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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업 2025] "미래 다시 쓴다" 스타트업 275개사 열기 '후끈'

한성숙 장관 "혁신, 연대로 완성"…사우디 '휴메인'과 AI 동맹 시동

김우람 기자 기자  2025.12.10 1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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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참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 국내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5' 개막 현장이다. 행사장 곳곳에는 올해 슬로건 'Recode the Future(미래를 다시 쓰다)'가 내걸렸다. 46개국 275개 스타트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AI가 연 포문…한성숙 장관 "정부가 첫 번째 창구"

개막식 포문은 AI가 열었다. AI 검색엔진 스타트업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AI 화면과 대화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스타트업이 미래를 다시 쓴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던졌다.

이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등판했다. 한 장관은 현재를 '격변의 시기'로 정의했다.

한 장관은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때보다 변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진단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조 현장이 모두 연결된 탓이다.

해법으로는 '연대'를 꼽았다. 한 장관은 "혁신은 혼자 완성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대기업이 뭉쳐야 생태계가 커진다는 논리다.

정부 역할도 재정립했다. 한 장관은 "컴업에서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도록 돕겠다"면서 "정부가 스타트업의 가장 가까운 첫 번째 창구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글로벌 행보도 눈에 띄었다. 한 장관은 개막 전 사우디 국영 AI 기업 '휴메인' 타렉 아민 CEO와 회동했다. 양측은 한국 AI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과 공동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AI 허브 동맹'의 첫발을 뗀 셈이다.

"제주를 컵에 담다"…로컬푸드 '잇더컴퍼니' 눈길

전시장 안쪽은 열기가 더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푸드테크 스타트업 '잇더컴퍼니(공동대표 김봉근·이유경)' 부스가 관람객 발길을 잡았다. 이들은 지난 9월 '컴업 인 제주'에서 최우수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팀이다.

주력 제품은 '끼니포켓'이다. 1인용 솥밥 키트다. 쌀과 나물, 양념을 모듈처럼 담았다. 냉장 보관 없이 바로 조리가 가능하다.

'컵쿡에브리데이' 반응도 뜨거웠다. 국물 없는 컵국이다. 건더기와 분말만 들어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5초 만에 국이 완성된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채비도 마쳤다. 최근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식품안전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22000' 인증도 완료했다. 안전성·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봉근 잇더컴퍼니 공동대표는 "제주 올레길에서 커피 대신 따뜻한 컵국을 먹는 장면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도청과 진행한 경로당 실증 사례도 소개했다. 조리 인력이 없어도 어르신들이 따뜻한 국을 즐길 수 있어 호평받았다.

김 대표는 "우리는 공장보다 로컬 콘텐츠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식품 제조를 넘어 'K-콘텐츠푸드'로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는 포부다.


스포츠로 행복 찾기 '스포잇'…치열한 투자 미팅도

오라클 섹션에서는 '스포잇'이 존재감을 뽐냈다. 스포츠 산업 전문가들이 뭉친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출신의 권정혁 대표가 이끈다.

부스에서는 아마추어 리그 매칭과 지역 기반 클래스를 소개했다. 스포잇 관계자는 "선수가 아닌 이용자 경험 중심 서비스"라며 "스포츠로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비즈니스 열기도 상당했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투자 상담 부스는 빈자리가 없었다.

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은 수익 구조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창업자들은 기술 우위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현장을 찾은 한 글로벌 VC 심사역은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유망한 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년보다 국가 다양성이 확보돼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읽기 좋다"고 평가했다.

투자 혹한기를 반영한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심사역은 "시장이 어려운 만큼 창업자들의 절실함이 느껴진다"며 "단순한 비전보다 구체적인 생존 전략과 숫자를 들고 온 팀이 많아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올해 컴업은 2000건 이상의 비즈니스 매칭을 목표로 한다. 한 초기 창업자는 "해외 VC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며 "사실상 글로벌 IR 무대 같다"고 전했다.

한편 '컴업 2025'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진다. 코엑스에 뿌려진 혁신의 씨앗이 실제 투자와 계약으로 이어질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