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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터널 갇힌 석유화학, '선택과 집중' 승부수

설비 가동 중단·비핵심 사업 매각…"산단 재편 통한 경쟁력 강화 시급"

조택영 기자 기자  2025.07.02 14: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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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불황의 터널에 갇힌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위기 타개를 위해 설비 가동을 중단하거나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태광산업(003240)은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설립을 위해 올해와 내년에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세웠다.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업황이 극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사업구조 재편 없이는 미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석유화학 2공장 내 프로필렌 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일부 나일론 생산공장과 중국 스판덱스 공장도 조만간 운영을 멈출 계획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사업 전체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 비주력 사업 생산을 줄이는 대신 아크릴로니트릴(AN),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를 재배치하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011170)도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위치한 연면적 5775㎡ 규모의 수처리 분리막 생산 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와 신성장 사업의 육성·강화에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처리 사업을 매각하게 됐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성 제고·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 활동 역시 지속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를 통한 사업구조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약 1조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051910) 역시 구조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워터솔루션(수처리 필터) 사업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1조4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것.

LG화학은 지난 2023년 청주공장을 증설하며 향후 5년 내 워터솔루션 사업을 2배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본업인 석유화학 분야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재무구조 강화에 힘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장용호 신임 총괄사장은 최근 타운홀 미팅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며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빠르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구조적 불황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위해 '산단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미래산업포럼, 국회미래연구원은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재편'을 주제로 제1회 국회산업포럼을 열고 이러한 의견을 공유했다.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파트너는 이날 "국내 석유화학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다운스트림 경쟁력과 생산설비 원가 경쟁력 면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단별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주변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국 석유화학 역시 해외에서의 수급 조정을 기다리는 것보다 적극적인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며 "현재 대비 가동률을 최소 85% 수준으로 줄이고 내수·고부가 중심으로 재편이 필요하며, 성공적으로 재편 시 원가가 5%가량 낮아져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의 대응이 늦어질 경우 석유화학 산업뿐 아니라 전방 산업과 민간 실물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타 산업과 형평성을 고려해 실행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