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국내 은행권 수장들의 임무가 더욱 막중해졌다. 이미 IMF 금융위기를 통해 은행들은 통폐합 절차 및 구조조정 등 한 차례 뼈아픈 고통의 시간을 겪어온데 이어 이번에는 자본시장법 및 금산분리 완화 정책 등으로 은행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은행권 수장들이 이와 같은 혼란과 위기를 또 하나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내놓고 있어 이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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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이종휘 우리은행장 인사를 두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코드라며 비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낙하산 인사 논란 역시 이 행장의 행보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취임직후, 우리은행 내부 출신인 이 행장은 외부출신 전 은행장들의 이뤄놓은 기반을 전면 재수정하며 전 행장들이 지명한 인사코드를 교체하거나 경영 전반적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 행장들의 행적지우기가 아니냐”는 논란 역시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이 행장이 이번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외부적으론 일부 기업을 퇴출시키고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판단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어 그의 행보를 살펴봤다.
◆ 비서출신, ‘현장’과 ‘그룹’ 파악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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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우리은행 회현동 본점 건물 > | ||
이후 제국주의 금융 침탈을 막기 위해 광무황제의 아들이자 훗날 황태자가 되는 영친왕이 2대 행장으로 취임하면서 명실상부한 민족정통은행의 위상과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창립초기 대한제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했으며, 우리 민족 고유의 회계법인 송도사개치부법(松都四介治簿法)을 사용해 근대적 개념의 금융의 면모를 갖췄다.
우리은행은 긴 역사만큼이나 이름 또한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한일은행에서 한빛은행으로, 한빛은행에서 또 한 차례 이름을 바꿔 우리은행으로 탄생했다. 이 모든 과정을 은행 지점 현장에서 고객과 함께 한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바로 우리은행의 역사로도 통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비서 출신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비서실 출신들이 이 행장과 같이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비서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비서실의 업무 특성상 그룹 총수 시각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게 될 뿐 아니라 단순 개인 업무가 아닌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자연스럽게 예비 CEO 훈련이 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 행장은 1994년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경력을 제외하곤 1970년부터 한일은행(전 우리은행)에 입행한 이후 줄곧 은행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한일은행에서 한빛은행으로, 한빛은행에서 다시 우리은행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다양한 지점장 현장 구석구석을 체험했다.
때문에 이 행장은 현장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경영전략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업무 중 하나로 꼽아 취임 이후 30여 군데의 영업점을 직접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작년 말 기준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58조438억원이었다”며 “2008년 중소기업지원 우수금융기관으로서 올해 중소기업 대상 7조원 이상의 신규자금 및 수출입금융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점포 수는 908개, 15959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당행은 순 영업수익 4조2317억원, 순이익 2340억원, 당기순이익 2340억원, 총자산 245조원 규모로 국내 총 자산 2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 내부출신 신토불이 vs 낙하산 인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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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이종휘 우리은행장 > | ||
낙하산 인사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장 자리에 안착한 이 행장은 과거 토종자본론·토종은행론을 부정했다. 이 행장은 “글로벌 금융환경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토종은행이란 표현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며 “우리나라 대표은행, 즉 ‘우리나라 우리은행’이란 슬로건이 적합”하다며 슬로건부터 전면 교체했다.
이어, 기존 우리은행의 공격적인 성향과 대비되는 ‘기본’과 ‘균형’, ‘정도영업’을 이 행장은 강조했다. 이 행장은 내실 경영과 혁신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강조하고, 정도에 입각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영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과거의 경영전략을 전면 재수정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다.
이 뿐 아니라 취임 직후인 7월 초, 바로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및 과감한 부서 개편을 통해 쇄신 정책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 행장은 한때, 우리은행이 자산 규모를 연간 30조원이나 늘리고 금융상품 판매를 크게 강화했으나 자기자본비율(BIS)이 하락하고 불완전 판매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과거 잘못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이 행장은 “목표 규모를 채우느라 쭉정이들이 상당부분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며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 위주의 정도영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장통답게 이 행장은 영업점 특성에 맞춰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영업 형태를 과감히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판단”
그는 불황에 대해 “상반기는 자본 확충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체력을 다지는 시기이므로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의 현장경영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곳을 찾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무 처리에 빈틈이 없으나, 성품은 무척 온화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이 커 그의 뜨거운 가슴을 대변하는 태도다. 1분 단위로 약속을 잡을 정도로 바쁘다는 은행장 입장에선 쉽사리 행동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때론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선 냉철한 판단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 부행장 1명, 영업본부장 4명 등 임원급 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본부 인력의 20%이내를 축소해 영업점에 전진 배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조직도 일부 통폐합했다.
신용경색 해소책으로 신속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한 이 행장은 “옥석을 가려 지원대상이라면 적극 지원하고 나머지는 솎아내야 할 것”이라며 “주채권은행 주도라는 점에서 부담도 느끼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본시장법, “Since 1899" 과거 영광 찾기
지난 1월 4일로 올해 110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은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모태인 ‘대한천일은행’이 이뤄낸 ‘한국경제 초석’의 과거 영광을 국내 1등 은행으로 이어가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자본시장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각 은행장들은 바짝 긴장한 태세지만 이 행장만큼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던 과거의 역사를 더듬어 그때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자통법 시행으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 업종 간 경쟁 심화가 자명하므로 차별성 있는 상품 개발과 지급결제업무 강화 및 예수금 증대, 장외파생상품 경쟁력 제고, 고객별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 등 종합자산관리 능력제고 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ince 1899”, 지난 110년 은행 역사를 회고하며 과거의 영광과 위기극복의 힘을 되살리겠다는 이종휘 우리은행장. 이 행장은 금융위기 속 ‘실적 부진 우려’, ‘낙하산 인사 논란’ 등 대내외적인 어려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은행을 한국 금융의 대들보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