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한국 진출 42년을 맞은 롯데그룹은 사회적 노출을 꺼리는 기업문화로 ‘은둔의 기업’이란 평가를 종종 받는다. 그래서일까. 일례로 롯데그룹 계열사 46개 중 상장사는 단 7개뿐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선 그룹 속을 들여다보기는 매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소유 지배 구조의 핵심 고리인 총수일가와 일본롯데 등 해외 계열사들 사이의 지분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결국 신격호 회장의 서울과 도쿄를 오가는 일명 ‘셔틀경영’은 베일에 감춰져 있는 셈이다. <프라임경제>에서는 재계 자산순위 5위 자리를 지켜온 신 회장의 창업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기업역사와 지배구조 변화, 경영권 승계 등 롯데그룹 전반을 짚어봤다.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은 유통업을 주력산업으로 성장한 그룹이다. 현재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일본롯데를 맡는다면 한국롯데는 둘째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이 ‘포스트 신격호’의 후계자로서 황태자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신 부회장은 유통명가인 롯데그룹이 ‘향후 먹고 살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나가고 있다. 사실 유통업은 업종의 특성상 매출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어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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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는 사업마다 흐지부지…
그동안 신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가 인수했거나 설립한 계열사들이 여전히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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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부터 보면 해외 점포 개설과 시업 확장을 위한 M&A를 진두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진 신 부회장이 야심차게 뛰어든 사업마다 의욕만 앞섰을 뿐, 하나같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등 해외사업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으로 연이은 매출부진에 시달린다는 얘기마저 나돌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사업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분위기다. 그가 주도했던 사업들이 여전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상징인 롯데쇼핑은 더 비참한(?) 모양새다. 이마트를 앞세운 신세계에 매출 외형에서 연속 추월당하며 유통업계의 지존 자리도 신세계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2006년 2월 40만원대에서 상장한 롯데쇼핑은 실적부진의 연속으로 현재는 18만6500원(2월4일 기준)으로 상장당시보다 주가가 반토막 이상이 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일까. 롯데家의 황태자인 신 부회장이 황태자 자리마저 불안하다는 얘기가 해가 바뀌었어도 그치질 않고 있다. 게다가 신 부회장은 재계 일각에서 ‘마이너스의 손'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결국 신 부회장이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에 허덕인다는 얘기다.
◆후계구도 여전히 안갯속?
반면 롯데그룹의 여타 재벌그룹에 비해 신격호 회장에 이어 장남 신동주 부사장과 차남 신동빈 부회장 등 2세 체재로의 지분 승계가 마무리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직 대권 향배는 오리무중이란 평가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두 형제간 계열사 지분율 차이가 미미해 신격호 회장의 의중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현재 신 회장은 롯데쇼핑 1.47%, 롯데제과 11.33%, 롯데칠성 5.83%만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 신 부사장은 롯데쇼핑 14.58%, 롯데제과 3.48%, 롯데칠성 2.76%, 롯데삼강 1.93%을 갖고 있다.
차남 신 부회장은 롯데쇼핑 14.59%, 롯데제과 4.88%, 4.96%, 롯데삼강 1.93%을 보유하고 있다. 두 형제의 계열사 지분 롯데쇼핑 0.01%, 롯데제과 1.40%, 롯데칠성 2.20%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무튼, 신 부회장의 경우 포스트 신격호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서 뚜렷한 경영실적을 이뤄내지 못했다는데 대해 상당히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롯데그룹의 정통한 재계 일각의 관측이다. 향후 먹고 살 길을 찾는 다는 게 후계자인 그에겐 최대고민거리이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신 부회장은 결국 풍부한 실탄을 보유한 그룹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유통, 식품과 화학이라는 그룹 틀에 금융업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중심의 금융사업 강화는 금융업 진출에 더욱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금융업은 신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롯데그룹의 금융업 진출은 향후 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안정적인 안착을 위한 포석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은 신 부회장이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던 만큼 욕심을 내고 있다. 그는 1995년 일본 롯데에 적을 두고 있을 당시 부산할부금융설립에 깊이 관여했다.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이 된 뒤에도 줄곤 금융업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2년 동양카드 인수 작업도 그가 진두지휘했다.
이런 맥락에서 신 부회장이 어떻게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사진을 제시할지 재계의 시선이 모아지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