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 일렉)가 최근 2차 매각협상 결렬 이후, 세 번째 매각을 준비하며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영상사업 부문 철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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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 관계자는 “디지털TV에는 매출액의 6~7%가 R&D 비용으로 투입돼야한다”며 “워크아웃 기업으로서 그런 사업은 지속하기 어려우며 매각 협상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우일렉 영상사업부는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유럽에서 개최하는 ‘Plus X 어워드’에서 2006, 2007년 최고의 디자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영상 기술력 및 디자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가전업체 관계자는 “영상사업부 철회는 대우라는 브랜드가 갖는 기술력과 우수한 디자인을 포기한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뿐 아니라 대우일렉의 이와 같은 행보는 결국 대우일렉 영상사업부 근로자 800여 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재발될 조짐을 담고 있어 향후 더욱 큰 파장이 전망된다.
이에 M&A 전문가는 “대우 일렉의 미래를 위해 국내 3위 가전업체, 한국 노동자의 특성 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한국계 기업의 인수가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 노조는 ‘봉’…매각 실패 때마다 ‘감원요구’
대우일렉의 2차 매각협상 결렬 배경에는 모건스탠리PE가 영상 사업부 정리를 인수 조건으로 검토했지만 노조 측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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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우일렉은 지난 1차 매각 결렬 이후, 2차 매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카오디오 및 물류센터의 매각과 함께 1,530명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기에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최근 세 번째 매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대우일렉은 영상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매번 협상이 결렬되자 그때그때 사업부를 줄여나가 인수희망자와 위험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 측에선 더 이상의 인력 감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하고 나섰다.
대우일렉 노조 관계자는 “지난 3년 간 단 한 번의 임금협상도 없이 회사의 경영안정을 위해 매진해왔다”고 강조하며 “영상 사업부를 없애 추가 퇴직을 강요하려는 회사 측의 일방적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향후 진행될 대우 일렉 매각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노동자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의 개입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예정이어서 노조의 반발은 외로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 지방 노동청 관계자는 “노동청 입장에서 개인 기업 간의 인수 합병 과정에 고용 문제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인수 기업 측이 (대우 일렉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유지해 줄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 줄 것”이라며 “만약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대우 일렉 노동자의 임금지원금을 계획하겠다”며 사실상 사후 대책만 제시하고 있다.
결국 회사측이 매각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경우 영상사업부가 과연 사라져야만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진행할 곳은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 구조조정 이후 협력사 ‘줄도산’ 불가피
외국계 펀드 회사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적자사업부문 철수와 인력구조를 요구 사항에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이 관례처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샀다가 다시 파는 목적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단기 수익성의 측면에만 집착하기 쉬운 맹점이 있다.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 박진서 이사는 이번 대우일렉의 구조조정에 대해 “대우일렉이 외국계 회사로 매각되는 것은 구조조정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지난 두 차례의 매각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가차없는 감원 칼날 속에 자칫 불필요한 희생까지 수반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인수 의사가 전혀 없었던 만큼 해외 어느 회사로 매각되더라도 기술 유출 논란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기술 유출이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면, 사업부를 지속적으로 살려 운영하는 게 상도의 상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즉 나름대로 영상사업부가 나름대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거나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면, R&D 성과가 날 때까지만이라도 사업부 폐지 등을 유보해 줄 수 있는 ‘안목’을 갖춘 매수자를 찾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박 이사는 “국내 가전업체가 인수 의사가 없다면 92.7%의 지분을 가진 대우일렉 채권단이 한국 상업계 사모펀드에 넘겨 관리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한국 가전업계 3위의 대우일렉을 살리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게다가 이번 매각 과정의 향방에 따라 대우일렉의 하도급 업체들 줄도산 문제까지 끌어안게 될 것으로 풀이된다.
M&A 전문가는 “대우일렉은 하도급 업체를 많이 제휴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사업부 철수나 인력 구조조정이 하도급 업체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대우일렉 직원이 100명 퇴직을 하게 되면 하도급 업체 직원의 1,000명이 퇴직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도급 업계의 피해 규모를 언급했다.
결국 기술 유출 우려는 우려대로 높은 상황에서, 국내 기술 발전을 담보해온 영상사업부를 단기간의 성과만 놓고 외국 인수희망자의 요구대로 사업 폐지한다는 게 옳은지의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상 사업부 철수 여부를 두고 회사와 노조 간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에 있는 대우일렉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