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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의 이혼이야기] 몰래 녹음한 외도 증거, 법정에선 어떻게 될까?

상간소송에서 불법증거의 함정

김광웅 변호사 기자  2025.07.30 15: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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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 차에 위치추적기와 녹음장치를 설치했어요. 상간녀와 모텔에 들어가는 장면도 확인했고, 통화 내용도 녹음했습니다. 이걸 증거로 쓸 수 있을까요?"

상간소송 상담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한 나머지,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거나 휴대전화 통화를 몰래 녹음하고, 심지어 집 안에 CCTV나 녹음 장치를 설치해 증거를 확보하려는 사례가 많다. 특히 상간남 또는 상간녀가 배우자의 동의 없이 주거지에 출입한 정황이 있는 경우, 침입을 방지하고 증거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이러한 장치를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집한 증거들이 실제 재판에서 효력이 있을까?

사례를 하나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의 불륜 정황을 수개월간 의심해왔다. 그러나 남편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외출이 잦아지고 통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반복했다. 이에 A씨는 남편 차량에 위치추적기와 녹음 장치를 설치했고, 며칠 뒤 남편이 상간녀와 함께 차량을 타고 파주시와 김포시 일대의 모텔들을 드나드는 장면이 위치기록에 고스란히 남았다. 

또한 차량 내부에 설치된 녹음기에는 "조심해야 해. 요즘 아내가 우리 관계를 의심하는 것 같아"라는 대화가 담겼다. 이후 A씨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증거들이 과연 법정에서 인정될 수 있을까?

이처럼 '불법 논란이 있는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해, 민사소송에서는 형사소송보다 비교적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그 수집 방식이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위반되거나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하는 정도가 아닌 한,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위치추적기나 몰래 녹음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라 하더라도, 해당 자료가 다툼의 핵심 쟁점에 대한 사실을 입증하는 유일한 수단이고, 상대방의 사생활 침해 정도가 중대하지 않다면, 법원이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증거 수집 과정에서 상대방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주거의 평온을 심각하게 해쳤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그 증거의 위법성을 근거로 채택을 거부할 수 있다. 따라서 '몰래 녹음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패소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수단이 과도하거나 불필요하게 침해가 심했다면, 오히려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민사소송에서는 불법 논란이 있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배척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상간소송과 같이 사적 영역의 입증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몰래 녹음이나 위치기록 등이 경우에 따라 증거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입증의 필요성'과 '권리 침해의 정도'라는 두 기준이 반드시 함께 고려된다. 해당 증거가 없었다면 입증이 불가능했는지, 그리고 수집 과정이 상대방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았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다. 

또한 증거 수집에 앞서 상간자의 주거침입 정황이나 반복적인 접근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방어 및 기록 목적이었다는 점을 함께 주장할 수 있다. 상대방의 행위로 인해 불가피하게 취한 방어적 조치라는 정황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 수집 경위의 정당성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판단은 어디까지나 '예외적 허용'에 해당할 뿐, 일반적 권리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증거 확보를 위한 조치가 과도한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되려 역고소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혼전문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을 추천한다. 

외도의 증거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법의 선을 넘는 순간,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 증거는 진실을 밝히는 도구지만, 잘못 다루면 되레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칼이 되기도 한다. 상간소송은 감정이 아닌 '법정' 안에서 진행되는 싸움이다. 감정에 치우쳐 절차를 무시하면, 진실조차 외면받을 수 있다. 

결국 상간소송은 증거의 싸움이며, 그 증거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수집되어야만 효력을 가진다. 몰래 녹음한 한마디, 위치기록 한 줄이 결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칼날이 될 수도 있다. 증거를 모으기 전, 법적 절차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 그 한 걸음의 신중함이 당신의 마지막 권리를 지켜줄 것이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