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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에 포실한 흙 밟으며 기지개

[주말여행] 경북 봉화군 청정 오지 길 따라

이인우 기자 기자  2006.03.11 09: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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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제 몇 남지 않은 우리나라의 오지(奧地). 우거진 수풀과 맑은 물. 그 속에 들어서면 가슴이 툭 트인다. 매연과 먼지로 찌든 도시는 잠깐 동안이나마 잊을 수 있는 곳.

수많은 산새들이 쉼 없이 지저귀고 다람쥐는 사람을 보아도 태연하게 제 갈 길을 간다. 따가워지는 햇빛을 등지고 떠나는 오지여행은 색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 인적 없는 산길 따라 들어가는 마을

자동차가 요동치는 길. 거의 오프로드 수준이다. 길가는 빼곡한 원시림이 하늘을 가린다. 굽이굽이 비탈을 내려가다 보면 멀리 동해안을 막고 선 준령이 펼쳐진다.

   
 
 
 
이제 우리나라에 몇 안 남은 오지 가운데 첫손 꼽히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6·25도 휴전 뒤에야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덕풍계곡 마을을 감추어두고 있다.

영주로 가는 31·36번 국도에서 한걸음만 벗어나면 잘해야 시멘트포장길이다. 오지 여행은 일상과의 단절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여행 후 일상으로 복귀한 뒤 청량감이 오래 남는다.

오지여행 마니아들은 이런 기분 때문에 주말마다 험한 비포장길로 찾아든다. 장시간 걷는 것은 기본. 적당히 험한 길은 재미를 더하지만 그냥 평탄한 길은 지루할 뿐이다.

때로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계곡을 따라 오르며 아찔한 스릴을 만끽하기도 한다. 봉화군 석포면의 문지골은 최후의 비경지대로 얘기될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워낙 험해 일반인들은 계곡의 끝부분까지 올라가기 힘들다.

◆ 오지로 통하는 길은 험하고 멀다

그렇지만 문지골 입구 덕풍계곡으로 가는 길이나 반대편 골짜기인 석포리천 샘터 가는 길만 해도 색다른 주말여행지로 손색없다. 석포리에서 문지골 입구까지만 가도 한나절 자연과의 만남은 충분하다.

   
 
 
또 덕풍계곡 들어가는 15km 남짓의 오솔길도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비포장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산골로 내려서는 기분. 오지 아니고는 체험할 수 없는 재미를 준다.

문지골 입구인 골안 석개천 방면과 석포리천이 흐르는 계곡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석포면소재지에서 석개천 덕풍계곡 방면은 파출소를 끼고 좌회전해 들어가는 반면, 석개천 방면은 20m쯤 더 직진한 뒤 좌회전하면 된다.

두 곳을 나누는 입구 사이는 불과 20m 거리지만 들어갈수록 두 길 사이는 점점 벌어진다.

◆ 청정수 흐르는 비경지대

석포리천 가는 길 초입, 사행길(蛇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은 그림 같다. 석포리천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대부분 시멘트포장이 돼 있어 덕풍계곡 가는 길보다 편하다.

그래도 중간 중간 길이 끊어져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다 이 길의 종점인 샘터 못미처 비포장도로가 다시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석포초등학교 반야분교가 나온다.

   
 
 
반야분교의 조붓한 운동장에는 수령 수백년의 소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있고 한쪽에 벤치와 돌 탁자가 만들어져 있다. 휴일이면 누구나 들러 학교의 물을 쓸 수 있고 간단한 취사도 가능하다.

오지에서 만나는 편안한 휴식인 셈이다. 석포리천 상류로 갈수록 드문드문 폐가들이 나타난다. 계곡을 끼고 있는 한 뼘 땅에 의지해 살아가던 농민들이 떠난 흔적이다.

폐가의 뒷마당에는 으레 복숭아나무가 평지보다 한참 늦은 복사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석포리천은 그냥 마셔도 될 만큼 맑다. 이곳뿐만 아니라 석포면에 흐르고 있는 계곡물 전부가 청정수라고 보아도 된다.

그리고 몇 해를 묵힌 밭을 가는 농민들의 발길이 황소걸음처럼 느긋하다. 포실한 옥토를 쟁기로 갈아엎는 풍경은 이제 봉화군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사진: 봉화군청>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따라 영주-봉화방면으로 간다. 봉화읍내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태백방면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석포면 들어가는 길을 만난다. 석포면에 들어서서 직진하다 왼쪽 파출소를 보고 좌회전하면 덕풍계곡 방면, 지나쳐 20m쯤 가다 좌회전하면 석포리천 가는 길이다. 숙박은 덕풍계곡 안쪽에 덕풍산장이 있으며 석포면소재지에는 서울여관(054-672-6026), 성지여관(054-672-6017) 등이 있다.

◆ 먹을거리

석포면 길가 언덕 위의 원조고향막국수집을 들러볼만 하다. 직접 눌러 삶아내는 면발이 까실까실하게 살아있다. 물막국수보다는 비빔막국수가 감칠맛 있다. 길가에서 쉽게 간판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