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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투자계약상 이해관계인의 책임 범위

김나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기자  2025.08.04 09: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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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 대표를 상대로 투자계약상 주식매매대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투자계약에 포함된 조항 하나로 인해, 회생에 처한 스타트업 대표 개인이 12억원이 넘는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신한캐피탈은 지난 2017년 인테리어 플랫폼 스타트업 어반베이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약 5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어반베이스의 대표이자 최대주주였던 피고는 '이해관계인'으로 계약 당사자에 포함됐다. 계약서에는 일정한 사유 발생 시 투자자가 경영진에게 직접 주식매매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어반베이스는 2023년 말 경영난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이를 사유로 신한캐피탈은 2024년 피고를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원금 약 5억원 및 이에 대해 무려 연복리 15%의 이자까지 총 12억5000만원을 청구한 것이다. 원금보다 이자가 더 큰 셈이며, 투자사는 회생절차를 이유로 운좋게 투자금 원금을 뛰어넘는 이자까지 회수한 셈이다.

피고는 "자금 유용이나 불법행위 없이 경영상의 불가피한 실패가 있었을 뿐이라며, 이러한 경우까지 대표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은 신의성실 원칙, 공서양속 위반, 주주평등 및 자본충실 원칙 위반 등에 해당해 무효"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측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해당 조항은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었고 '회생절차 개시'라는 조건이 충족됐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또한 법원은 해당 조항을 위약벌로 보기도 어렵고 피고의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한편 현행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은 2023년 4월 개정을 통해 벤처투자회사가 투자계약상 이해관계인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때에만 이를 허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해 온 기존 투자업계의 부당한 관행을 시정하고자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신한캐피탈은 벤처투사회사가 아닌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이므로 현행법령 상으로도 이해관계인에 대한 연대책임 규정을 두는 것이 제한되지 않는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투자자가 이익만 누리고 손실에 대한 책임은 피투자회사와 창업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구조는,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특히 이 사건은 이해관계인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생이라는 불가항력적 사정이 곧바로 이해관계인의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

적어도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까지 책임을 묻는 조항은 제한적으로 해석되거나, 그 효력이 부정될 여지가 있어야 한다. 단순한 경영 실패나 자금난에 따른 회생절차 개시까지 투자금 회수 사유로 인정된다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 사건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유사한 조항에 따른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창업자들의 리스크를 키우고 투자환경을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 피고 측은 항소한 상태로, 향후 항소심과 상고심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나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공학박사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