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인공지능(AI) 인력이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국가 경쟁력을 갖춘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5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박근용 싱가포르국립대학 NUS Business School 조교수와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진이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규모·임금·이동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전문인력은 2024년 말 기준 5만7000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증가 속도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절대적인 AI 노동자수는 여전히 △미국(약 78만명) △영국(약 11만명) △프랑스·캐나다(7만명)등에 비해 부족한 상태다.
국내 AI 인력은 높은 학력 수준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석사·박사 학위 소지자 비중이 지난 2024년 기준 58%로 집계됐다. 또 출신 대학별 분포를 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일부 상위 대학에 집중된 경향이 뚜렷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AI 기술이 고도의 전문 지식과 연구 역량을 필요로 하는 분야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국내 AI 인력의 해외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4년 기준 이직한 AI 인력 중 1.4%가 해외 기업을 택했다. 이는 타 근로자의 해외 이직률인 0.8%보다 0.6%포인트(p) 높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AI 인력은 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AI 인력 가운데 해외에서 근무하는 비중은 16%로 타 근로자 대비 6%p 많았다.
보고서는 인재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낮은 보상 수준을 지목했다.
국내에서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평균 6% 높은 보수, 이른바 '임금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캐나다(18%)나 영국·프랑스·호주(15%)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보고서는 해외 기업을 택한 우리나라 AI 인력의 주된 행선지가 미국이라는 점을 짚었다. 미국에 근무 중인 우리나라 AI 인력은 지난 2010년 2100명에서 2024년 6300명으로 급증했다. 미국의 임금 프리미엄은 25%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AI 기술을 보유한 인력은 타 근로자보다 더 나은 처우를 찾아 이동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특히 미국 등 해외로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AI 인력의 순유출 국가"라며 "이는 국내 노동시장이 제공하는 보상이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의 AI 인재 정책은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와 인력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국제적인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