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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회의 북극항로, 철저한 준비가 답이다

기후변화로 열린 항로, 그러나 환경·정치·지형 리스크 중첩

정기환 기자 기자  2025.07.21 16: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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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북극항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실제 항해가 가능한 대안 해로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가 각각 정치적, 지형적 리스크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북극항로는 그 대안으로서 기대를 모은다. 북극항로는 기후 변화의 결과로 생긴 새로운 가능성이며, 미래 해상 물류의 혁신을 이끌 잠재력이 있다.

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기대나 성급한 낙관보다는 철저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병행돼야 한다. 자연환경의 예측 불가성, 러시아의 정치적 변수, 미지의 수심 정보 등은 북극항로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이러한 리스크는 항로 추진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항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출발점이다.

기후 불확실성은 북극항로의 변수 중 하나다. 연간 9개월 항해를 목표로 하더라도, 이상기후로 인해 항로가 갑자기 얼어붙을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선박 운항이 북극 해빙을 가속화한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복합적 요인을 반영한 정교한 항로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만을 믿고 접근하기보다, 기후와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운영 시뮬레이션과 리스크 시나리오 설정이 우선돼야 한다.

정치적 리스크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변수다. 러시아의 정책 변화 가능성,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은 외교적 협의와 국제 협력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단기적 협정에 의존하기보다 장기적 운항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틀 마련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의 전략적 외교와 국제 규범 협상이 병행돼야 하며,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북극항로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형적 제약도 기술과 정보의 정교화로 극복할 수 있다. 수심, 저질, 기후 조건에 대한 데이터 확보와 공유는 선박 운항의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이다. 도선사와 선박 운영자에게 정밀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며, 사고 대응 매뉴얼과 긴급구조 체계도 사전에 구축돼야 한다.

북극항로는 해운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 전문가, 해양생물학자, 외교·지정학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적 준비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들의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식별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예방 차원을 넘어 항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완성도 있는 북극항해'를 위해선 단계별 로드맵이 필수다. 항로 운항에 대한 국제 규범 정립, 환경영향평가, 사고 대응 훈련 등은 계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준비의 방향은 '가능성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되어야 한다. 북극항로가 미래 물류의 혁신이 되기 위해선, 이상적 전망보다 구체적 실천이 먼저다.

현재 언론과 연구기관들이 제시하는 북극항로 관련 담론은 개념적 방향성이나 상징적 가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친환경 선박이나 기후 리더십, 지정학적 가치 등은 중요한 논의지만, 정작 항로 개설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매뉴얼과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예를 들어, 환경 기술의 필요성은 제시되지만 어느 기업이 언제 어떤 기술을 도입할지에 대한 로드맵은 부족하며, 러시아 변수에 대한 우려는 제기되지만 국제협정 체결 시나리오나 협상 전략은 뚜렷하지 않다.

이러한 이의는 북극항로의 추진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실천적 접근이다. 기후 변화와 정치 리스크가 결합된 이 복합 공간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 민감도 기반의 비용-편익 분석, 외교·법률·보험 체계와의 연계 등 고도화된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의 변화가 재난을 초래하는 상황 속에서도 북극항로는 분명한 기회의 공간이다. 그 기회를 현실로 바꾸는 열쇠는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사고에 있다. 단기 이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해운기업의 도전정신,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과학자들의 객관적 분석, 환경단체의 감시가 조화를 이루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북극항로를 단순한 물류 혁신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글로벌 공공재로 만드는 길이다. 북극은 열린 문이다. 그 문을 통과할 준비가 된 자만이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박상익 SK해운연합노동조합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