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 직무실에서 매일 아침 삼성전자 광고판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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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 옆으로 흐르는 모스크바 강변 위에 다리로 차를 타고 건너간다.
시내로 관통하는 이 다리의 명칭은 'LG 다리'이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푸틴은 차 창으로 LG전자 광고판을 봐야만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광고판의 위치다. 엘지다리를 통해 시내로 가려면 레닌도서관과 크렘린 사이의 도로를 이용해야만 한다.
그 길에는 직진이 안 된다. 오직 우회전을 해서 크렘린과 레닌 도서관 사이를 지나야 한다. 엘지다리 위치에서 보면 삼성전자 광고판의 위치가 측면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모스크바에 주재하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하곤 한다.
"삼성광고는 왕이고 엘지다리는 신하다. 신하들이 왕께 충성하겠다고 일렬종대를 하고 있는데, 왕이 신하에게 서운한 것이 있어 옆으로 틀어 앉아있다"
같은 상황을 놓고 LG전자 직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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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다리로 불리는 이 다리는 본래 명칭은 '큰 돌다리(발쇼이 까멘늬 모스뜨)' 이다.
러시아 지역의 모든 서점을 '책의 집(돔 끄니기)'로 통일되게 부르는 것을 봐선 '큰 돌다리'라는 멋없는 다리 이름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다.
'큰 돌다리'의 역사는 16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47년 석조건축물로 지어진 크렘린(러시아어로 '성벽'이란 뜻)이 외세의 침략으로 여러 번 불에 타자 15세기 후 크렘린을 석조 건물로 재건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크렘린이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찾았을 때 부터 '큰 돌다리' 즉 'LG'다리의 역사는 크렘린과 같이 했다고 보면 된다.
LG전자는 1995년에 '큰 돌다리'의 중요성을 인식해 크렘린과 도심을 연결하는 이 다리에 광고 독점계약을 체결해 지난 11년 동안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내외국인들에게 '큰 돌다리'가 아닌 'LG 다리'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은 그 다리를 'LG다리'라고 부른다. 'LG'다리를 통해 러시아 내에서 인지도를 높인 LG전자는 지난 2000년 블라디보스톡에도 'LG다리'를 만들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몇 년 전부터 모스크바 국제공항 '쉐르메쩨보 2' 공항에 짐수레에 삼성마크를 넣는 광고를 시작했다.
그 광고가 있기 전까지 '쉐르메쩨보2'공항 이용객들은 매번 이용료 3000원씩을 지불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전자 로고가 붙은 짐수레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의 '국민 브랜드'로 사랑받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경우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가전략'을 세워 단기간에 러시아 휴대폰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다.
LG전자는 2001년 여름부터 러시아에서 "에어컨이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로 에어컨 장사를 잘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러시아는 겨울만 있고 여름은 거의 없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러시아의 겨울은 6개월이라 한국의 겨울보다 길지만, 여름은 3개월 정도 돼 여름 평균 기온이 한국과 비슷하다.
몇 년 전부터 모스크바의 이상기후현상이 나타나 여름이 되면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러시아 사람들이 참을성이 부족해서 그런지 몇 년 안 되는 기간 동안 '에어컨'은 이미 모스크바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러시아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광고를 통해 러시아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동취재 = 임현주 기자 / 박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