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0년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설립하는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가 입학정원의 5분의 1(20%)을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로 선발하기로 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목고 형태의 특성을 지닌 자사고는 매년 치열한 입시 경쟁을 위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는 가운데 설립 기업의 임직원 자녀 20%를 선발하는 것은 특혜란 것이다. 게다가 부모의 능력으로 입학한 학생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 저소득층 학생들이 느끼게 될 사회적·경제적 위화감이 존재감 역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벌가문의 4명의 꽃미남과 가난한 여고생이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고등학교는 자사고다. 자사고 정부 교육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인 학교 운영 법인체가 입학정원과 수업방식을 직접 결정해 경영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설립취지는 공교육을 경쟁화하기 위함이다.
![]() |
자사고는 설립당시부터 일반고와 특목고의 장점을 가진 데 반해 사교육을 더욱 조장할 우려가 있어 논란은 끊이질 않아왔다. 게다가 이번 하나고 설립인가를 두고 자사고 설립 계획안을 제출하는 기업들이 공교육을 직원복지차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일각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지방 지역에 운용중인 6개의 자사고 중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가 자사 임직원 자녀들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데 이어 7번째 설립예정인 하나고등학교가 하나그룹의 임직원 자녀에게 선발예정인원의 20%를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논란이 예고된다.
◆ 설립 신청 당시 ‘임직원 자녀 중심’
하나금융지주의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의 하나고등학교는 국내 7번째로 설립되는 자사고다. 이미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부산해운대고, 현대청운고, 전주상산고 등 6개 학교가 시범 운영 중에 있으나 이들은 모두 지방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육공약’으로 자율형 사립고 100개 건립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교육공약 평가 토론회 평가에 의하면 “자사고는 특목고에 비해 규제가 적어 등록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며 보다 입시 편향적인 교과운영이 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학교 운영에 있어 일반고와 특목고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자사고-사교육복합체가 출현할 것이 우려됨”이라고 전망하며 공교육 시장의 붕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세 배에서 최고 다섯 배까지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긴 하지만 소수정예의 인원으로 구성돼 특목고만큼이나 높은 대학 합격률을 자랑한다. 때문에 사교육 시장에는 특목고만큼 자사고를 입학하려는 학생들로 입시전쟁이 시작된 지 오래다.
이번 하나고 설립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입시전형을 살펴보자. 일반전형 학생 선발은 당초 계획과 달리 성적우수자 5%를 포함해 정원의 60%로 축소했다. 대신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10% 늘려 하나금융 임직원자녀와 마찬가지로 각각 20%씩 선발하기로 했다. 특별전형인 사회적 배려 대상자와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를 제외하곤 일반전형 지원자는 서울지역 학생만 가능하다.
자사고, 특목고 입학이 일반고에 비해 일류대학 입학으로 귀결되는 통상적 사례와 같이 자사고의 입시 경쟁률도 최고 20대 1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를 설립하는 하나그룹 임직원 자녀를 20%나 특별전형으로 우대한다는 것은 특혜일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하나고 200명 입학전형 중 약 40명(20%)에 해당하는 하나그룹 임직원 자녀가 입학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애당초 하나그룹은 학교설립 인가 신청 당시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와 마찬가지로 임직원 중심으로 신청이 들어온 학교로 설립 취지를 반영해 허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학교를 건립하는데 300~400억의 건물자재비 및 기자재 비용을 하나그룹에서 지원하며 매년 30억원의 운영비도 제공된다”며 “사회공헌이란 큰 틀에서 하나고를 설립하는 것이며 일부 하나그룹 임직원 자녀를 선발하는 것은 선례에 따랐을 뿐 특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지방에 분포돼 있는 기업이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를 운영하는 것과 같이 하나금융직원들은 대부분 수도권 위주 점포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하나고등학교도 서울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공교육을 일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나서는 기업이 거의 없었으나 그나마 하나금융이 나서서 하나고등학교 건립이 성사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포항제철고 교무부 관계자는 “포항제철고 설립당시인 80년대, 포항제철 직원들은 아이들 교육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포항에서 생활할 수 없다며 입사 자체를 꺼려했다”며 “서울과는 달리 지방이란 회사 위치 때문에 자녀교육을 우려하는 우수한 인재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포스코 임직원 자녀를 입학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라며 하나고와 포항제철고는 설립 취지부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 드라마 ‘꽃보다 남자’, 귀족학교 우려
교내 식당 점심 한 끼에 5만원. 서민 가정의 여주인공 ‘금잔디’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의 점심에, 홀로 식당
![]() |
||
| < 사진 =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 | ||
지난 19일 김진영 건국대 교수 등의 ‘자립형 사립고의 공급 및 수요 예측과 교육재정 절감규모 추정’이란 연구보고서를 보면, 학생 1인당 자사고를 다니는데 필요한 월 교육비는 등록금 40만원에 사교육비 45만원을 합한 약 85만 원가량으로 추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인당 월 평균 85만원의 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되는 가구를 분석한 결과, ‘교육비 지출’ 기준 상위 15~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 지출 수준이 적어도 상위 15~20%이사에 들어야 해, 자사고는 상위 20%를 가정을 위한 정책이란 이야기다.
게다가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가 등록금 외에도 특기적성비, 수학여행비 등으로 연간 200만원을 추가로 걷고 있는 만큼, 실제 지출되는 비용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특별전형 중 나머지 20%는 대부분이 저소득층 자녀 중 선발된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데 경제적 위화감 조성이 불가피해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아직 미비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저소득층에는 기본적으로 일반고에 해당하는 등록금이 지원되며 하나그룹과 서울시교육청에서 각각 15%씩 장학금 지급에 예정에 있다”며 “설립 계획 당시 장학금은 지원계획에 해당되지 않으며 내년 3월 개교 이전까지 조율해 나갈 것”이라며 사회적 배려대상자에게 지원이 필요는 하지만 아직까지 전액 장학금과 같은 대책 마련이 마련되지 않음을 시인했다.
또, 하나금융관계자는 “하나고는 타 자사고와 달리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20%나 특별전형으로 뽑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은 되지 않았지만 장학금으로 이들을 먼저 지원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 자사고와는 달리 정규과정에 토론식, 학과선택 등 정규수업에서 학생이 얻어야 하는 것들을 모두 넣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과 후 수업은 값비싼 수업료를 따로 지불해 운용될 것으로 보여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느끼는 경제적 위화감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육을 경쟁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당시 마련한 자사고 법안을 두고 하나금융그룹이 하나고등학교를 통해 자사 임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공교육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에서 막대한 기금을 투자하는 하나금융지주가 하나고등학교 설립까지 논란을 잠재울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