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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통기한 없는 맥주, 세균 증폭기?

조윤미 기자 기자  2009.02.23 17: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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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잔의 맥주’. 최근 경기불황으로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주, 즉 ‘약(藥)’과 같은 효능으로 맥주를 찾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렇게 위로가 필요해 찾은 음료 중 변질된 일부 맥주가 ‘독’으로 바뀌어 이들을 더 곤혹스럽게 만든다면 어떨까.

현재 시중에 캔·병맥주는 1년, 페트병 6개월의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해 판매되고 있다. 국내 맥주 회사는 “표시된 날짜 안에 먹으면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고, 혹 날짜가 지나더라도 품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유통기한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유지기한을 넘긴 오래된 맥주가 판매됐다 하더라도 이를 단속할 법적근거가 없어진 셈이다. 식품위생법에 주류 중 맥주는 ‘수분함량이 적거나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는 조건의 식료품’으로 규정해 유통기한을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변질된 맥주를 음용해 장염,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지난해만 22건 접수됐다. 최근 3년 간 맥주관련 제보 161건 중 61건이 변질맥주로 접수된 것으로 알려져 주류가 국민건강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맥주의 유통기한이 없어진 배경을 보면 우려는 더 깊어진다. 식품 권장 유통기한 의무 표시에 대해 1995년부터 단계적으로 자율화를 추진하다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하기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식품위생법 역시 법적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탔다.

단계적 추진 결과 2000년 9월, 모든 식품 유통기한 설정이 자율화되자 일부 맥주 기업들이 제조일자, 유통기한 등을 모두 생략해 국민에게 그대로 판매했다. 식품업체의 규제를 완화해 활발한 기업 활동을 이끌었지만 모르지만 국민의 안전과 알권리가 무시된 처사였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자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식약청은 2007년 10월 제조일자 표시의무를 첨부하는 내용으로 '식품 등의 표시 기준'을 다시 개정했다.

그러나 제조일자가 표시되자 소비자들이 판매처에서 맥주를 바꿔가는 일이 빈번해지며 기업의 유통경로가 복잡해졌고 이에 지난해 5월 1일부터는 맥주 표시 기준을 ‘제조일자 표시 의무’에서 ‘품질유지기한’으로 바꿨다. 다시 한번 정부가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맥주관련제품은 국내의 유명스타를 동원해 천문학적인 광고·홍보·마케팅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안전에 대한 책무, 즉 품질관리는 소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식품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안심’과 ‘기업에 활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둘 중 우선순위를 두는 결단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기업에 다소 강경한 규제라도 들이댈 수 있는 정부당국의 의지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