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정규직법안이 지난 2004년 11월 발의된 뒤 15개월 만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전격 통과됐다. 비정규직법안. 얼핏 들으면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법으로 표면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법인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라고 말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와 다르게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대체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직법안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노동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비정규직법안의 문제점. 이를 요약, 정리해봤다.
◆ 기간제 비정규직의 무제한 사용과 확대 초래= 노동계는 사유 제한없이 무제한으로 기간제(계약직)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간제 고용이 법제화됨으로써 사용자는 마음놓고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0년 후에는 정규직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기간제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22개월에 불과하다”면서 “2년 이상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사용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또 사용자가 ‘사용기간’인 2년이 지나기 전에 해고도 가능하고 다른 노동자를 기간제로 사용해도 아무런 제한도 없도록 했다. 결국 고용불안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우려다.
‘파견이 사실상 전면 확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간제 2년→파견2년→기간제2년의 순환채용형식이 일반화돼 영원히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은 이 때문에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는 “앞으로 2년 이내의 계약직을 우리사회에서 상징적이고 정상적인 고용형태가 될 것”이라고 정부정책을 비꼬았다.
◆파견노동 사실상 전면 확대, 불법파견 면죄부=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객관적인 사유가 아니라 ‘업무의 성질 등’이라는 매우 주관적이고 포괄적인 사유가 있으면 대통령령으로 얼마든지 파견허용업무로 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사실상 노동부에 파견허용업무 결정권을 준 것에 다름없다고 노동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또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불법파견을 해도 2년까지는 봐주고 반드시 2년이 지나야 고용의제도 아니고 고용의무를 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고용의무’는 안따르면 그만이고 과태료 3000만원만 내면 되도록 했다. 기업주들은 마음 놓고 불법파견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은 이런 까닭에서 연유된다.
만약, 마음 좋은 사용자가 2년이 지난 후 직접 고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계약직으로 채용하면 무방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고용불안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합법파견에 대해 2년이 지나면 고용이 의제되던 것을 바꿔, 2년이 지나도 고용의무만을 지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노동계는 “사용자가 없어 노동3권이 없는 노동자인 파견노동자가 대폭 확대되고 고용불안, 중간착취의 만연, 노동기본권의 무력화가 초래돼, 불법파견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날치기됐다= 이번 법안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야합해서 통과시킨 법이라는 게 노동계 관계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2월22일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야4당은 국회에서 원내대표회담을 열고 비정규직법 처리를 차기 임시국회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전격적으로 개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 사상 유례없는 ‘환노위 질서유지권’도 발동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곧바로 공권력을 사용해 끌어내고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환노위 국회의원인 단병호 의원마저도 국회 경위를 동원해 끌어내고, 이를 임의로 무효표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