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할인점을 포함한 대형 점포의 지방 진출을 막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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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차원에서 대형점포의 지방 진출 조건을 완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과 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대형점포 진출을 막으려는 지자체의 입장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경상남도가 대형유통점의 무분별한 지방 진출로 인해 재래시장이나 영세 소상공인들의 생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입점제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 유통업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단법인 유통과학회(www.yutong.or.kr)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서울보건대 유통경영과의 윤명길 교수를 만나 유통업계 전반의 문제점과 대책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최근 대형유통점의 지방 진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저항이 거센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이 문제를 논할 때 일반적으로 ‘시장의 경쟁의 논리’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나,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경쟁논리에 시장을 맡겨두면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경쟁논리에 맡겨두면 결국 독과점 형성의 우려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규제를 완화하되, 중소 유통점의 경쟁력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보다는 유통현대화를 통하여 대형유통점의 진출은 그 지역의 소비자에게 가져다주는 요익이 훨씬 크다는 점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유통규제 완화는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유통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즉, 이들 대형 업체들은 다점포화를 통하여 로우코스트오퍼레이션(Low Cost Operation, 저비용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쉽기 때문에 이를 통하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어느 지역에 출점한 대형유통점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점포가 상품의 가격을 인하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소득수준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00원에 팔리는 물건을 대형유통점에서 80원에 구입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에게는 20원이라는 잉여자금이 발생해 또 다른 소비활동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유통 시장에서 대형유통점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야하고, 지역민의 의견을 들어야하기 때문에 재래시장을 비롯한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책이 단순히 정부에서 지원하여서 건물만 새로 고쳐주고 도로만 넓혀준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자신의 터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대형유통점과 공생할 수 있는 전문화되고, 특화된 분야의 유통업으로 자리잡아가게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또한 정부는 모든 재래시장을 무차별적인 자금 지원 정책이 아닌 특화된 시장을 집중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시장에 몸담고 있는 상인들이 현재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즉,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여 공존 공생할 수 있도록 그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시장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지원, 살길을 만들어 줘야한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한국유통과학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다.
첫째는 유통학이라는 학문의 재정립이다. 유통학문은 마케팅과 엄연히 다르고 마케팅의 상위개념이다. 특히, 매크로적인 유통경제분야와 마이크로적인 유통관리분야 뿐 아니라 건축학 교통학 지리학, 역사학 등 모든 학문이 포괄적으로 포함된 "복합학문"이다.
따라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으로 학문을 이해하면 안 된다. 따라서 학회에서는 ‘유통학정의위원회’를 구성해 유통학의 위상과 정의를 재정립하는 것에 학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둘째,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유능한 전문 유통인력 배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한국유통과학회는 현직 유통관련학과 교수를 비롯해 유통업체 임원 등이 함께 구성돼 있다.
유통업계 임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현재 유통관련학과 출신 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 유통 인력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전국 대학의 교과목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해 유통전공자 대상의 유통실무사 제도와 유통경영자를 위한 유통지도사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리고 체계적인 유통전문가 양성을 위하여 전술한 두개의 제도는 육성하고, 무의미한 제도인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유통관리사제도를 폐지하자고 학계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유통전공자 대상이라는 유통실무사 제도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 달라.
올 4월에 시행하는 유통실무사 자격시험은 현재 4회를 맞고 있으며 응시자격은 고졸자로 유통관리사(구 판매관리사 포함)자격증 소지자로 유통업체 근무경력 5년 이상인 자(대졸은 2년 이상), 대학에서 유통전공과목 30학점이상 이수하고, 유통현장실습 80시간 이상인 자, 대졸이상으로 유통관련업체에 근무하는 자로 3년 이상 실무 경력자, 유통실무사 양성과정을 150시간 이상 이수한 자로 한정돼 있다.
이런 응시자격에 대한 제한으로 인해 유통업체에서 원하는 전문 유통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에게 취업의 문을 넓혀 주고자 만든 제도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유통관리사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유통관리사 제도는 학회에서 2년 전부터 문제이기 때문에 정식적으로 유관부서에 문제를 제기하고, 유통전문지 등에 기고하는 등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특히, 유통관리사 제도는 유통학을 전공하지 아니한 아예 학문영역이 다른 학생이라 하더라도 1~3개월만 공부하면 합격하기 때문에 보통
"장롱 자격증"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유통업체에서 더더욱 불필요한 제도라고 비판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유통관련학과는 2년제와 4년제 대학을 합해 약 4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학과에서 학업을 마친 학생들이 유통업체에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회를 중심으로 유통교과목 표준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서 "유통실무사" 자격을 취득토록하고 지도하고 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유통관리사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2004년부터 유통과학회 내에 ‘유통자격증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및 업계에 제도 개선을 건의 중에 있다. 물론 유통업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있으며 향후 2~3년 내에 제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부처의 실무자들은 이런 제도 개선안에 대해 점차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유통산업발전법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만큼 시일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법 개정이 이루어질 때에는 유통학문 연관 전문가가 아니라 순수 유통학문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여론형성을 위하여 학계에서 중심이 되어서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