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객센터 운영의 전문화 및 선진화’를 외치고 있는 한국전력이 경영의 효율성을 위한 해법으로
콜센터 아웃소싱을 택했다.
한국전력에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면 자연스럽게 ‘고객센터’가 따라붙는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이미 9개의 지방 콜센터를 아웃소싱 형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직영으로 운영하던 6개 지역 콜센터를 아웃소싱 체제로 바꿨다.
오랜 시간 한국전력이 직접 담당하던 상담업무를 아웃소싱 업체들이 대신해 이제는 이들이 고객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엠피씨라는 고객관계관리 전문업체가 한국전력공사의 콜센터 아웃소싱 운영 대행 계약을 따냈다. 계약 금액은 36억원으로 향후 2년 동안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공기업들이 대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어 아웃소싱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대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부분까지만 말이다. 요즘 서비스 업무가 나날이 진화돼, 콜센터 업무 또한 필수적인 서비스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까닭을 들어 ‘아웃소싱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부터는 틀린 말이다. ‘콜센터’ 업무는 어느 날 갑자기 대고객 서비스로 각광받고, 급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루 수십통 이상의 전화상담으로 목에 무리가 가는 고통을 참아가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전력에는 주로 30∼40대에 평균 3∼4년 근속, 10년을 일한 장기근속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로 하루 4.5시간 2교대에 시간당 17통 이상의 전화상담으로 목에 무리가 가는 고통을 참아가며 고객만족, 서비스 향상을 위해 묵묵히 쉼 없이 일해온 사회의 일꾼들이다.
이러한 소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근로조건과 공공성 보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비정규직 문제가 법안과 관련해 쟁점이 되고 있는 마당에 공공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일방적인 위탁 아웃소싱을 택했다. 이는 향후 노사간의 갈등과 대립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1년짜리 계약직인 전화상담 여성노동자들이라는 ‘신분상의 약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는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결국 전화상담 노동자들이 지난 달 27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에게 아웃소싱은 절박한 생존권적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결성과 가입을 공개적으로 방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로 한국전력이 일관하고 있다는 소리도 내부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상담센터 노동자들에게 전적동의서를 강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시대의 변화 발전에 한국전력이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외국의 기업은 “종업원을 해고하려면 경영자가 할복하라”고 발언할 만큼, 종업원의 평생 직장을 보장해준다고 한다. 고용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경영전략이라는 말을 앞세워 ‘툭하면’ 아웃소싱을 ‘즐기는’ 우리 정부부처 혹은 기업문화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민주노총이 공사측에 ‘경영효율성’이란 이름으로 힘이 없는 콜센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요하지 말라고 제안했다. 한국전력은 아웃소싱에 따른 플러스 알파에만 집착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전력은 이번 기회에 비용절감 효과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상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임금저하는 물론,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져 결국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로 나타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비정규직’은 쓰다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