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편에 이어 계속> 김진표 부총리의 발언 뒤 경영권 매각은 급물살을 탔고 미리 예정됐던 수순을 밟아 나갔다. MOU(양해각서)에 이어 같은해 8월 27일 외환은행은 론스타펀드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참고로 당시 외환은행의 주주구성은 코메르츠 뱅크가 32.55%, 수출입은행이 32.50%, 한국은행이 10.67%, 일반주주가 24.28%이어서, 정부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의 지분이 43.17%로서 1대주주였다.
이어 9월 16일경 주주총회를 개최해 론스타가 추천한 5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같은달 1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액면가 5000원을 4000원으로 할인한 신주 2억6900만주를, 금 1조750억원으로 정해 론스타에게 배정하는 제3자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하는 내용의 결정을 했다. 10월 27일경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론스타를 벨지움 소재의 페이퍼컴퍼니인 LSF-KEB Holdings SCA로 변경했다.
임시주주 총회에서는 특히 은행장추천위원회를 없애고 이사회에서 행장을 뽑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2004년 9월 16일자를 통해 이렇게 보도했다.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최대주주가 됨에 따라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을 없애고 이사회에서 행장을 뽑기로 했다. 이는 론스타측이 행추위를 통한 정부의 영향력 행사를 막고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모든 일들은 금감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 허가를 내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 김용기 박사는 금감위의 승인을 전제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실질적 행위’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는 “김용기 박사는 외환은행을 외국계 벌처펀드(vulture fund : 파산한 기업이나 자금난에 부딪쳐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을 싼값에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킨 후 비싼값으로 되팔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자금)에 팔지 않아도 되는 여러 방안을 제시했었다”면서 “우리는 금융당국이 이러한 방법을 검토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매각과정은 비밀에 부쳐라
외환은행 매각과정을 보면, 두 가지 이례적인 결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외환은행이 신주를 발행함에 있어 ‘액면가 이하의 할인발행을 했다’는 것이고 더욱이 발행되는 신주를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 배정방식으로 론스타펀드에 배정함과 동시에, 나아가 구주조차 매각해 결국 론스타펀드에 51%의 지분을 확보하게 해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론스타펀드에 넘긴 것이다.
두 번째는 은행법상 동일인이 은행지분의 일정부분(예컨대 10%)을 초과해 취득하는 경우나 특히 비금융주력자가 은행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론스타펀드의 경우에는 금융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51%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예정된 수순이 지나고 론스타는 현재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 겸 경영권자가 돼 있는 상태다. 론스타는 이사회가 언제 어디에서 열리는지조차 비밀에 부치는 등 철저히 밀실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발생한 일들은 노동자에 대한 과감한 정리해고 등 그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투기자본만이 할 수 있는
신종기법의 노동탄압 그 자체였다.
외환카드의 정규직 노동자 35%를 감원했으며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두 달간 파업을 강행한 노동자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해고사실을 통보하는 과감한 탄압도 선보였다.
1000명에 달하는 외환은행 노동자를 해고 하겠다고 발표도 했다.
실제 론스타는 도쿄 스타은행을 인수할 때 전체 직원 16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900명을 정리해고 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뒤 반년 만에 1조원에 달하는 주가시세차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 펀드의 투자자들이 거둔 수익은 전적으로 국내 금융시장 불안정화와 은행의 공공적 성격의 희생, 그리고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찬근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외환은행의 매각은 부실은행이 아닌 외환은행을 마치 부실은행인 것으로 위장해서 팔아먹은 사건”이라며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당국자들은 정부가 주인인 수출입은행의 지분을 헐값에 그리고 제3자 배정방식으로 처분했다”면서 “망해가는 회사에나 적용하는 짓을 멀쩡한 외환은행에 적용했으니 바로 망국적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겼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정부는 당시 입찰에 8곳이 참여했다면서도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주장하는 ‘시장원리’를 스스로 어기며 비공개 입찰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환은행에 대한 실사는 누가 언제부터 했는지, 외자유치가 경영권 매각으로 바뀐 근거는 무엇인지 그 과정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물음에 대해 ‘공개불가’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사무금융연맹측이 청구한 정보공개 요구에 대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보유 승인관련 2003 금감위 제17차 회의록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7조(비공개대상정보) 제1항에 의거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론스타는 법원에서 공개명령을 내린 것조차 무시했다고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밝혔다.
이런 까닭에 우리 경제의 혈관인 시중은행이 무슨 이유로 외국계 벌처펀드에 비공개로 특혜를 주면서까지 매각했는지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는 게 정치권과 금융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다.