 둘 씩 밝혀지고 있지만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3월 20일 경”이라고 밝히며, “삼성은 공소시효가 지나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진상규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조사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현재 노조는 공소시효가 지난 후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이 처벌받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진실규명을 통해 관련 업계나 시민들이 삼성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희망 한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은 이미 내용의 전말을 파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휴대폰 불법복제를 이용, 위치추적을 단행한 혐의자들은 삼성 측이 퇴사 시 거금을 줬으며, 그들이 먹고 살 길을 열어줬다”며, “이는 사업장에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 |
||
| ▲ 삼성일반노조는 이건희 전 회장 등 삼성그룹 옛 구조본이 여전히 건재하다며, 완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진출처-민주노총 삼성백서> |
김 위원장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수사기관은 이미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삼성 구조본의 범죄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삼성의 완전한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삼성SDI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무관하다는 반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일반노조가 지난 23일 4차 고소장을 제기한 내용은 알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은 이미 지난 1, 2차 고소장 내용을 통해 알고 있는 부분이며,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현재까지 없다”고 일축했다.
또, 그는 “이번 문제는 노·사의 문제가 아닌 개인 간의 문제이며, 당시 혐의자로 지목된 근로자는 현재 퇴사를 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즉, 삼성SDI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SDI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1, 2차 고소장 제기 때부터 들었던 얘기”라며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 옛 구조본 여전히 삼성 움직이나
삼성일반노조에 따르면 삼성그룹에서 현재 노동조합이 조직돼 활동하고 있는 곳은 전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정밀화학으로 현재 활동은 크게 위축됐지만 명맥은 유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에스원 등에서도 노동조합이 신고돼 있으나 조합원 규모가 작은 곳은 3명, 큰 곳도 40명 이내로 노조 활동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주로 노동자들의 자발적 노조 설립 신고 직전에 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신고된 유령 노조라는 게 삼성일반노조의 설명이다.
그나마 옛 한국비료였던 삼성정밀화학은 산업 현장에서 노조가 일부 활동 중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노조 결성 시도는 있었지만 현재까지 성공해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경우는 전무하다.
이는 삼성으로서는 기업 경영에 있어 노조 설립은 불필요하다는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노조가 기업 경영에 있어 개입·교섭 등을 할 경우, 삼성은 현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설립 문제는 삼성의 옛 구조본 체제의 확립에 있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 이 또한, 노조설립으로 계열사 및 계열사 간 경영 체제가 흔들릴 경우, 결국 구조본 체제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휴대폰 불법복제 및 위치추적 사건은 중요하다는 평가다. 수면 위로는 단순히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방해에 대한 삼성의 조직적 개입에 의혹이 제기되는 모양새지만, 수면 밑으로는 삼성의 옛 구조본이 현재까지 자리해 계열사들의 움직임을 조정하고 있는 형국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