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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배상없는 소비자보호법안 시대착오적 ”

경실련 “소송가능 단체도 축소 사실상 기업위한 법안”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2.24 09: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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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불과 3일 만에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을 실질적으로 담고 있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부터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개정안이 기업측 이해관계자의 의견만을 반영하는데 급급해 국회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냐며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주장마저 병행되고 있다.

24일 경실련 등에 따르면 국회 재경위는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소비자 단체소송제도’를 2008년 1월부터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상정해 표결로 통과시켰다. 

경실련은 그러나 “재경위의 입법과정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개정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실효성이 없는 단체소송제를 폐기하고 ‘소비자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소비자 단체의 자격 축소에 대한 문제 때문.

이들은 “지난 16일 재경위 법안심사소위가 소비자단체 자격을 ‘회원 수 1000명 이상, 비영리 단체’로 규정하고 정부가 당초 구사했던 7곳에서 1130여 곳으로 크게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21일 전체회의에서 소비자단체 자격을 ‘회원수 5000명 이상, 중앙행정기관에 등록, 소비자보호 업무 명시 후 3년 이상 활동’을 한 단체로 크게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개정안대로라면 소비자 소송이 가능한 단체는 한국소비자연맹을 포함해 총 145개 정도에 불과하다. 왜 5일 만에 법안이 변경됐을까?

경실련은 이와 관련 “표결에 앞서 경제5단체가 기업 경영의 애로를 이유로 소비자 소송단체 자격을 강화해달라며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소비자 단체소송이 남발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에 방해가 되고 부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소송단체 자격을 강화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는데, 재경위는 결국 소비자들의 손을 내리고 기업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마디로 소비자의 소비 주권을 보장하고 있는 ‘소비자보호법’ 개정에 소비자의 권익에 대한 판단은 쏙 빠져버린 셈인데 이 때문에 경실련은 “재경위의 이번 표결은 기업의 논리로 사안을 접근한 처사”라고 비꼬았다.

이들은 이밖에 소송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경실련은 “이번에 도입되는 소비자 단체소송제도는 소비자의 권익침해에 대한 배상이 아닌 기업에 대해 ‘행위중지’만 신청할 수 있고 ‘금전적 손해배상청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법률상 허점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인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경실련 경제정책국은 “‘소비자 단체소송제도’의 핵심인 일괄분쟁조정이나 행위중지 등은 소비자단체에서도 이미 실행하고 있다”면서 “기업제품의 위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조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단체소송제의 도입은 개인이 소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또 “거액이 아닌 소액의 피해자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는 인센티브 없이 소송을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소비자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포함한 소비자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