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수요응답교통(Demand Responsive Transport, DRT) 플랫폼 '셔클(SHUCLE)'을 유럽시장에 적용했다. 헝가리 괴될뢰(Gödöllő)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되며, 국내 모빌리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공공교통 플랫폼 진출의 신호탄이 올랐다.
현대차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헝가리 괴될뢰시에서 열린 개통식을 통해 약 12주간의 DRT 시범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사업은 대한민국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진하는 경제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의 일환으로, 현지 공공교통 체계 개선과 친환경 모빌리티 인프라 확대를 목표로 한다.
셔클 플랫폼의 헝가리 도입은 현대차가 국내 지자체 대상의 수요응답교통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솔루션을 수출하는 첫 번째 실증 사례다.
특히 고정 노선이 아닌 수요 기반 경로를 실시간 생성·배차하는 방식의 DRT 서비스는 AI 기반 수요 예측, 최적 동선 알고리즘, 공차율 저감 등 첨단 모빌리티 기술이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공공교통 디지털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번 사업이 시행되는 헝가리 괴될뢰는 인구 4만명 미만의 소도시로, 기존에는 버스 5대만이 지역 전체 대중교통을 담당해왔다. 공공교통 효율이 낮은 지역 특성상 DRT의 필요성이 컸고, 현지 맞춤형 셔클 플랫폼을 통해 실효성 높은 교통 실험장이 조성됐다.
현대차는 현지 운영사와 함께 서비스 기획부터 시스템 유지관리까지 전반을 맡으며, 지역특성에 최적화된 기술 구현에 집중한다. 향후 헝가리는 물론 다른 유럽 국가로의 확산을 염두에 둔 사전 교두보 확보 성격도 짙다.
현대차가 DRT 플랫폼을 수출형 모델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기술 공급자로서의 전략적 전환이 자리한다. 하드웨어 기반 자동차 제조업에서 플랫폼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이 전사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셔클은 공공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그 가능성을 검증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셔클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교통 취약지역의 이동권 보장과 교통서비스 효율화에 기여한 경험을 축적했다. 특히 △AI 기반 수요예측 △동승 최적화 알고리즘 △운영 효율성 제고 등 플랫폼 중심 기술 역량이 이미 상용화돼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공교통 시장 진입의 문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헝가리 실증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운영 경제성, 시민 체감도 등 실질적 데이터가 확보되면 유럽 도시들의 친환경 교통 패러다임 전환에 현대차 플랫폼이 적극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시범사업이 단순한 기술 수출이 아닌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 간 협력모델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KDI가 추진하는 EIPP는 정책자문과 기술 실증을 동시에 추진하며, K-정책과 K-기술이 결합된 일종의 복합 수출 모델이다.
이런 맥락에서 셔클의 헝가리 진출은 △국가 차원의 정책외교 역량 △현대차의 플랫폼 기술력 △수요기반 교통 혁신 수요라는 세 가지 요건이 맞물려 만들어낸 복합형 모빌리티 수출 사례로 해석된다.
김형태 KDI 부원장은 "디지털 경제 전환을 맞아 글로벌 혁신 생태계 관점에서 국내와 해외, 공공과 민간, 지식과 자본을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며 "헝가리 수요응답교통 시범사업이 이런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수영 현대차 모빌리티사업실 상무는 "셔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헝가리 괴될뢰 교통 시스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이번 시범 사업은 현대차가 셔클 플랫폼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한 발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