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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출신 고범림 대표, 유기농 바나나로 글로벌 무대에 우뚝

필리핀 다바오에서 21만㎡ 규모로 화학비료·농약을 쓰지 않는 바나나 재배

최병수 기자 기자  2025.07.08 09: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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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필리핀서 바나나 직접 재배' 예천 출신 고범림 대표, "고품질 상품으로 글로벌 기업과 승부", "유기농 비료나 효소를 사용한 고품질의 바나나를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범림(61) 크리던스 코퍼레이션(Credens Corp) 대표는 7일 필리핀에서 바나나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북 예천군 출신인 고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아시아 바나나 수출 시장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바나나 최대 생산국인 필리핀에서 농장 운영에 매달려오고 있다.

바나나 재배를 통해 '인생 2모작'을 개척하고 있다. 30년간 대기업 토목 회사에 다니며 서울과 대구, 부산 등지에서 활동한 그는 국내 과일 시장에서 규모 1∼2위를 다툴 정도로 시장 자체가 큰 바나나에 관심을 두게 됐다.

고 대표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바나나를 재배해 국내에 수출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며 바나나 농사에 도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태풍에 취약한 바나나를 대량 재배하기 위해 고심 끝에 필리핀 남쪽 민다나오섬의 최대 도시 다바오를 택했다. 

고 대표는 지난해 10월 현지 직원 25명과 함께 처음으로 약 21만㎡(6만3000평) 규모 농장에 바나나 모종을 심었다.

땅에 심은 바나나 모종은 약 8개월 정도부터는 커서 숲을 이루고, 꽃을 피워서 열매를 맺는다. 거의 다 키워도 안심할 수 없다. 바나나는 층층이 여러 송이의 열매가 자라서 크기가 커질수록 아래 있는 바나나를 누르며 상처가 날 수 있어서다.

그는 "바나나 송이 사이에 비닐을 씌워서 상처가 입지 않게 방지해 주는 일명 '쏙쏙' 작업은 매일 사다리를 들고 미로 같은 바나나 농장을 누비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592개 상자(20t)의 바나나를 수확한 것이 그의 첫 결실이다. 

고 대표는 "다바오에는 태풍과 지진, 화산이 없어서 '자연재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일정한 기온과 비옥한 토양, 풍부한 강수량 덕분에 연간 770만개 상자(약 1040톤)는 무난히 수확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에게 바나나는 다국적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1960년대부터 델몬트, 돌, 스미후루 등 글로벌 식품기업의 점유율이 높다.

이들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규모가 작은 업체가 선택한 전략은 바로 '고품질 바나나'다. 이런 선택에는 다국적 농업기업인 마스만 드라이스데일(Marsman-Drysdale)의 도움이 컸다.


현지 지인의 도움으로 조직 배양 실험실과 종묘장을 보유한 마스만 드라이스데일와 협약을 체결하고 필리핀 자체 직영 협업 투자농장을 설립한 것이다.

고 대표는 "치명적인 곰팡이병(파나마병)이 전 세계 상업용 바나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품종인 캐번디시 바나나를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어서 바나나 농장 운영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며 "병충해 예방과 관리로 인한 높은 생산성과 우수한 품질 등 마스만 드라이스데일이 가진 기술력은 캐번디시 바나나를 유기농으로 재배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생명 공학 연구 부서를 갖춘 마스만 드라이스데일은 이미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바나나 보호와 영양을 위한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했다.

시가토카 방제(BIOSEB), 토양 생물비료(BIOFERTILIZER), 총채벌레 방제를 위한 바이오 살충제(PALTAN), 곰팡이 기반 생물학적 선충제(BIOPAC) 등이 대표적이다.

1950년 다바오에 있는 7500ha 규모 아바카 바나나 농장이 모자이크 바이러스병으로 흉작을 겪었지만, 생명공학을 통한 다양한 연구개발로 병충해를 이겨내면서 지금은 ha당 수확량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바뀌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고범림 대표는 "20년 후에는 이 땅을 더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면서 "고품질의 프리미엄 바나나, 더 안전한 바나나를 생산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