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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민족은행 과거 영광 찾겠다”

[기획시리즈-은행장 ‘빅3’]②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

조윤미 기자 기자  2009.02.13 14: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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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국내 은행권 수장들의 임무가 더욱 막중해졌다. 이미 IMF 금융위기를 통해 은행들은 통폐합 절차 및 구조조정 등 한 차례 뼈아픈 고통의 시간을 겪어온데 이어 이번에는 자본시장법 및 금산분리 완화 정책 등으로 은행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은행권 수장들이 이와 같은 혼란과 위기를 또 하나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내놓고 있어 이를 살펴봤다.

   
“우리은행이 선도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된다” 이종휘 행장은 우리은행의 책임자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우리은행은 모태부터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금융권인 만큼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 흔들리는 국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이종휘 우리은행장 인사를 두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코드라며 비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낙하산 인사 논란 역시 이 행장의 행보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취임직후, 우리은행 내부 출신인 이 행장은 외부출신 전 은행장들의 이뤄놓은 기반을 전면 재수정하며 전 행장들이 지명한 인사코드를 교체하거나 경영 전반적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 행장들의 행적지우기가 아니냐”는 논란 역시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이 행장이 이번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외부적으론 일부 기업을 퇴출시키고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판단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어 그의 행보를 살펴봤다.

◆ 비서출신, ‘현장’과 ‘그룹’ 파악엔 최고

   
      < 사진 = 우리은행 회현동 본점 건물 >
우리은행은 1899(광무3년)년 민족자본으로 출범했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 이후, 일본 은행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일본의 금융자본이 밀려들자 경제파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광무황제는 내탕금(황실자금)으로 대한천일은행(大韓天一銀行)을 설립했다.

이후 제국주의 금융 침탈을 막기 위해 광무황제의 아들이자 훗날 황태자가 되는 영친왕이 2대 행장으로 취임하면서 명실상부한 민족정통은행의 위상과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창립초기 대한제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했으며, 우리 민족 고유의 회계법인 송도사개치부법(松都四介治簿法)을 사용해 근대적 개념의 금융의 면모를 갖췄다.

우리은행은 긴 역사만큼이나 이름 또한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한일은행에서 한빛은행으로, 한빛은행에서 또 한 차례 이름을 바꿔 우리은행으로 탄생했다. 이 모든 과정을 은행 지점 현장에서 고객과 함께 한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바로 우리은행의 역사로도 통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비서 출신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비서실 출신들이 이 행장과 같이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비서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비서실의 업무 특성상 그룹 총수 시각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게 될 뿐 아니라 단순 개인 업무가 아닌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자연스럽게 예비 CEO 훈련이 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 행장은 1994년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경력을 제외하곤 1970년부터 한일은행(전 우리은행)에 입행한 이후 줄곧 은행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한일은행에서 한빛은행으로, 한빛은행에서 다시 우리은행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다양한 지점장 현장 구석구석을 체험했다.

때문에 이 행장은 현장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경영전략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업무 중 하나로 꼽아 취임 이후 30여 군데의 영업점을 직접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작년 말 기준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58조438억원이었다”며 “2008년 중소기업지원 우수금융기관으로서 올해 중소기업 대상 7조원 이상의 신규자금 및 수출입금융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점포 수는 908개, 15959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당행은 순 영업수익 4조2317억원, 순이익 2340억원, 당기순이익 2340억원, 총자산 245조원 규모로 국내 총 자산 2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 내부출신 신토불이 vs 낙하산 인사 논란

   
       < 사진 = 이종휘 우리은행장 >
내부출신인데다 능력 또한 인정받는 이 행장이지만 낙하산 인사란 꼬리표는 향후에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 행장을 비롯한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 9명과 감사 6명 가운데 73%인 11명이 영남 출신이었다. 대구출신인 이 행장 역시 고소영 인사코드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이유다.

낙하산 인사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장 자리에 안착한 이 행장은 과거 토종자본론·토종은행론을 부정했다. 이 행장은 “글로벌 금융환경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토종은행이란 표현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며 “우리나라 대표은행, 즉 ‘우리나라 우리은행’이란 슬로건이 적합”하다며 슬로건부터 전면 교체했다.

이어, 기존 우리은행의 공격적인 성향과 대비되는 ‘기본’과 ‘균형’, ‘정도영업’을 이 행장은 강조했다. 이 행장은 내실 경영과 혁신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강조하고, 정도에 입각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영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과거의 경영전략을 전면 재수정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다.

이 뿐 아니라 취임 직후인 7월 초, 바로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및 과감한 부서 개편을 통해 쇄신 정책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 행장은 한때, 우리은행이 자산 규모를 연간 30조원이나 늘리고 금융상품 판매를 크게 강화했으나 자기자본비율(BIS)이 하락하고 불완전 판매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과거 잘못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이 행장은 “목표 규모를 채우느라 쭉정이들이 상당부분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며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 위주의 정도영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장통답게 이 행장은 영업점 특성에 맞춰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영업 형태를 과감히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판단”

그는 불황에 대해 “상반기는 자본 확충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체력을 다지는 시기이므로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의 현장경영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곳을 찾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무 처리에 빈틈이 없으나, 성품은 무척 온화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이 커 그의 뜨거운 가슴을 대변하는 태도다. 1분 단위로 약속을 잡을 정도로 바쁘다는 은행장 입장에선 쉽사리 행동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때론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선 냉철한 판단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 부행장 1명, 영업본부장 4명 등 임원급 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본부 인력의 20%이내를 축소해 영업점에 전진 배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조직도 일부 통폐합했다.

신용경색 해소책으로 신속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한 이 행장은 “옥석을 가려 지원대상이라면 적극 지원하고 나머지는 솎아내야 할 것”이라며 “주채권은행 주도라는 점에서 부담도 느끼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본시장법, “Since 1899" 과거 영광 찾기

지난 1월 4일로 올해 110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은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모태인 ‘대한천일은행’이 이뤄낸 ‘한국경제 초석’의 과거 영광을 국내 1등 은행으로 이어가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자본시장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각 은행장들은 바짝 긴장한 태세지만 이 행장만큼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던 과거의 역사를 더듬어 그때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자통법 시행으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 업종 간 경쟁 심화가 자명하므로 차별성 있는 상품 개발과 지급결제업무 강화 및 예수금 증대, 장외파생상품 경쟁력 제고, 고객별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 등 종합자산관리 능력제고 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ince 1899”, 지난 110년 은행 역사를 회고하며 과거의 영광과 위기극복의 힘을 되살리겠다는 이종휘 우리은행장. 이 행장은 금융위기 속 ‘실적 부진 우려’, ‘낙하산 인사 논란’ 등 대내외적인 어려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은행을 한국 금융의 대들보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