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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건설사, 그룹 의존 넘어 체질로 승부②] 여전히 톱티어, 그러나 불안한 줄타기

기본 체급은 상위권…수익성 둔화·안전·전환 리스크가 만든 '구조적 부담'

전훈식 기자 기자  2025.12.11 14: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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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건설업계 생존 공식이 뒤바뀌고 있다. 한때는 대기업 계열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안전판'처럼 여겨졌던 건설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누적 △금리 고착화 '삼중고(三重苦)'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연간 수주 30조원을 넘기는 건설사가 있는 반면, 분기 적자만 1900억원에 달하는 곳도 동시에 존재한다. 같은 '대기업'이라는 이름 아래 놓인 숫자들이 어느덧 정반대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건설사 생존 기준은 더 이상 '어느 그룹에 속했느냐'가 아니다. 이젠 '그룹 없이도 외부 수주와 이익, 현금흐름을 숫자로 증명할 수 있느냐'가 회사 존폐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되고 있다.

기사에서 언급되는 '전환 생존군'은 단순 실적이 유지되는 회사를 의미하지 않는다. PF와 미분양,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도 외부 수주와 매출을 방어하고 있지만, 이익률 둔화·안전 문제·사업 구조 전환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과도기형 건설사다. 지금까지는 외형과 브랜드 파워로 버티고 있지만, 위기가 깊어질 경우 '독립 생존군'으로 올라설지 또는 내려앉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2025년 기준 전환 생존군으로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화 건설부문 △SK에코플랜트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그룹 성장기에는 외형 확대 중심에 있었지만, 지금은 외형만큼의 리스크를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단계다.

◆'도시정비 첫 10조' 성과 올린 형님, 그러나 발목 잡는 아우 '안전 리스크'

현대차 –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기준 재계 3위
현대건설 - 2025년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엔지니어링 - 2025년 시공능력평가 6위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건설사' 현대건설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범현대가를 일으킨 모체 기업으로, 범현대가 정통성을 상징한다. 현대건설 역사가 '대한민국 건설 산업 역사'로 불릴 정도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외형과 수주 체력을 보유한 '업계 형님'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동 건설 붐, 대형 댐·발전소·플랜트까지 한국 건설 산업 태동기와 성장기를 통째로 관통하며 몸집을 키웠다.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반도체 공장·전기차 공장·배터리·해외 플랜트·인프라까지 그룹 전략 산업 전반 핵심 시공 축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실적 또한 여전히 톱티어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3조28억원 △영업이익 5342억원 △순이익 393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도시정비에 있어 '사상 처음 10조원 돌파'를 이뤄내며 '정비사업 최강자'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 △중동 플랜트 △도심공공복합 개발 등 각종 국내외 핵심 사업을 두루 확보하며, 외형과 수주 면에서는 자생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현대건설 약점은 '재무'가 아닌 '브랜드 신뢰'다. 대형 사고 이슈는 제한적이지만, 현대차그룹 내 또 다른 시공축인 현대엔지니어링 안전 사고가 그룹 건설 브랜드 신뢰를 흔드는 요인인 셈.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주택·플랜트·인프라를 동시에 키우는 '혼합 성장 모델'로 단기간에 외형을 급격히 키운 회사다. 현대차그룹 해외 공장, 중동 플랜트, 국내 대단지 주택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며 연 매출 수조원대 건설사로 성장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실적도 △매출 10조928억원 △영업이익 2479억원 △순이익 2113억원으로 수익성 방어에는 성공했다.

다만 지난 2월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청룡천교 붕괴 사고'는 그룹 건설 계열을 향한 시장 신뢰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 및 장비 관리 부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국토교통부는 현재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든 현장 안전 재점검과 하도급 구조 개선, 대형 장비 운용 기준 강화를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실적보다 신뢰 회복이 우선 해결 과제"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동일 브랜드(힐스테이트)를 공유하는 만큼 현대건설에도 일정 부분 이미지 부담이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은 2025년 기준 외형·수주·재무는 독립 생존군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안전 리스크가 전체 브랜드 가치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부담이 되고 있다.

◆위기는 넘겼지만…아직 '다시 뛸 발판'은 미비

한화 –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기준 재계 7위
한화(건설부문) - 2025년 시공능력평가 11위


한화 건설부문(이하 한화건설)은 과거 중동 플랜트·대규모 자체 개발 사업을 앞세워 공격적 성장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PF 경색과 그룹 차원 재무관리 기조 강화가 맞물리며 고위험 사업이 일시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성장' 사업 전략 기조가 '생존'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다행히 숫자상으로는 회복세가 확인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7040억원 △영업이익 189억원으로, 지난해 34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3분기 신규 수주도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9120억원) △여의도 데이터센터(1608억원) △자원회수시설(1015억원) 등 총 1조555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 2분기 영업이익은 829억원(영업이익률 11.2%)이었으나 3분기는 189억원으로 급감했다. 원가율 개선으로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안정적 마진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

수주잔고 역시 △2023년 14조5000억원 △2024년 13조3000억원 △2025년 13조1000억원(3분기 기준)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복합개발 중심 포트폴리오 특성상 민간 정비사업 대비 확장 속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화건설은 방산·우주·에너지 계열과 연계한 인프라 사업, 해외 에너지 플랜트, 데이터센터 등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은 '숫자로 증명된 엔진'이라기보다 중장기 성장 스토리에 가깝다는 평가다.

◆가장 급진적 체질 전환…건설·환경 넘어 '반도체·AI 종합기업'으로

SK그룹 –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기준 재계 2위
SK에코플랜트 - 2025년 시공능력평가 9위


SK에코플랜트는 기존 SK건설에서 출발해 정유·화학·에너지 플랜트를 중심으로 성장한 내부 시공형 건설사였다. ESG·환경 트렌드에 맞춰 발전·폐기물·신재생 중심으로 체질을 바꾼 데 이어, 최근 반도체·AI 중심 하이테크 종합 기업으로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성과는 숫자에서 확인된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8조7927억원 △영업이익 3663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하이테크(Hi-tech) 부문 영업이익은 3783억원으로 전년(249억원) 대비 약 15배 성장했다. 청주 M15X 팹,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등 대형 EPC 프로젝트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SK㈜머티리얼즈 산하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소재 4개사 편입으로 첨단소재 밸류체인을 확보했다. OLED 증착 공정과 산업용 가스까지 아우르는 구조로, 건설사를 넘어 '첨단산업 종합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를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건설·환경·반도체 EPC·반도체 소재·AI 인프라가 복합된 사업 구조는 아직 시장에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업 간 시너지 확보 △높은 자본집약도에 따른 재무 안정성 △PF·환경 사업과의 리스크 분리 여부 등을 중장기 리스크로 지목한다.

요약하면, SK에코플랜트는 현재 전환 생존군 중 가장 공격적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성공할 경우 빠른 도약이 가능하지만, 실패 시 리스크도 가장 크다는 점에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형 전환 생존군'에 해당한다.

이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한화건설·SK에코플랜트는 공통적으로 △기본 체급(시공능력평가·수주·매출)은 여전히 업계 상위권 △외형 방어·수익성 개선 노력 지속 △수주잔고 대체로 안정적(또는 소폭 감소) 등 특징을 보인다. 반면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안전' △한화건설 '외형 정체' △SK에코플랜트 '복합 포트폴리오' 등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현재 체급을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들 건설사 모두 향후 몇 년간 안전과 수익성, 사업 구조 전환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 대형 건설사 지도는 다시 한 번 크게 재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