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 와이너리는 효모나 화학 성분을 일절 첨가하지 않는 유기농을 고집한다. 뻬스께라 등을 앞세워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인지도를 더 높여나갈 계획이다."
7일 오후, 서울 WSA와인아카데미에서는 신세계L&B 주최로 스페인 와인의 명가 '뻬스께라(Pesquera)'의 대표 와인을 국내 시장에 소개하는 미디어 시음회가 열렸다. 이번 자리는 단순한 와인 시음회를 넘어, 한 지역의 와인 문화를 바꿔놓은 인물과 그의 철학, 그리고 그를 잇는 가족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시간이었다.
와인 명가 '뻬스께라'는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Alejandro Fernandez)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스페인 고급 템프라니요 와인의 선구자이자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와인 역사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황무지와도 같았던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 에서 버려지다시피 했던 포도원을 구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템프라니요 품종에 주목했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는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을 주로 하던 스페인 와인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데도 한 몫 했다.
그의 40년 열정과 노하우는 현재 띤또 뻬스께라(TinoPesquera), 콘다도 데 아싸(Condadode Haza), 데에사 라 그랑하(DehesaLa Granja), 엘 빈꿀로(El Vinculo) 등 네 군데 포도원이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와인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와이너리들은 그의 네 딸들이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의 정신을 본받아 모든 레드 와인은 오로지 템프라니요 100%로만 양조하고 있으며, 최대한 전통적이고 자연적인 방식을 따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와인은 80여곳 국가에 수출 중이다. 한국에선 신세계L&B가 데헤사 라 그랑하를 제외한 3곳 와이너리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1982년에 뻬스께라 크리안자 와인을 두고 "스페인의 페트뤼스"라고 평하며 "뽐므롤의 위대한 와인들과 견줄 수 있는 텍스쳐와 깊이를 지녔다"고 테이스팅 노트를 남겼다.
특히 이날 시음회를 방문한 뻬스께라 오너 '올가 페르난데스(Olga Fernandez)'는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의 딸이다. 이날 그가 선보인 뻬스께라 와인은 국내에서는 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알렉스 퍼거슨'의 최애 와인으로 알려졌다.
올가 페르난데스 CEO는 "뻬스께라라는 명칭은 원래 작은 마을의 이름에서 시작됐으며,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이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그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며 "이제는 와인이 마을보다 더 유명해질 정도로 그 존재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뻬스께라 와인은 효모나 화학 성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물을 적게 사용해 농축률이 높은 포도를 길러낸다"며 "품질 유지를 위해 포도나무 한 그루당 수확량도 3~4kg으로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개된 여섯 가지 와인은 모두 뻬스께라의 핵심 라인업으로, 지역의 특성과 생산자의 철학이 깊이 반영된 와인들이었다. 가장 먼저 테이스팅된 '알레하이렌 크리안자'는 스페인에서 거의 사라졌던 토착 품종 아이렌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아주 잘 익은 과일과 발사믹의 향이 복합적인 아로마를 만들어낸다. 한 잔에 담긴 시간이 지나며 맛이 바뀌는 "변화하는 와인"이라는 설명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어 등장한 '아싸 크리안자'는 클래식 템프라니요 스타일을 대표하는 와인이다. 오크 숙성의 묵직함과 과실 향의 선명함이 공존하는 균형 잡힌 매력을 지녔다. 긴 숙성을 거쳐 나오는 이 와인은 여운이 깊고, 구조감이 탄탄해 와인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증명했다.
'엘 빈꿀로 레세르바'는 라 만차 지역에서 생산되며 실크처럼 부드러운 질감과 스파이시한 피니시가 특징이다. 오랜 숙성에서 오는 정제된 향과 맛은 야생 육류나 치즈와 함께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평균수령 25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디스팀(de-steem)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미국산 오크 배럴에서 24개월, 병입 후 12개월 더 숙성해 출시한다.
'뻬스께라 크리안자'는 뻬스께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와인이다. 블랙베리와 라스베리 향이 주를 이루며, 스모키한 오크 풍미와 실키한 텍스처가 어우러진다. 깊이 있고 균형 잡힌 구조감은 음식 없이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다.
한층 더 진화한 '뻬스께라 레세르바'는 잼처럼 응축된 과일향이 입안에서 폭발하며, 발사믹과 효모의 깊이가 더해진다. 입 안에서도 역시 풍부한 과일 캐릭터가 느껴지면서, 긴 병입 숙성에서 배어나는 다채로운 맛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밀레니엄 그란 레세르바'는 잔에 따르면 검붉은 베리 류, 레드커런트, 블랙베리의 진한 향과 은은한 나무 향, 감초와 초콜릿의 여운이 함께 나타난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맛과 향을 가진 풀 바디 스타일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탄닌의 질감과 우아한 여운을 즐길 수 있다.
오늘날 뻬스께라 와이너리의 근간이 되며,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가 1960년대에 직접 심은 포도나무가 자라는 비냐 알타(Vina Alta)에서, 작황이 좋은 해에만 특별히 생산하는 와인이다. 줄기와 잎을 제거한 포도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24개월, 병입 후 10개월 더 숙성해 출시한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와이너리 '뻬스께라'의 오너, 올가 페르난데스가 방한해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프리미엄 와인을 직접 소개하게 돼 뜻깊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스페인 와인이 저가 데일리 와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뻬스께라와 같은 합리적인 가격의 고품질 와인이 보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