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 국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올해 경영 환경을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 기업일수록 체감 경기가 더 혹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내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생존'에 방점을 둔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15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발표한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6년 경영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1000개사 중 56.8%가 2025년 경영환경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어렵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9.6%에 불과했다.
◆ 영세할수록, 제조업일수록 '한파' 거세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영세 기업은 무려 75.8%가 경영난을 호소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의 경우 "어렵다"는 응답이 53.8%로 상대적으로 낮아, 규모가 작을수록 경기 침체의 파고를 더 크게 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어려움' 응답 비율이 61.6%로 비제조업(52.0%)보다 약 10%p 가량 높게 나타났다.
경영난의 주범(복수응답)은 단연 '내수 부진(79.8%)'이었으나, 세부적으로는 업종별 고충이 엇갈렸다. 제조업은 내수 부진에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31.8%)'을 주요 원인으로 꼽은 반면,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은 '인건비 상승(40.8%)'을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해 업종 특성에 따른 애로사항 차이를 보였다.
◆ 내년 전망도 '먹구름' 수출 기업만 그나마 '숨통'
2026년 전망도 밝지 않다. 응답 기업의 63.1%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15.2%에 달했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21.7%에 그쳤다.
다만 수출 실적이 있는 기업들은 내년 경기를 다소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수출 비중이 있는 기업의 경우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24.1%로, 내수 기업(21.1%)보다 소폭 높게 나타나 글로벌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내년 전략 키워드는 '비용 절감' 미래 준비는 '인력난'이 발목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중소기업들은 '방어 경영' 태세에 돌입했다. 2026년 핵심 경영전략(복수응답)으로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61.4%)'을 1순위로 꼽았으며, '판로 확대 및 마케팅 개선(54.9%)'이 그 뒤를 이었다.
매출 규모별 대응 전략 차이도 눈에 띈다. 매출 50억~100억 미만 기업은 '비용 절감(76.1%)'에 집중하는 반면, 10억 미만 영세 기업은 '자금 조달 다변화 및 부채 관리(41.7%)'를 꼽은 비율이 타 구간 대비 압도적으로 높아 유동성 위기 관리가 시급한 과제임을 시사했다.
중장기적으로 대비가 필요한 리스크로는 '인력난 및 노동 환경 변화(41.5%)'가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지방 소재 기업(비수도권)의 경우 인력난을 우려하는 비율이 44.4%로 수도권(38.6%)보다 높게 나타나 지방 소멸 위기와 맞물린 구인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가장 필요한 경제 정책으로는 '금융 지원 및 세금 부담 완화(77.7%)'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고 내년 전망도 불투명하다"며 "기업들의 자구 노력에 더해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과 인력난 해소 등 맞춤형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