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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들 “우리는 일하고 싶어요”

서울 부산역에서 철도유통 부당노동행위 규탄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2.26 15: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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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승객안전과 고객불편 해소를 위해 승무제지 조치를 해제해주세요.”

지난 25일부터 KTX여승무원 전원에 대해 철도공사(사장 이철)와 철도유통(사장 김선호)이 일방적으로 승무를 제지해 노동계가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사복근무는 열차승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KTX여승무원 노조와 상급단체인 철도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과 KTX여승무원들은 26일 오전 9시30분 서울과 부산역 대합실에서 KTX여승무원들이 자신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쟁의복에 명찰 등을 폐찰하고 출근 시간에 출무신고를 진행하고 있지만 철도유통측이 출근을 거부하는 어처구니 없는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며 KTX여승무원의 승무제지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특히 “같은 일을 하는 새마을 승무원들도 현재 사복근무 중”이라며 “그러나 사측은 정시에 출근한 KTX여승무원들에 대해서만 결근처리하고 승무용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승무원은 “새마을 승무원들도 사복근무를 하는데 왜 유독 KTX여승무원들에게만 승무중지 탄압을 하느냐고 따지자 사측은 ‘상부의 지시’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철도유통의 이번 조치는 단독적인 조치가 아니라 ‘철도공사 관련 부서와 조치방안 협의 완료(2월24일 오후 4시40분)’라는 업무공문 문구에 명확히 나와있듯이 철도공사의 의도에서 비롯됐음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의 승무정지로 인해 KTX는 승무원없이 운행되는 사태를 만들었다”면서 “이에 따라 발생될 모든 사태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 KTX 승무원지부 민세원 지부장은 “명백한 노조탄압”이라며 “승무중지 철회와 결근처리가 철회될 때까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출처=전국철도노조
이에 대해 한국철도유통과 철도공사측은 “여승무원은 고객서비스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사복승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시민안전 무시하는 한국철도공사

[프라임경제] 한국철도공사의 지난 25일자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객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힌 철도공사의 보도자료가 노조측의 불만섞인 빈축을 사고 있는 것.

이날 오전 6시부터 고속철도 여승무원을 위탁관리하는 철도유통이 여승무원의 승무를 정지시키는 바람에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에 팀장 1명만이 승무하는 파행적 운행이 거듭되고 있는데도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입장을 발표해 공사측이 노동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고속열차의 총 길이는 388미터다. 열차 1편성당 1500여명의 대규모 시민들이 탑승한다. 이런 상황에서 4명 중 1명만 승무하는 현 상황은 열차안전은커녕 승객의 안전도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 분명하다.

특히 이번 사태는 철도공사의 계열사로 운영 중인 한국철도유통이 고속열차 여승무원 사업을 포기한 가운데 발생한 일로 문제를 야기한 한국철도유통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철도공사가 사태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철도공사의 대응은 그야말로 ‘방관자적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은 안중에 없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철도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승무원은 안전업무 담당자가 아닌 안내요원의 역할’이라며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장, 열차팀장, 차량관리장, 공안 등이 안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장은 그러나 300km의 속력으로 달리는 고속열차에서 1인 단독승무를 하며 운전을 책임지고 있다. 차량관리장은 차내 기계 작동을 담당하고 있다. 공안도 항상 기차에 탑승하는 것은 아니다. 즉 각자가 고유의 업무가 존재해 이들이 탑승했다고 해서 시민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공사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한 것이다.

특히 철도공사는 지난 17일 KTX 여승무원이 포함된 ‘고속철도 모의 화재대비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7일 만에 ‘KTX여승무원들은 안내요원’이라고 주장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여승무원이 없는 고속열차는 남자승무원 한 명이 18량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시민서비스와 시민안전의 실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조연호 선전국장은 “계열사(철도유통)의 일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책임회피를 넘어 시민의 안전을 대상으로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해보자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철도공사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조 국장은 또 “이번일은 국가기간산업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해야할 철도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망각한 행위로 전 국민적 비난을 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전 조합원의 사복근무를 지시한 상태이며 새마을호를 포함해 무궁화호 승무원들의 사복 근무도 진행 중이다.

한편 철도노조는 26일 오후 4시부터 사측과 제12차 본교섭을 시작했다. 교섭이 미타결시 노조는 내달 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