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출간 당시 중국 삼국지의 무분별한 열풍에 일침을 가한 민족적인 대안 소설로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우리나라 삼국지’(전11권)의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 |
||
서 교수는 “국내 작가가 윤색한 중국 삼국지가 최고의 논술 교재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민족이 살려면 ‘우리나라 삼국지’와 같이 우리 것을 발굴해 더 재미있게 쓰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삼국지’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중국 삼국지의 문제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동안 지적되어 왔던 우려는 미성년에게 읽히기 곤란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점 정도였는데 이제 중국 삼국지에 깔려 있는 중화주의가 크게 부각되었다.
저자인 임동주 서울대 초빙교수는 “중국 삼국지를 읽다보면 자칫 어릴 때부터 사대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젖게 될 수도 있다”면서 “민족적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 우리나라 삼국지를 썼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어릴 때 우리나라가 배경인 줄 알고 읽었던 중국 삼국지가 딴 나라 삼국지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성인이 되어서 중국 삼국지에 필적할 만한 우리의 삼국지가 없나 찾아보았지만 유치하거나 역사를 왜곡한 책들만이 눈에 띄었다. 임 교수는 사십이 넘어서야 비로소 마음에 드는 책이 없으니 스스로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10여 년의 각고 끝에 ‘우리나라 삼국지’를 탈고하게 됐다.
전집이 완간되자 우리의 삼국지에 목말라하던 학계에서부터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정성화 명지대 교수는 “일제 식민사관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우리 역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한껏 추켜세웠다.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역시 “삼국시대를 다룬 역사소설들이 우리 역사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판타지로 흐른 면이 없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삼국지’는 역사적 고증에 철저하면서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동북공정이 얼마나 역사적 근거가 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하고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논술참고서가 될 수 있다”며 일독을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국지’가 얼마나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쓰려고 노력했는가는 이 책 서두에 실린 ‘저자의 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임 교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삼국유사’ ‘삼국사기’ ‘화랑세기’는 물론 ‘신당서’‘구당서’‘수서’‘일본서기’까지 동아시아의 고대 기록을 대부분 섭렵했다. 게다가 전쟁사에 관한 국내외 논문을 분석해 고대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도 빼 놓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들이 아무런 비판 없이 소설에 반영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의 중화주의나 일제 식민사관에 왜곡된 역사는 차단하고 우리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새롭게 꾸몄다.
그동안 임 교수는 TV 사극의 오류에 대해서도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왔다. 시청자들에게 영향이 큰 TV 사극이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드라마 ‘대조영’은 당나라 설인귀를 영웅으로 그렸지만 사실은 고구려 신라와 8번 싸워 6번이나 대패한 졸장에 불과했다. ‘주몽’에서 비류와 온조가 우태의 자식으로 나오는데 ‘주몽이 부여왕 둘째딸과 결혼하여 비류와 온조를 낳았다’는 역사 기록을 무색케 하는 설정이었다. 아울러 농민병이 전부였던 한나라군에 철기군이 있었다는 대목도 허무맹랑하다.
오히려 철기군은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한다. 철기군은 고구려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이 같은 오류들은 그저 재미를 위한 방편으로 보아 넘기기에는 그 폐해가 심각하다. 시청자들은 오류들을 진짜 역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너무 매달리다보면 소설적 재미가 반감된다고 하는 반론도 있다. 사실과 허구의 구분이 모호한 ‘팩션 소설’의 등장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보는 관점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역사와 재미는 황금비율이 필요하다”며 “무조건 재미를 쫓는 불균형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삼국지’는 어느 쪽일까? 1천 2백여 명이나 되는 등장인물을 생생하게 그려 역사에 대한 친근감을 주었다는 평이 있고 보면 재미도 놓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역사공부를 위해 선뜻 권할 만한 책이 드문 시대에 흥미진진한 국민 교과서를 갖게 된 것에 ‘우리나라 삼국지’의 출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