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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 사복투쟁 불법 아니다

"조끼 착용 이유 불이익은 부당노동행위" 결정사례있어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2.26 14: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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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국 대부분의 KTX가 여승무원없이 운행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KTX 여승무원들의 사복(私服) 투쟁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철도노조 산하 KTX승무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내달 1일로 예정된 철도노조의 총파업에 앞서 이날부터 준법투쟁의 일환으로 사복 투쟁에 돌입했으나 (주)철도유통이 승무를 제지하는 바람에 KTX는 여승무원없이 운행되고 있는 것이다.

철도공사의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있는 노조측은 “사복을 입었지만 투쟁조끼에 명찰 등을 달고있어 승무에는 큰 지장이 없다”며 (주)철도유통측의 승무제지를 강도 높게 규탄하고 있다.

반면 한국철도공사와 KTX승객서비스업무위탁 도급계약을 체결한 철도유통측은 “정상적인 복장을 갖추기 전까지 승무를 허락할 수 없다”며 노조측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사진제공=철도노조
이처럼 투쟁의 일환으로 사복 투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승무원들과 사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출무를 일방적으로 제지한 사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법률적으로 검토할 경우’ 어느쪽의 주장이 과연 옳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보통 노사간 분쟁상태 중에 있는 사업장에서 노조의 지침에 따라 투쟁조끼· 리본· 사복 등의 복장투쟁은 쟁의행위 돌입 이전에 노조의 단결력 향상, 대외적 홍보 등을 위해 이뤄지는게 다반사다.

철도노조 법규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교섭력 향상을 위해 투쟁조끼 등을 착용하는 행동이 사용자와 제3자에게 피해 정도가 미미한 경우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보장된다”면서 “이 같은 복장투쟁은 업무의 정상적 운영의 저해를 수반하지 않는 이상 다수 노동자의 집단적 행동일 뿐 쟁의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쟁조끼· 사복 등 복장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업의 종류· 업무의 성질· 착용시기와 장소· 업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 법원도 "노조 티셔츠 착용 쟁의행위 아니다" 판결

이와 관련 법원은 노조의 행동통일을 위해 만든 복장(티셔츠 착용)을 근무시간 중 착용하는 것에 대해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1989.07.03, 노사 32281-9767) 그러나 단체행동이 사규 등의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장투쟁이 ‘혹 사규에 위반된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만든 복제규정이 헌법 제33조가 보장한 단체행동권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고 노동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KTX 여승무원은 현재 고속열차 내에서 규정에 따른 제복을 착용하지 않고 사복으로 근무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사측으로부터 탑승을 제지당했지만 승무원임을 표시할 수 있는 이름표를 패용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누구나 여승무원임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사복을 입었다고 해서 여승무원들의 정상적인 승객 서비스 업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뿐더러 언론의 호들갑처럼 시민불편도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민불편은 오히려 여승무원들의 탑승을 저지한 (주)철도유통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이 때문에 제기되고 있다.

◆ "시민불편은 여승무원 탑승 제지한 '철도유통'측이 제공"

지난해 1월부터 KTX 승무원 400여명의 위탁 관리사업을 수행해온 철도유통은 최근 ‘승무원 위탁 관리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철도공사측에 통보하고, 이에 따라 철도공사측도 새 위탁사업자에 대한 선정에 나선 상태다.

철도유통은 지난 달에는 KTX 여승무원들이 ‘고장난 PDA·무전기가 승객안전 위협한다’는 표찰을 패용한 채 근무를 하자 “철도유통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3회 이상 반복시 경고장을 발부하고 경고가 2회 누적시 KTX열차 승무자격 일시 정지를 검토하는 ‘3진 아웃제’를 적용키로 밝혀 노동계의 비난을 산 바 있다.

한편 사복착용에 대해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사례도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경우가 그 예인데 법원은 “위생문제에 특히 주의해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사복투쟁에 대해 병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93다29167, 92도1855, 91다4317)

법원의 판결은 두 가지로 나뉘었지만 법률적으로는 노조조끼 착용을 이유로 매장출입을 저지해 노무수령을 거부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행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해당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준 경우’로 보고 있다. 이른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한국까르푸노동조합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 사건, 2005.9.15, 부산지노위 2005부노54)

   
                                                   사진제공=철도노조
KTX 여승무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철도공사 정규직 직접 채용 ▲체불임금 지급 ▲노조탄압 중지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리본달기와 같은 준법투쟁을 진행해 왔으며 내달 1일로 예정된 전국철도노조 총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 민주노총 "이번사태 철도유통 아닌 철도공사 의사다"

철도유통측 관계자는 “사복근무는 허용할 수 없다”면서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뱃지, 벽보등을 떼지 않으면 결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철도유통의 일방적 여승무원 탑승 저지로 승무원 없이 열차가 운행되고 있지만 탑승 중단 이틀 째인 26일 현재까지 철도유통에 승무원 운영을 위탁한 한국철도공사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철도공사는 지난 25일 오전부터 각 열차팀장에게 배부한 방송안내문을 통해 “KTX 열차 승무원들의 불법적인 행위로 특실 서비스 등 승객서비스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다.

민주노총과 철도노조는 이와 관련 26일 성명을 통해 “노동조합에서 복장투쟁은 단결력을 높이기 위한 정당한 준법투쟁”이라며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승무원이 승무를 하지 못해 발생한 모든 사태의 책임은 출근처리와 장비지급을 거부한 한국철도유통, 그리고 철도공사측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철도유통의 의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없고 철도공사가 아니고는 이같은 엄청난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철도공사와 한국철도유통은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즉시 철회하고 KTX 승무원들이 정상적인 출근 및 승무를 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