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명의 희생자를 낳은 용산 국제빌딩4구역 철거민 사태 수사가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방향은 전국철거민연합이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정황에 집중됐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는 재개발 사업에 문제가 있다”며 “세입자 대책을 강화해 고질적인 병폐를 고쳐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점검, 종합제도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 역시 “재개발 관련법은 전문가들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흩어져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해 우선은 복잡한 관련 법 정비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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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십리뉴타운 철거민 대책위 현판식 사진> | |||||
◆조합vs세입자…“우리 먼저”
사업자와 세입자간의 가장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부분은 영업권보상비와 이사비용 그리고 임대주택 입주권이다.
영업권보상비와 관련해 토지보상법 제80조에 따르면 ‘사업 시행자와 손실을 입은 자가 협의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지만 재개발 지역 상인들과 조합이 협의를 통해 진행되기란 쉽지 않다. 조합이 보상비에 대한 산출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세입자들은 ‘조합에게 유리한 보상비’라며 불신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입주권의 경우도 조합과 세입자들은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입주권 자격을 두고 조합측은 구역지정공람공고 3개월 전에 거주하고 있어야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세입자들은 거주기간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시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이전비용을 두고도 조합과 세입자들의 입장차이를 좁히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의 시발점, ‘관리처분계획인가’
용산사태를 포함한 재개발 사업 중 조합과 세입자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부분이 이 ‘관리처분계획인가’시점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는 토지 등 소유자가 가지는 종전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한 권리를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조성되는 대지 및 건축물에 대한 권리로 변환시켜 배분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즉 조합원이 출자한 재산권의 평가방법으로 새로 건축된 건축물과 대지지분을 조합원에게 배분하는 기준으로 조합원들이 취득할 건축물 및 대지지분이 얼마인지, 나아가 정비사업 완료 후 부담해야 할 부담금과 청산금액에 대한 처분 계획을 일컫는다.
결국 이전비용과 임대주택 입주권 등 구체적인 보상 내용이 이 단계에서 결정됨에 따라 조합과 세입자들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는 것이다.
◆재개발사업의 문제점
이밖에도 재개발 사업의 갈등은 곳곳에서 발생한다. 조합원들 내부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업시행자와 일부 세입자간의 부정도 발생한다. 용산사태와 같은 조합과 세입자간의 갈등 이외에도 철거 과정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는 하루빨리 사업을 진행해야하는 시행자와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민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 용산사태 역시 물리적 과정을 겪었고 현재 서울내의 일부 재개발사업 지역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2의 용산될까?’
용산지역을 포함해 서울에는 재정비촉진지구 26곳과 균형발전촉진지구 8곳 등 총 35개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앞서 설명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올해 안에 처리해야하는 지역도 20곳이 넘는다. 즉 이들 지역 가운데 제2, 제3의 용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달 10일 해당 지역의 철거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이 지역 세입자 임모 씨 등 19명을 연행해 조사한 바 있다.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해당 지역 세입자들은 오히려 “용역업체 직원들이 막무가내로 일을 진행하려한다”며 “조합이나 행정기관에서 합리적인 이주대책을 우선 세워야한다”고 호소했다.
서울 가재울 4구역은 조합과 조합원의 갈등이 심각하다. 현재 해당지역 조합원들은 “용산 철거민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뉴타운 개발 자체가 개별 단위 조합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은 3,000억원 이상 부풀려진 총사업비와 비합리적인 이주대책 비용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조합원들은 현재 해당 지역 경찰서에 이 같은 문제를 수사의뢰해 놓은 상태다.
◆‘해결방안은 없나?’
이번 용산사태를 계기로 서울시는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순차적으로 손질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우선 도시정비 관련법에 대해 통합 개편을 추진하고 세입자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같은 사업이라도 때에 따라 다른 법령으로 규정해 발생했던 피해를 없애겠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서민들을 위해 ‘더 많은 임대주택을 싼값에 공급한다’는 방침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관련 법안의 통합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 재개발사업 관련법 재정비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