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건설을 향한 부산 울산 경남지역 시민들의 분노가 치솟는 분위기다. 이 지역 20년 숙원사업이던 가덕도신공항 건설에서 수의계약자 현대가 돌연 발을 빼면서 개항 시기를 종잡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급기야 현대건설이 부울경 지역에 추진 중인 공적 관급공사를 비롯해 민간아파트 브랜드(힐스테이트) 불매 또는 거부 운동마저 전개되는 모양새다. 현대발 불똥은 부산시까지 튀었다. 여당 정치권과 동북아허브공항 국민행동본부(대표 강진수)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박형준 시장이 지난해 임명을 한 현대 출신 박구용 신공항특별보좌관에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2029년 개항 목표로 공사비만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국책사업이다. 공사발주처는 부산시가 아닌 국토교통부 소관이며, 3차 입찰을 통해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최종 낙점됐다. 그러나 지난 4월28일 현대 측이 당초 공사기간 84개월보다 2년이 늘어난 108개월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안팎으로 거센 퇴진 압박에 당사자인 박구용 신공항특보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저간에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英 옥스퍼드대 박사, 해양토목분야 최고 전문가..."시공사, 신기술·신공법 통해 공기 단축 제시했어야"
박 특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해상토목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24년간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며 토목사업본부 상무와 기술연구원장(전무)을 역임하며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부산·인천·광양항 등 항만 축조 공사에 참여, 해상공항 부지 조성의 기반을 닦은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먼저 현대 측에서 사업성을 내걸어 공사 기간 연장을 요구한 점에 대해 박 특보는 '다소 이해할 수 없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공항과 항만은 공법에서 별 차이가 없다"며 "가덕도 인근 해상은 뻘층과 암반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시공사 측에서 신기술·신공법을 통해 공기 단축을 제시하는 않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해상매립은 난공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특보는 "현재 기술력으로 수심 20~40미터 깊이에 항만공사는 얼마든 가능하다"며 "가덕도 인근에 이미 조성된 부산신항 건설 경험으로 비춰 볼 때 그리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박특보는 정부 측의 '가덕도신공항 턴키입찰'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발주처가 행정부처이다 보니 해상공사에 관한 이해도가 부족해 보인다"며 "설계와 공사 진행 과정에서 시공사 주장을 반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전문기술인력이 모자란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가덕신공항은 국토부에서 기본설계안 바탕으로 예산과 공기 정한 후 건설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현대 측이 실제 설계단계에서 기간 연장을 요구하였고 이를 국토부가 거부하면서 난관에 부딪히는 상황을 맞았다.
◆국토부, 사업 발주처를 '신공항공단'에 줘야..."부산시는 보상과 이주대책 말곤 업체 선정 및 공법 등 개입 못 해 답답"
박특보는 "시가 시공사 선정에 일절 개입할 수도 없고, 거주민 보상과 이주대책 마련이 거의 전부"라면서, "대형 국가사업인데도 부산시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건설사 입장에서 공사 기간 연장은 사업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나름의 조치다"며, "국토부가 지금이라도 부산시와 설계·공법 등 관해 논의한다면 적기 개항은 얼마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공항은 지방 경제 생존이 걸린 사업이다. 국토부는 발주처를 '신공항건설공단'으로 이관하고, 시가 참여할 기회를 열어 줘야 한다"며 "그런다면 시가 무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며 건설사들과 신공법 등에 관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토부에 기본 설계안대로 시공할 땐 공항 확장성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인호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부울경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9일 국정기획위원회에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제시한 건의사항에는 △공항 위상 격상 △시걸 규모 상향 △활주로 2본 확장 △공기 단축 △공정관리체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최 전 의원은 국토부를 향해 "(현대건설 측이) 계약 포기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법적·행정적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공공사업이 특정 기업의 결정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명백한 국토부의 행정 실패이자 범죄의 가까운 무책임"이라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른바 '가덕신공항 전도사'로 불리는 최 전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역임했다, 내년에 있을 차기 부산시장 선거출마가 유력하고, 이재명 정부에 초대 국토부 장관에도 이름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