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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총액제한제 완화…정부여당 親재벌 기우나

"기업투자 막는다" 명분 완전폐지 목소리 '슬슬'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3.03 16: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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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일부 ‘완화’했다.

열린우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일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 ▲총수가 없는 4개 대기업 집단의 출총제 적용 제외 ▲정부출자기관이 30%이상 지분을 소유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출총제 적용기업의 출자를 인정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운용 요건 완화 등에 합의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출총제는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될 제도”라며 폐지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재벌개혁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지만, “출총제가 기업의 투자를 막는다”며 완전폐지 입장을 밝히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총제란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30대 그룹에 한해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로 지난 97년 폐지됐다가 99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부활, 2002년 4월부터 다시 시행되고 있다.

출총제는 재벌이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데 취지가 있기 때문에 계열사 확장을 통한 비생산적 투자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경제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이 같은 합의 때문에 출총제를 완전히 사문화해 재벌들의 비생산적 투자를 확대시키고, 정부 출자기업의 많은 지분을 소유한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알짜배기 기업을 ‘재벌의 손아귀에 쥐어주겠다’는 발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알째배기 기업을 재벌의 손에?

나아가 여권의 대기업 정책에 대한 원칙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정부의 출총제 완화 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3일 논평을 통해 “지난 외환위기도 재벌이 적은 지분율로 공동의 재산인 기업을 총수의 개인 기업인양 좌지우지해 비생산적 문어발식 확장경영을 일삼다가 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총제는 소유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정부의 정책기조 변경을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출총제는 지난 97년 폐지됐으나 이후 생산적 투자보다는 재벌들의 기형적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순환 출자만을 증가시켰다”면서 “이후 내부 지분율이 증가해 사회적 심각성이 대두되자 99년 부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정밀,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건설 등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 완화는 정부가 이들 기업의 매각에서 소유지배구조의 문제 등 국민경제적 이익에 적합한 매각방식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재벌오너들이 부실화시킨 기업을 다시 재벌오너들에게 넘기겠다는 위험한 발상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에 따라 ▲대우건설 등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 완화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 ▲재벌의 기형적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 등을 정부여당에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정부여당의 이번 시행령 개정 논의에 대해 “재계의 요구에 밀려 재벌규제법으로서의 공정거래법이 완전히 형해화(앙상한 모습처럼 부실해졌다)됐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꺼내 들었다.

참여연대는 특히 정부출자기관이 3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구조조정기업 출자에 대한 예외 인정 확대와 관련, “구조조정의 비용 부담주체와 그 편익 수혜주체를 달리하는 전형적인 정책적 모럴 해저드”라고 꼬집었다.

◆ 전형적인 정책적 모럴 해저드

정부출자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이 출자한 구조조정기업은 재벌의 무능, 불법 경영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한 기업들인데 외국자본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을 빌미로 또다시 재벌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행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만으로도 이미 전체 출자총액의 반 이상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시행령 개정 논의는 규제를 준수하기 보다는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로비에 열중하라는 메시지”라고 꼬집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여당 안에서도 출총제는 올해 말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종료와 함께 소멸되는 것으로 공언하고 있다”면서 “어느 재벌이 이를 준수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관계자는 “정부는 말로는 타협과 협력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각 경제주체들이 로비와 탈법에만 몰두하도록 잘못된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