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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짜리 벤츠 비 줄줄새도 5개월째 "나몰라"

구입 9일만에 천장에서 ‘빗물 주f루룩’ AS는 늑장 원성

유경훈 기자 기자  2006.03.09 1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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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메르세데츠-벤츠 코리아가 수 억 원짜리 ‘부실 차’를 판매하고도 제 때 A/S를 해주지 않아 고객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해온 김 아무개 씨(52세)에 따르면 강남 영업점에서 메르세덴츠-벤츠사의 S500을 구입한 것은 지난해 9월. 김 씨는 S500을 구입하기 위해 신도시 아파트 한 채(20평형대)와 맞먹는 2억660만원을 지불했다.

김씨가 거금을 투자한 새 차는 그러나 구입한지 열흘(정확히 말하면 9일. 주행거리 1000km)도 못돼 김씨의 속을 태우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천장을 타고 스며든 빗물 무게를 못 이겨 차량의  실내등이 떨어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기분이 몹시 상한 김씨는 곧장 메르세덴츠-벤츠 코리아의 강남 영업점을 찾아 항의했고, 김씨에게 차를 판매한 영업사원은 새 차로 교환해 줄 것을 약속하는 등 ‘부실 차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다.

비록 ‘새 차로 교환해줄 때까지 우선 그 차는 타고 다녔으면 한다’는 제안이 붙긴 했지만 부실차를 판매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영업사원의 선행(?)은 예까지가 전부. 시간이 지나면서 김씨와 한 약속을 뒤집는 등 고객을 기만하는 행태로 돌변하고 말았다.

  고쳐준다고 가져가선 지하 주차장 방치

김 씨가 부실 차 처리를 위해 5개월 동안 수십 차례 전화를 걸고 강남 영업점을 여러 번 방문 했건만 그 때마다 김 씨에게 돌아온 것은 고작해야 ‘기다려 달라’는 말이 전부였다. 김씨의 성화에 못 이겨 가져간 차량도 정비공장이 아닌 지하 주차장에 방치해 왔다. 급기야 올 2월말에 와서는 ‘새 차로 교환줄 수 없다’며 김씨와 처음에 했던 약속을 저버리기는 행태까지 보였다.

본사 역시 모든 책임을 영업사원에게만 떠넘긴 채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부실차 문제가 확산 기미를 보이자 ‘A/S 해줄 테니 원만히 해결하자’는 제안을 해온 것이 고작이었다.
 
본사와 영업사원으로부터 이 같은 냉대를 경험한 김 씨는 “한두 푼 되는 차를 구입한 것도 아닌데 회사한테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이제 벤츠라는 말만 들어도 환멸을 느낀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편 회사 측과 해당 영업점 관계자는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고객이 처음부터 A/S는 거부한 채 무리한 요구(차량교환)만을 계속해와 일처리가 늦어지게 됐다”며 부실 차 판매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고객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행태가 여전했다. 

회사측은 이어 “지금은 고객과 A/S를 해주는 쪽에서 타협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선 소비자 중심 합의 원칙... 국내선 모로쇠 일관 

벤츠사의 이 같은 처사에 대해 자동차 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는 “구입한지 열흘도 안 된 차에서 빗물이 샌다는 것은 안전이 아닌 품질 차원의 문제로 빠른 조치를 취해주는 게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회사들이 명성에 흠이 갈 것을 우려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경향들이 많다”며 “이는 우선 팔고 보자는 상술이 앞선데 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 대표는 이어 “선진국에서는 품질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위주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수입차 업체들한테서는 이러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PL 상담센터 관계자 는  역시 “소비자가 아닌 제조회사의 잘못으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제조사 측에서 책임을 지고 고쳐주는 게 순리”라며 “국내 완성차 쪽에서는  이러한 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